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화선> 국가의 보물로 지정될 영화
글: 이종열
2002년 05월 0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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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권택 감독의 98번째 작품이 된 <취화선>은 이러한 문화 빈곤의 허기를 채워준 위대한 유산이다. 신윤복, 김홍도와는 달리 후대에 별로 인기가 없던 조선조 말기 화가, 장승업의 노정을 쫓으면서 영화는 천재화가 오원 장승업과 함께 한국미술사, 사회상, 정치적 격변기를 맞물려 보여준다. 또 예술적 갈등에서 방황하는 이들에게 지침이 될만한 교훈을 건네기도 한다.
그러나 <취화선>은 임 감독의 이전 작품과 별로 다르지 않다. 오히려 이야기의 맛은 <서편제>가, 형식미로는 <춘향뎐>이 더 뛰어났다. 하지만 <취화선>은 서구적 화술과 형식적 힘을 빌지 않고도 영화의 본래 언어인 영상, 그것도 동양적 영상언어로 말하는 독창적인 힘을 가졌다. <취화선>은 그래서 이질감 없는 한 폭의 동양화 같은 느낌이다.
한편, <취화선>은 자연이 주는 위대한 힘을 빌어씀으로써 보다 영화적 가공성으로부터 멀어져 마음의 결에 와 닿는다. 들풀 이름만 주욱 열거해 놓아도 한 편의 아름다운 시가 된다고 하지 않았던가. <취화선>의 미덕은 바로 이 지점에서 찾아야 할 것이다.
영화필름도 보물(寶物)로 지정될 수 있다면 <취화선>은 그 귀대를 받아야 할 작품이다. 아울러 임권택 감독은 인간문화재로서 보호해야 마땅하다. 우리는, 결코 갚지 못할 너무나 값진 선물을 받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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