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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itation of Life


<보일러 룸> 월 스트리트의 반대말 :::


양유창 | 2004년 02월 09일
조회 9918


<보일러 룸>이라는 영화가 있다. 처음 알았다. 이런 영화가 있다는 것을.
지금 KBS 명화극장을 통해 보았다.

우연히 채널을 돌리다가 오프닝 크레딧이 너무 인상적이라 보기 시작했는데
처음부터 끝까지 채널을 돌릴 틈을 주지 않을 정도로 긴장감이 넘쳐흘렀다.

베넷 월시가 기획을 했다는 것과 빈 디젤, 그리고 벤 애플렉이 우정출연한다는 것 빼고는
아는 이름이 전혀 없다. 주연배우나 감독 등 낯선 이름의 미국영화다.

얘기는 이렇다. 이제 갓 스무살이 되었을 법한 청년이 있다.
평생 회사 다니며 썩느니 한탕 크게 하는 게 소원이다.

그래서 자기 집에 카지노를 차려놓고 사업을 하기 시작한다.
불법 도박판이지만 현금 세는 재미가 쏠쏠하다.

그런데 이 사실을 알게 된 부모, 특히 아버지와의 사이가 불편해졌다.
어떻게든 나름대로 가치있는 일을 해보고 싶은 주인공..

어느날 카지노에 두 남자가 찾아온다. 그들은 그에게 제안을 한다.
백만장자가 되어보지 않겠느냐고. 불법 카지노로 평생 먹고 살 수 있겠느냐고.
그래서 시작하게 되는 일은 바로 증권 브로커.

흑인들이 마약상으로 떼돈을 번다면
백인들이 하는 마약은 바로 주식거래다.

그래서 입사하게 된 회사가 바로 JT Marlin.
JP Morgan과 이름만 흡사할 뿐 사실 유령 주식 팔아서 사기치는 회사다.

면접관으로 등장하는 벤 애플렉은 이렇게 말한다.
딱 3년만 여기에서 열심히 일하면 백만 달러를 벌 수 있다.
내 나이 이제 겨우 스물 일곱이지만 여기서는 노땅 취급을 받는다.
지금 페라리를 몰고 있고 인근에 대저택이 하나 있다.
집에 가서 곰곰히 생각해보고 돈 벌고 싶으면 다시 오라고.

회사의 직원들은 실제로 엄청난 커미션을 챙겨 돈을 긁어모으지만 제대로 쓸 줄은 모르는 얼뜨기들이다.
마이클 더글라스와 찰리 쉰이 나오는 <월 스트리트>를
대사 토씨 하나까지 다 외우는 그들은 스스로를 증권브로커라고 굳게 믿는,
하지만 실제 골드만 삭스나 JP 모건의 브로커를 만나면 열등감에 빠지는,
돈 많은 사기꾼들이다.
물론 사장과 팀장 몇 명을 제외하고는 그들이 실제로 팔고 있는 주식이 진짜 회사인지 아닌지 잘 모른다.

갓 입사해서 천부적인 재능으로 엄청난 고객을 끌어모으는 주인공.
하지만 그는 어느날 우연히 이 회사가 거대한 사기집단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자신이 팔게 될 주식회사를 직접 가보니 그 회사는 이미 문닫은 상태였던 것.

설상가상으로 FBI의 수사망에 포위된 주인공은
이제 회사를 빠져나와야 하는 기로에 처해 있다.
그리고, 회사를 빠져나오면서 회사를 속여 마지막 한 건을 처리해내 돈을 빼돌린다.

이 모든 상황이 긴박감 넘치게 그려져 있는 영화 <보일러 룸>.
영화 속에 실제 '보일러 룸'은 등장하지 않지만 아마도 이것은 주인공이 처한 상황을 설명하는 단어일 것이다. 혹은 '월 스트리트'의 반대말일 수도 있겠고...

결국 주인공은 아버지의 반대에 카지노를 폐쇄하고 직장을 잡았지만
그 직장이 사기집단임이 밝혀지면서 오히려 아버지와의 관계가 더 소원해진다.

이 영화의 재미는, 주인공이 입사한 회사가 거대한 사기극을 꾸미고 있다는 사실을 하나씩 밝혀내는 과정에 있다. 영화 속에서 무언가 알지 못하는 비밀이 있고 또 그 음모를 밝혀내는 것은 항상 흥미진진하지 않은가.

영화 속의 영화로 등장하는 <월 스트리트>가 화려한 배역으로 화려한 뉴욕 주식시장을 그렸다면, <보일러 룸>은 <월 스트리트>의 반대편에서 생소한 배역으로 뉴욕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서 주식을 불법 중개하는 브로커들의 생활을 그리고 있다.






양유창
마음으로부터 그림을 그립니다. 무의식으로부터 시를 씁니다.
비밀스럽게 여행을 떠납니다.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노래를 부릅니다.
운명과 미래를 혼동하지 않습니다.
무심코 떨어뜨린 책갈피에서 21세기가 느껴집니다. 그곳은 슬픈 신세계입니다.
이별이란 말은 너무 슬퍼 '별리'라고 말합니다.

BLOG: rayspace.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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