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동경의 주먹> 과감히 찢어 감각을 환기시켜라 글: 박경미 2001년 09월 18일
일본에서 이단아로 불리고 있는 감독으로도 유명한 그는, 자기가 만들고 싶은 영화를 일본의 전통에서 벗어나서 독자적인 방법으로 만든다. 감독, 각본, 촬영, 편집, 미술, 출연, 제작까지 1인 다(多)역으로 영화를 만드는 '츠카모토 신야'야 말로 완전작가를 지향하는 감독이다. 일본의 '데이빗 린치', '데이빗 크로넨버그'(실제로 그가 좋아하는 감독이기도 하다)로도 불리고 있는 그가 만들어 내는 영상은 과히 혁명적이다. <철남>에서 부드러운 유기체의 몸이 딱딱한 무기체인 철로 변해 가는 과정을 충격적 영상으로 담아냈다면, <동경의 주먹>에서는 몸이 찢기고 파열됨을 극단적으로 보여준다. 주먹은 화면을 뚫고, 육체를 지나 살과 뼈와 혈관을 관통한다. 영화는 동경이라는 거대한 도시에서, 몸에 대한 탐닉을 시작한다. 그 탐닉은 은밀히 드러나는 것이 아니라, 과감하게 찢고 파열시켜 겉으로 분출시킨다. 영화 내내 피부는 찢어지고 멍이 들고 부어오르며, 피는 분수가 되어 뿜어져 나온다. 이러한 영상은 빠른 카메라와 폭력적인 영화 테크닉으로 놀라운 속도감이 부여된다. 그래서 그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카메라가 휘청거리는 듯한 느낌을 주기도 한다. 여기에 과열하듯 과장된 사운드가 첨가된다. ![]() 우리가 느끼는 감각이 다 유쾌한 것은 아니다. 그리고 사람들 대부분은 유쾌한 것보다는 그렇지 못한 것에 더 관심을 두어 집중한다. 작년부터 유행하고 있는 엽기라는 말만 보아도 그렇지 않은가. 또 뉴스에서도 유쾌하지 않은 기사가 절반이상을 차지하지 않는가. 찢겨져 환기된 감각은 점점 미쳐 가는 도시에서 그래도 존재감을 느끼게 한다. 그러나 이들이 살아있음을 느끼려면 피투성이가 되어서야 가능하다. 영화 마지막에서도 이들의 피는 멈출 것 같지 않다. 츠다의 왼쪽 눈에서는 피가 계속해서 흐르고, 히즈루는 피어싱을 뜯어내며 피를 흘리고, 고지마 역시 링 위에서 피를 쏟는다. 그러나 피를 흘리면서도, 지하철은 타야 하고 빌딩 사이를 오가기도 해야 한다. 그렇게 살아가야 하는 곳이 동경 즉, 우리가 살아가야 하는 공간이다. 어쨌거나 피어싱을 하든, 때리든, 맞든 삭막하게 미쳐 가는 도시에서 사는 것은 너무나 어려운 숙제이다. 그래서 영화를 보는 동안 관객은 불편해 할 수밖에 없다. This article is from http://www.cineline.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