<품행제로> 고농축 피로회복제
글: dreamalive
2002년 12월 2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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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행제로>는 감독의 감각적이고 재기발랄한 상상력이 돋보이는 영화다. 그것이 류승범의 거부감 없이 편안한 연기에 얹혀지면서 영화관 안에서는 첫 장면부터 박장대소가 터지기 시작했다.
그렇게 영화는 처음부터 끝까지 온갖 코믹한 에피소드들을 있는 대로 다 나열하면서 일상에 지친 관객들에게 거부감없는 가벼운 웃음을 주고 있었다.
정말 <품행제로>는 너무나도 일상에 지친 사람만, 온갖 스트레스와 피로에 찌들어서 조금이라도 내 삶과 관련되고 나에게 문제의식을 던져주는 영화는 그저 속만 쓰린 것이라 피하고 싶은 사람만, 복용하면 좋을 듯한 고농축 피로회복제이다.
80년대 모범시대라는 시대적 분위기도, 불량소년이라는 특수한 조건도, 풋풋한 사랑이라는 감성적인 면도, 주인공이 겪게 되는 드라마틱한 과정도 모조리 다 탈색시켜 날려버리고, 오로지 영화는 우스운 상황과 우스운 연기에만 집중하는 초지일관된 모습을 보여준다.
물론 보통의 상업 영화, 코미디 영화가 대부분 다 이런 피로회복제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기에 사실 그다지 특별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품행제로>가 좀 다른 점이 있다면, 그 웃음이 그리 억지스럽지 않고 비교적 편안하고 거부감이 없다는 것이었다.
그것은 반짝 반짝하는 아이디어들이 군데 군데에서 심심치 않게 등장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무엇보다도 류승범의 절정에 달한 코믹 연기 덕분이 아닐까 생각한다. 도대체 그의 얼굴만 보면 웃음이 터지는데 어쩐단 말인가... ^^
그리고 마지막에 나오는 격투 장면. 지금까지 보여주었던 코믹함은 온데 간데 없이 류승범은 정말 너무나도 처절한 싸움을 보여준다. 그 비장감은 마치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를 연상케 했다.
고농축 피로회복제라는 영화의 평가를 떠나서 그의 연기만은 정말 별 다섯 개를 다 달아주어도 전혀 아깝지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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