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Festivals : 부천 판타스틱 국제영화제 | | | | |
 재즈 온 시네마, 재즈 온 잔디밭 :::
라인지기 | 2000년 07월 16일
조회 1201
잔디밭 위에 누워 트럼펫 연주자의 불룩하고 빨간 볼을 바라보며 듣는 재즈는 한 여름 밤이 만들어낸 작은 마술이다. 비가 설핏 내려 축축해진 잔디 위에 습기를 피하려고 작은 종이 몇 장을 깔고 서로 기대어 앉은 연인이나, 짤막한 반바지에 팔이 다 드러난 셔츠 차림의 남매를 데려와 자리를 깔고 앉은 젊은 부부에 이르기까지 15명의 빅 밴드가 만들어 내는 시원시원한 음색의 재즈를 즐기는 부천사람은 다양하고 또 많았다.
영화제의 세 번째 밤, 파란 잔디밭 위에서 펼쳐지는 '그린 콘서트'의 둘째 날 밤은 마치 정말로 음을 고르는 연주자들의 모습을 그린 듯한 곡 '튜닝 업'으로 시작되었다. 척 맨조니의 후루겔 혼 연주로 유명한 곡 '필 소 굿(Feel So Good)'의 첫 부분은 때마침 들어 온 주황색 조명과 잘 어울리는 감흥을 만들었고, '캐러반'이란 이름의 곡 중간에 사막에서 목이 말라 죽어가는 낙타의 모습을 그린 부분을 연주하던 재즈피아니스트 신관웅 씨는 잠깐 몸의 중심을 잃을 정도로 열정적이었다. 주로 "In The Mood"나 "New York New York", "Sing, Sing, Sing"같은 유명한 재즈곡을 브라스를 중심으로 하는 빅밴드 스타일로 편곡하고, 중간중간 놀라운 연주 실력을 가진 세션의 애드립으로 채워 넣은 그들의 음악는 연주곡을 알거나 모르거나와 관계없이 그 자리에 모인 다양한 사람들이 마음을 풀고 음악에 녹아들게 했다. 리듬에 맞춰 박수소리는 커지고, 여름밤 잔디밭은 환상적이 되어갔다.
부천 시청 앞 잔디 광장에서 거대한 에어 스크린에 비춰지는 영화를 보는 야외 상영 행사에 앞서 펼쳐지는 다양한 공연들이 '그린 콘서트'라는 이름으로 판타스틱한 영화제 '부천'의 한 부분이 되었다. 지난 15일에는 타악기와 해금, 거문고, 가야금, 콘트라베이스라는 기묘한 결합이 만들어 내는 프리 스타일의 퓨전 콘서트가 세계적인 타악기 연주자 김대환 씨의 리드로 연주되었고, 18일에 펼쳐질 뮤직마임과 마술 쇼, 각종 힙합 대회의 우승자들이 함께 모여, 다양한 춤을 보여주는 Hip-Hop이 무대에 올려지는 19일, 20일의 장사익과 노름마치, 이졍열, 서우영 등이 준비하는 포크 페스티발까지 다양하고 화려한 행사가 잔디밭에서 펼쳐진다는 이유만으로 하나의 묶음을 이루었다. 틀을 깨고 형식을 거부하는 PiFan2000의 주제에 어울리는 부천다운 프로그램이다. 각 공연마다 여름밤을 잔디밭에서 가족과 함께 즐길 수 있는 영화들이 곁들여 지는데, 4번째를 맞이하는 부천영화제의 가족영화 섹션 부문의 작품인 <바벨>, <쉐딜>을 비롯하여, 페스티발 레이디 배두나가 출연한 한국영화 <플란다스의 개> 등이 함께 마련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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