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세이 예스> 실험에 그친 공포영화


글: 이종열
2001년 09월 11일

<세이 예스>는 실험에 그친 공포영화다. 이제껏 '이유 없이' 물리적 공포(그렇게해서 심리적 공포까지 노리는)를 가하는 한국영화는 흔치않았다. 낯선 사람이 행복을 누리려는 연인에게 개입해 알 수 없는 폭력을 휘두른다는 <세이 예스>의 설정만큼 위협적인 것도 없다. 왜, 내가 이러한 일을 당해야하는지를 주인공도 모르고 관객도 모른다는 것은 최대의 공포인 것이다.

나도 고등학생 때 화장실서 교련복을 갈아입다, 어떤 녀석으로부터 이유없이 맞았다. 다음 주먹을 기다릴 때만큼 두려운 것도 없었다. 내가 왜 맞아야하지? 나중에 안 이유는 단순했다. 그는 선배였고 마후라를 빌려달라고 했는데 내가 반말로 "없어"라고 했다는 것.

<세이 예스>의 M도 단순히 '행복해 보인다'는 이유로 폭력을 행사한다. 이를 알기 전까지 주인공과 관객은 마냥 궁금하고 두렵다. 풀리즈…, 텔 미 더 리즌! 이처럼 여지를 남겨둔다는 점에서 <세이 예스>는 흥미로운 작품이 될 수 있었다.

그러나 나는 초장부터 마음에 들지 않았다. 추상미의 가증스러운 불어 발음도 그렇거니와 감독은 당최 멜로쪽엔 재주가 없어 보였다. 바닷가에서 장난치는 윤희(추상미)와 정현(김주혁)을 보면 몸둘 바 몰라진다. 박중훈의 진지한 듯 풀어놓는 연기도 받아들이기 힘들다. 무표정함 속에서도 어떤 증오와 광기를 느낄 수 있는, 잭니콜슨 같은 연기가 보여지지 않기 때문이다. 또 후시녹음도 공포현장과는 떨어져있게끔 하고 사지창으로 수차례 찔리고도 죽지 않는 M도 의아하다.

후반부 트럭으로 밀어붙이는 공포감은 신선했다. 하지만 <세이 예스>는 이처럼 물리적인 공포효과에서만 빛을 보는 것 같다. 꺾은 손가락 또 꺾고, 삽자루로 찍고, 동강난 모가지를 끌어안게 하는 자극! 그 누가 공포를 느끼지 않겠는가? 그러나 이런 것은 잠시 충격을 줄 뿐이다. 자이드롭에서 초고속으로 떨어지는 것 보다 꼭대기로 천천히 올라가는 순간이 더 두렵고 무서운 법이란 걸, 감독은 모르진 않겠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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