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비> 좋은 영화는 입에 쓰다

노처녀 vs 영화

<나비> 좋은 영화는 입에 쓰다 :::

노처녀 | 2001년 10월 2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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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약간 문학적 요소가 가미된 영화를 좋아한다. 풀어서 말하자면 약간은 사람들이 이해하기 어려운 것들. 극장 안에서는 미친 듯이 웃고 극장문 빠져 나오고 나서는 어? 라고 생각하기보다는 내가 상상하기 좋은 스토리를 지닌 영화를 좋아한다. 한마디로 말하자면 영화를 보고 시 같다고 생각하는 영화.

올해 하반기에 들어서 그런 영화를 몇 편 본 것 같다. '메멘토' 라든지 조금 있다가 얘기하게 될 '아멜리에' 그리고 지금 말하는 '나비'

노처녀는 나비를 두 번 보았다. 그러고 보니 내가 영화를 한번 이상 본 적은 처음이다. 예외가 있다면 메멘토. 하지만 메멘토는 진짜 몰라서 한번 더 보았던 거지 나비처럼 다 알면서 더 본 것은 아니었다.
처음에 나비를 본 소감은 환상 그 자체였다. 몽환 적이면서도 극장 문을 나오면서 나비 바이러스에 관한 상상을 마음껏 펼칠 수 있는 영화였다. 하지만 같이 보고 난 사람들의 반응은 이게 뭐지? 라는 반응이었다. 상영되는 중간 족족 나가는 커플들이며 조는 사람들. 그 사람들을 사이에 두고 "문승욱 만세" "나비 만세" 라고 외치는 노처녀는 완전히 바보 취급받았다.-_-

나비에 대한 의견은 각각 다르다. 지루하다, 환타지 적이다. 몽환적이다, 이해하기 어렵다 등등. 어떤 사람은 외국에는 "메멘토" 우리나라에는 "나비"라는 비유를 쓰기도 했다. 하지만 정작 나는 영화를 보면서 눈물이 나고 즐겁고 나중에는 산후의 시원함.(여기서 나는 애를 낳아보지 않았기 때문에 아니 애를 낳고 싶어도 혼자 낳을 수 없기 때문에 산후의 경험을 시원함이라고 표현했다.)을 경험했다. 하지만 주위사람들은 어리둥절 이라는 물음표를 머릿속에 감춘 채 총총히 사라졌다. 뭐가 그들을 이해 할 수 없게 만든 것일까? 영화 스토리? 아님 화면 속에 나타내어진 것들? 나는 영화를 보며 생각했지만 이 영화는 상당히 상징적인 면이 많다. (여기서 잠깐! 영화 '하나비'를 하시는지. 그 영화도 상당히 상징적인 모습이 많이 담겨져 있다. 나비를 보고 이해하기 힘들다 생각하시는 분들은 지금 비디오가게에 가서 '하나비'를 빌려 보도록! 그럼 영화 속에서 상징이라는 말이 조금은 이해하기 쉬울 것이다.)아직 영화를 보지 않은 사람들을 위해 예를 들어보자면 영화 속에는 물이 많이 등장하고 있다. 그 중에서 수영장 속에서 즐겁게 노는 안나와 유끼. 그들의 한때나마 즐거운 표정을 보여주게 한 수영장 깊은 물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내가 볼 때 그것은 어머니의 양수를 의미하는 것 같다. (이유를 알 고 싶으신 분은 영화를 필히! 볼 것. 조금이나마 이해하기 쉬울 것임.)

물론 지금 내가 한 말이 이해가 가지 않는 분도 있고 또 자기가 생각한 것과는 틀리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꼭 "그 물이 양수이다." 라고 증명된 것은 없다. (하지만 노처녀는 양수라고 생각하고 싶다. 안나는 아이를 잃어버린 우울함에 휩싸였을 때 수영장 물이 그녀를 기쁘게 했기 때문에 유끼 또한 짙은 산성비에 몸을 맞기듯 자신을 잃어버리고 싶었지만 그녀안에 또 다른 그녀가 들어가 있기 때문에 그 생명 때문에..)

우리는 영화를 보고 상상의 나래를 펼치며 감독은 그 모습을 보고 즐거워한다. 그런 점에서 나비는 고갈된 우리들의 상상력을 마음껏 펼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주었다. 디지털 카메라 기법 때문에 조금은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도 있겠지만 짜증 내지 말고 눈을 감고 상상해 보자. 그럼 마음과 뇌가 훨씬 가벼워 질 것이다.

내 얘기가 무슨 얘긴지 도통 이해가 되지 않는 사람도 있고 아니면 이해 가기 때문에 더더욱 영화를 보지 말아야 겠다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영화를 보던 안 보던 그것까지 내가 상관할 수는 없다. 하지만 좋은 약은 입에 쓰다. 라는 옛말과 같이 배꼽 잡을 만큼 웃기고 엄청 슬픈 영화에 중독되어 있는 우리들에게는 이런 영화는 하나의 쓴 약이 되지 않을 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