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스내치> 개와 돼지들
글: 양유창 2001년 03월 22일
사실 <록 스탁 앤 투 스모킹 배럴즈>라는 영화를 본 사람이라면 별로 새로울 것도 없는 얘기다. 그 영화가 이미 깨는 영화였기 때문이다. 브래드 피트와 베니치오 델 토로만 빼면 그놈이 그놈 같다. 이야기도 그 영화와 너무 비슷하다. 하지만, 그 영화를 봤건 안봤건 간에 <스내치>는 멋지다. 그리고 파워풀한 힘이 넘친다. 그 힘은 대개 브래드 피트로부터 나온다. 브래드 피트만 등장하면 영화가 활기로 가득차는 것이다. 제멋대로 돌아가는 카메라와 특히 미키 브래드 피트의 마지막 권투시합 장면, '사촌' 아비가 뉴욕과 런던을 왔다갔다하는 끝내주는 생략법, 그리고 초반부의 스피디한 인물소개 장면은 열이 날 정도다.
골로가는 새끼들. 돌덩어리 하나 때문에 뉴욕, 앤트워프, 아일랜드에서 런던으로 모여든다. 구멍나게 맞아도 안죽는 '블레이드(불렛)' 보리스, 도박 때문에 인생 조지는 '네 손가락' 프랭키, 데스매치 프로모션의 보스 브릭 탑, 브릭 탑의 꼬붕 무허가 권투 프로모터 터키쉬와 토미, 다이아몬드 찾으러 뉴욕에서 날아온 '사촌' 아비, 아비와 한패인 '총알 이빨' 토니, 어설픈 떼강도 흑인들인 비니와 솔, 한 방에 가는 '떡대' 더그, 아일랜드 집시 '한방' 미키, 그리고 고무공에다가 다이아몬드까지 삼켜버리는 강아지까지. 성질 더러운 놈들인 그들은 모두 제 멋에 살고, 노는 물도 다르다. <스내치>는 죽고 죽이고 어차피 결국 살아남는 놈이 다 챙기게 되어 있는 러시안 룰렛 게임처럼 관객을 강탈한다.
그렇다. 별 관계도 없는 놈들이 만나는 건 빌어먹을 다이아몬드 때문이다. 몇십만 파운드는 족히 나갈 것 같은 그 다이아는 '네 손가락' 프랭키 베니치오 델 토로가 멋지게 훔쳐서 보스인 '사촌' 아비에게 전달하려던 참이었다. 베니치오 델 토로는 옷을 빼입으며 한껏 여유를 부리지만 결국 그 다이아를 얼치기 흑인 놈들에게 뺏기고 러시아에서 온 '블레이드' 보리스에게 살해당한다. 런던구역 보스인 브릭 탑은 원래 다이아 같은 건 관심도 없었다. 그저 '떡대' 더그를 데리고 짜고치는 권투시합이나 할 참이었다. 그런데 일이 묘하게 꼬인다. 프랭키가 도박을 하려고 그 시합장에 들어가려 했을 때, 뒷모습을 그로 오인한 비니와 솔이 브릭 탑에게 잡힌 것이다. 브릭 탑은 48시간의 여유를 주고 이들에게 다이아를 가져오라고 한다.
다이아 따위 관심 없는 놈들은 또 있다. 터키쉬와 토미 그리고 미키와 아일랜드 집시들이다. 도대체 알아들을 수 없을 정도로 아일랜드 사투리를 심하게 쓰는 브래드 피트는 이 영화에서 단연 돋보인다. 잘나가는 권투선수도 그의 주먹이라면 한 방에 간다. 이미 <파이트 클럽>에서 갈고 닦은 실력이 아닌가. 그런 그가 브릭 탑에게 어머니를 잃더니 고민에 빠진다. 시합에서 져줘서 돈을 챙길 것인가 아니면 시합은 마음대로 하고 브릭 탑과 정면대결할 것인가. 어머니의 장례식날 그의 표정은 놀랍도록 침착해져 있었다. 쪽수로도 밀리지 않을 거라는 자신감이라고나 할까.
브릭 탑이 죽는 덕분에 터키쉬와 토미도 살 수 있었다. 아니, 산 게 다 뭐야, 개가 삼킨 다이아까지 챙길 수 있었으니 결국 최종적으로 땡잡은 건 터키쉬와 토미다.
영화는 몇몇 무리의 팀들과 그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왔다갔다 게임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리고 다이아몬드는 어디로 갔을까 궁금증을 유발하는 방법으로 구성되어 있다. <록 스탁 앤 투 스모킹 배럴즈>처럼 우리는 그들이 언젠가 한 장소에서 다시 만나서 피터지게 싸울 거라는 걸 안다. <스내치>는 관객의 상상력을 강탈하는 영화다. 말초적 화끈함으로 더 이상 상상할 여지를 남겨놓지 않는다. <스내치>는 <록 스탁 앤 투 스모킹 배럴즈>에서 한 단계 정도 전진한 영화지만, 사실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특별히 더 보여줄 것도 없고 더 드러내지 않은 것도 없기 때문이다. 스토리 뻔히 알면서도 그게 좋은 건 정신없이 흘러가는 속에서도 속도를 조절할 줄 아는 가이 리치의 연출력 때문이다. 아마 조금만 늦었으면 지루했을테고 조금만 빨랐어도 이해하기 힘들었을 스토리를 자연스럽게 풀어가는 솜씨를 보라. 관객을 골로가게 하고 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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