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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estivals : 부산 국제영화제 부산영화제 추천작: 아시아영화 8선 글: 박선이, 이동진 2000년 10월 06일 올해 5회째를 맞는 부산영화제는 이제 아시아권에서 첫손 꼽히는 영화잔치로 자리잡고 있다. 부산영화제에서 챙겨봐야 할 추천작들을 2회에 걸쳐 나눠 싣는다. ▶귀신이 온다 ‘햇빛 찬란한 날들’로 사람들을 깜짝 놀라게 했던 장원이 두번째 만든 영화. 흑백으로 찍은 이 영화는 올 칸 영화제에서 심사위원대상을 받았다. 태평양 전쟁이 막바지에 다다른 1944년 겨울. 중국 동북지방 시골 마을, 마다산이란 농부의 집에 한밤중 난데 없이 일본군 장교 둘이 포로로 던져진다. 순박하지만 의뭉스런 시골 농부들은 통제 수준을 넘어선 역사의 아이러니와 폭력에 직면한다. 극적인 결말이 인상적. 투박한 농부 마다산을 직접 연기하고 선 굵은 연출력을 보여준 강문은 이 영화로 중국 정부와 마찰을 빚었지만, 2000년대 중국 영화의 미래를 쥐고 있는 감독으로 이제 자리잡았다. ▶칠판 올해 스무살인 사미라 마흐말바프가 두번째 만든 영화. 올 칸 영화제에서 심사위원상을 수상했다. 이란 이라크 전쟁이 끝났지만 국경지대의 삶은 깨진 채 아직 회복되지 않았다. 학교에는 더 이상 학생이 오지 않는다. 학생을 찾아 길을 나선 두 교사는 문짝만한 칠판을 등에 업고 험준한 국경 지대를 떠돈다. 고향을 찾아가는 쿠르드족 난민 행렬과 만난 교사, 밀수꾼들의 노새(운반책)로 고용된 어린 소년무리와 만난 교사는 삶과 죽음이 멀리 떨어져 있지 않다는 것을 실감하게 된다. 험악하고 메마른 자연, 떠도는 노인과 소년들 이미지가 강렬하다. ▶순환 지난 달 초 베니스 영화제에서 황금 사자상을 받은 이란 영화. 압바로 키아미스타로 이래 세계 영화 시장에서 부쩍 눈길을 모으고 있는 이란 영화의 힘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영화는 문에서 시작해 문에서 끝난다. 그 한바퀴 순환을 통해 보여주는 것은 이란 여성에게 가해지는 억압. 빈곤과 매춘, 차별 대우 등 이란 여성들이 겪고 있는 현실은 이란 현대사의 결과이며 반영이다. ▶유레카 버스 납치 사건이 일어나고 운전기사와 아이 둘만 남고 모두 죽는다. 말을 잃은 아이들을 돌보러 찾아온 운전사. 그러나 살인 사건이 일어나면서 그에게 혐의가 씌워진다. 운전 기사 역을 맡은 야쿠쇼 고지가 굳은 표정 속에 숨은 따뜻한 마음을 호연한다. 3시간37분이란 상영 시간은 결코 짧지 않지만, 하얗게 부서지는 햇빛이 인상적인 화면과, 세사람의 상처가 치유되어가는 과정을 인상적으로 담고 있다. 올 칸 영화제에서 국제비평가 상을 받았다. ▶하나 그리고 또 하나 결혼식과 장례식의 상징적 대비는 많은 영화 감독들에게 매력적인 요소다. 삶과 죽음을 담고 있는 의식으로 그만한 게 더 있으랴. 영화는 결혼식으로 시작한다. 할머니, 중년의 부모, 그리고 10대 소녀, 철부지 소년... 이들 가족이 소란스런 중국식 가족의 전형을 보여주지만, 결코 오리엔탈리즘에 기댄 풍속도가 아니다. 메마른 도시의 삶. 소녀는 할머니의 사랑을 통해 세상과 친화되고, 할머니의 죽음은 한 세대의 마감을 알린다. 3시간 조금 못되는 러닝 타임 내내 시공간 이동이 많지 않지만, 일상의 디테일을 쪼개 들여다보는 감독의 눈은 명철하다. ▶레슬러 레슬링으로 우정을 다지던 두 사나이가 여자 때문에 갈라지는 이야기. 평화로운 자연에서 시작하는 이 푸근한 우화는 질투와 편견의 골을 만나면서 급류를 타며 비극적 종막을 향해 치달린다. 얼핏 지극히 동양적인 영화로 보이지만, 화면 구도나 상징의 활용에서 서양 예술영화역사의 적잖은 영향이 담겨있다. 난쟁이 기독교도 여자 등 사회적 소수가 차례로 희생되는 결말부의 메시지는 도움을 외치는 소리를 외면한 채 우애에서 분노로 바꿔 레슬링을 벌이는 두 남자의 모습에 고스란히 응축되어 있다. 인도의 대표적 감독 부다뎁 다스굽타의 신작으로 베니스 영화제에서 감독상을 받았다. ▶집으로 가는 길 장이모는 이 영화에서 대중영화와 예술영화의 정수를 한 작품 속에 함께 구현해 매듭 하나 없이 이어냈다. 시골 마을에서 펼쳐지는 교사와 동네 처녀의 지고지순한 사랑은 색깔들이 저마다 환호성을 지르는 화사한 컬러 화면 속에 지극히 대중적인 화술로 예쁘게 담겨 있다. 수십년 후 그 교사였던 아버지 장례를 어머니와 치르는 아들 이야기는 흑백 필름의 가난한 영상 속에 흡사 다큐멘터리같은 톤으로 표현됐다. 눈보라치는 가운데 사람들이 관을 메고 길을 떠나는 라스트신 감동은 대중영화와 예술영화의 이분법적인 구분을 뛰어넘어 영화란 매체가 감성으로 받아들여야 할 것임을 웅변한다. (조선일보) This article is from http://www.cineline.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