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번지점프를 하다> 이은주 인터뷰 :::

양유창 | 2001년 01월 28일 조회 4836
기획단계부터 퓨전멜로 영화라고 소개된 독특한 소재의 작품인 <번지점프를 하다>가 개봉을 앞두고 있다.
2000년 화제작이었던 <공동경비구역 JSA>와 <오! 수정>으로 각각 스타덤에 오른 이병헌과 이은주의 캐스팅으로 눈길을 끈 이 작품은 한동안 충무로에서 '훌륭한 시나리오'라고 극찬받으며 영화화 1순위에 오르기도 했다.
충무로에서 조감독 생활로 잔뼈가 굵은 신인 김대승 감독이 신인답지 않은 호흡 긴 연출을 선보이고 있는 이 작품은 최근 개봉된 <나도 아내가 있었으면 좋겠다>와 <하루>의 뒤를 잇는 2001년 멜로드라마로 손색이 없다는 평가.
순수하고 영원한 사랑이라는 소재를 동성애적인 코드로 표현한 탓에 언론에서는 동성애 영화가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했지만, 정작 영화를 만든 당사자들은 이 영화를 동성애가 아닌 영혼에 관한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로 보아주었으면 한다는 바램이다.
광화문 아트큐브에서 열린 두 번째 기자 시사회가 끝난 후 이은주와의 간단한 일문일답을 가졌다. 그녀는 자리에 앉기도 전에 '영화 어땠어요? 슬프죠?'라고 조심스레 물어왔다. 비록 짧은 시간이었지만 <번지점프를 하다>에 대한 그녀의 애정을 읽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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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번지점프를 하다'의 소재가 소울 메이트에 관한 이야기잖아요? 이은주씨는 영혼의 사랑을 믿으세요?
 | 태희 역의 이은주 | "네. 다른 사람은 몰라도 저는 믿어요. (이렇게 말하며 간단하게 들려준 에피소드 한 토막) 영화 촬영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강아지 2마리를 키웠어요. 얼마후 한 마리가 세상을 떠났죠. 세상에 남은 한 마리가 외로울 것 같기도 하고, 이런저런 이유로 다른 강아지를 한 마리 더 데려다 키웠어요. 그런데 믿기 어렵겠지만, 나중에 데려온 강아지가 죽은 강아지와 어쩌면 그렇게 모든 게 똑같던지 아, 이게 바로 소울 메이트일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 영화 <번지점프를 하다>와 같은 사랑을 어떻게 생각하세요?
"한 사람의 영혼까지 사랑한다는 게 그리 쉽지는 않겠지만 저도 그런 사랑을 해보고 싶어요. 슬프고 아름다운 그런 사랑, 그리고 영원한 사랑..."(그녀가 <오! 수정>에 이어 <번지점프를 하다>를 선택한 이유는 너무나 독특한 소재 때문이라고. 시나리오를 읽다가 "어, 중간에 태희가 왜 죽지"라고 생각했고, 그것이 사랑의 안타까운 윤회(輪廻)의 시작이라는 사실을 확인하는 순간 가슴이 뭉클했단다.)
- 자의든 타의든 영화가 논란이 될 것 같은데, 관객들에게 직접 설명할 기회가 된다면 어떻게 말하시고 싶으세요?
"저도 고민하다가 얼마전 해답을 찾았어요. 겉모습만을 보고 동성애 논란이 일어나는 것 같아요. 하지만 두 사람의 영혼을 본다면 그런 논란은 없을 거예요. 결국 사랑하는 사람의 성(性)이 뒤바뀌어도 '인우'는 '태희'의 영혼을 사랑하는 거죠."
- 별명이 '얼음 공주'라는데, 이번 작품을 통해 선보인 이미지는 발랄하고 따뜻합니다. 스스로 생각하는 실제 성격은 어떻습니까?
"음...전 양면성을 가지고 있어요. 둘 다 저의 모습이라고 할 수 있죠. 실제 생활에서도 감정이 폭이 너무 크고 잦아요. 하루에도 열 두 번도 더 변덕을 부리거든요." (덕분에 집에서의 별명은 '변덕쟁이'가 돼버렸단다. 그녀에 대한 이미지는 저마다 다르다. 어떤 사람은 차갑다고 하고, 어떤 이는 따뜻하다고 말한다. 본인은 둘 다 포기(?)할 수 없는 자신의 모습이라고.)
- 극중 파트너 이병헌씨와의 호흡은 어땠습니까?
"이병헌씨와는 이미 [백야 3.98]이란 드라마를 통해 만나긴 했지만 파트너로 연기하기는 처음인데, 사실 첫 인상은 무서웠어요. 하지만 이번 작품을 통해 연기지도를 많이 받았습니다. 특히, 저에게 편안하게 해주려 많이 노력했고 무엇보다 즐겁게 촬영을 마칠 수 있어서 좋았죠."
- 촬영기간동안 고생이 심하셨을 텐데, 가장 힘들었던 순간은 언제였습니까?
"육체적으로 힘들었던 점은... 영화를 보시면 아시겠지만 극중 비가 많이 내리거든요. 그 비를 맞으며 연기를 하는 게 가장 힘들었죠. 게다가 10월에 여름장면이었으니..."(<번지점프를 하다>에는 유난히 비 내리는 장면이 많다. 3일 밤동안 배우들 위로 비가 내렸다고. 반소매만을 걸친 채 촬영 내내 젖어 있어야만 했던 배우들의 고생은 말로 안해도 대략 짐작이 간다.)
- 쉴 때는 뭐하시면서 지내세요?
"주로 혼자 있어요. 책보고, 운동하고, 피아노 치고, 비디오 빌려보고... 특히, 피아노 치는걸 좋아해요. 5살 때부터 엄마 손에 이끌려 피아노를 치기 시작했는데 그게 어느덧 15년을 훌쩍 넘겼네요. 원래 꿈은 피아니스트였어요. 하지만 우연한 기회를 통해 지금까지 연기를 하게 됐죠. 앞으로 피아노가 등장하는 영화가 있다면 꼭 출연해보고 싶어요."
- 앞으로 도전해보고 싶은 역할이 있다면 어떤 배역이죠?
"드라마 [카이스트]를 통해 표독스럽고 차가운 역할을 너무 많이 했거든요. 그래서 이젠 <미술관 옆 동물원>의 '춘희'같은 역할을 해보고 싶어요. 털털하면서도 알고 보면 섬세한 감수성을 지닌 그런 배역이요."
- 참, 번지점프는 해보셨어요?
"극중 마지막 장면인 뉴질랜드에서는 아쉽게도 못했어요. 하고 싶었는데... 대신 한국에서는 한번 해봤죠. 뉴질랜드에서도 해보려고 했었는데 번지점프 장소에 8명밖에 못 올라간다기에 아쉽지만 다음기회로 미뤘죠."
지금까지 이은주의 이미지는 '쌀쌀하고 이기적'인 쪽에 가깝다. 하지만 앞으로는 따뜻하고 발랄한 모습이 더해져야 할 것 같다. '이렇게 밝은 캐릭터의 인물은 처음'이라며 관객들과 설레는 만남을 기다리고 있는 그녀의 얼굴에서 차가운 모습은 이미 찾아볼 수 없었다.
마지막으로 <번지점프를 하다>의 김대승 감독이 관객들에게 전하는 메시지. "1000명이 보면 1000개의 메시지를 가질 수 있는 영화"라며 정형화된 틀에 끼워 맞춰 이 영화를 보지 말아달라는 당부를 잊지 않았다.
(인터뷰: 조은성 / 자료협조: Join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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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양유창 마음으로부터 그림을 그립니다. 무의식으로부터 시를 씁니다.
비밀스럽게 여행을 떠납니다.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노래를 부릅니다.
운명과 미래를 혼동하지 않습니다.
무심코 떨어뜨린 책갈피에서 21세기가 느껴집니다. 그곳은 슬픈 신세계입니다.
이별이란 말은 너무 슬퍼 '별리'라고 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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