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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itation of Life


<사랑도 통역이 되나요?> 열광할 필요있나? :::


양유창 | 2004년 02월 13일
조회 9601



소피아 코폴라의 이 영화가 요즘 미국에서 인기라고 합니다. 도대체 왜일까요? 무척 궁금합니다. 기대를 갖고 영화를 보았습니다. 하지만 모르겠습니다. 왜 이 영화가 주목받고 있습니까? 왜 오스카상 후보에 올랐습니까? 뭐 오스카에 오르건 뺐?좋은 영화의 기준과는 무관하지만 그래도 궁금하군요. 왜 이 영화에 열광하는지.

오리엔탈리즘이야말로 이 영화의 키워드입니다. 도쿄에 온 두 명의 미국인에 비친 일본은 답답하고 참 심심한 곳입니다. 낯선 문화의 틀에 갇혀 불면증에 시달리는 이들은 서로 공통점을 발견하고 낯선 문화 속에서 자신만의 소통방법을 찾아냅니다.

낯선 땅에서 피어나는 우정 혹은 사랑은 그러나 단지 그곳이 일본이기 때문에 그렇게 절실한 것은 아닙니다. 20대와 50대의 그들은 저마다 다른 권태에 빠져 있고 그 권태에서 탈출하기 위해 일본이라는 낯선 땅은 오히려 좋은 핑계거리에 불과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영화는 아무리 좋게 봐주어도 그저 평범한 리차드 린클레이터식 러브스토리에 불과합니다. 미국 친구들과 브레이크댄스 따위의 얘깃거리로 술마시는 것은 따분하고 일본인 친구들과 가라오케식으로 즐기는 것은 재밌다라는 지극히 취향적인 문제가 이 영화의 주제가 되어서는 곤란하기 때문입니다. 사실 미국인의 입장에서야 그게 재미있고 솔깃할지 몰라도 노래방 문화에 진저리난 이쪽 입장에서는 아주 시시해 보입니다.

불행하게도 영화는 취향의 문제를 계속해서 물고 늘어집니다. 불교를 제외한 일본의 거의 모든 것이 우스꽝스럽게 그려지고 있습니다. 명함만 건네는 일본식 첫인사부터 키가 작은 샤워기, 일본식 영어발음을 못알아듣는 에피소드, TV 토크쇼 프로그램에 대한 조롱 등 여행자가 개인적으로 느낄 만한 부분들, 그러나 공개적으로 드러내기를 꺼려하는 것들에 대해 영화는 과감히 콧방귀를 뀌어대고 있습니다.

이래도 되는 걸까요? 이것은 옳은 것일까요? 하지만 생각해보면 미국영화에서는 인물들이 이런 종류의 말을 많이 합니다. "텍사스는 내가 가본 최악의 도시야"라거나 "뉴욕에서도 사람이 살 수 있었나?" 등등. 이 영화는 그 무대를 일본으로까지 확장시켰다고 볼 수 있겠군요. 문제는 그게 단순히 멕시코나 브라질이 아니라 일본인 까닭에 훨씬 더 많은 변화가 느껴지고 그게 곧 영화의 모티프가 되었다는 점이지요.

<판타스틱 소녀백서>의 스칼렛 요한슨과 <사랑의 블랙홀>의 빌 머레이, 그리고 <보일러 룸>에서 주인공으로 나왔던 지오바니 리비시가 출연합니다. 스칼렛은 더 성숙하고 아름다워졌으며, 코미디 연기로 익숙한 빌은 시종일관 인상을 찌뿌리며 주름살을 자랑하는 탓에 초라해보입니다.

<사랑도 통역이 되나요?>는 나쁘지 않은 영화입니다. 그러나 손가락을 치켜들고 열광할 만한 영화는 아닙니다. 굳이 비교하자면 <비포 선라이즈>의 도쿄판 정도라고 해두죠. 도쿄가 갖는 이국적인 매력이 미국인들을 자극하는 것 외에 특별히 이 영화를 더 주목해야할 이유를 찾지 못하겠군요.






양유창
마음으로부터 그림을 그립니다. 무의식으로부터 시를 씁니다.
비밀스럽게 여행을 떠납니다.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노래를 부릅니다.
운명과 미래를 혼동하지 않습니다.
무심코 떨어뜨린 책갈피에서 21세기가 느껴집니다. 그곳은 슬픈 신세계입니다.
이별이란 말은 너무 슬퍼 '별리'라고 말합니다.

BLOG: rayspace.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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