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태양은 없다> 열성, 그리고 떠오르는 태양


글: 정종구
2000년 03월 11일

<태양은 없다>는 충무로에 <펀치드렁크>라는 가제로 소문이 돌 때부터 궁금했던 영화다. 그 땐, 캐스팅 리스트에 이정재가 없었지만, 정우성, 김성수 감독, 이 두사람의 이름만으로도 난 기대했었다. 더군다나, 정우성은 "난 김성수 감독님의 다음 작품을 기다리는 중입니다."라는 한마디만 남기고 거의 1년을 놀았다. 배우가 이 정도의 열성이면 정말 3류 영화가 아니라면 잘 나오지 않을 수 없다.

개인적으로 <비트> 이전의 김성수 감독은 믿지 않았었다. 더불어, <비트> 이전의 정우성도 믿지 않았었다. 믿지 않을 뿐만 아니라, <구미호>나 <상해탄>등을 보면서 "제발 저 인간이 스크린에 나오지 않게 해달라"고 신령님께 빌었다. 그런데, <비트> 이거, 물건이었다. 유오성, 임창정의 연기도 좋았지만, 무엇보다 정우성의 달라진 연기에 놀랐다. "어....저새끼, 그동안 연기학원 다녔나?" 급성장이었다. <비트>에서 술취한 모습으로 유오성과 뒷골목에서 이야기를 하는 정우성의 연기는 그야말로 어안이 벙벙했다. "저거 정우성 맞아?" 세상에, 대사까지 되지 않는가 말이다. 결국, 김성수는 <비트>로 자신만의 색깔을 만들었고, 정우성은 <비트>로 비로소 배우가 됐다. 난 자신있게 그렇게 말한다.

펀치 드렁크라는 병(시도때도 없이 코피 주루룩하는 병)을 가지고 있는 권투선수, 정우성. 돈 못 갚아 이젠 이자가 원금의 열배는 된다는 이정재. 이 둘이 사는 인생은 전혀 영화같지 않다. 만약 이 둘이 사는 모습을 보고, 조금이나마 폼난다고 생각했다면, 그건 이들이 잘 생기고 키 크고, 근육질의 배우라는 이미지를 그대로 가지고 있어서이지, 이 들이 사는게 폼나서가 아니다.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음에도 이 들의 생활이 폼나 보이는건 두가지 이유에서다. 하나는 그 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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