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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인 윤석화 - 그녀가 살아가는 법


글: 양유창
2000년 05월 05일

무엇이 높고 낮다는 것으로 평가하기 보다는 '따로 또같이' 바라보는 게 필요합니다. 저에게 있어서 연기의 최종적인 목적은 인간성의 승화입니다. 인간성이 승화되면 그 인간이 엄청난 꿈과 비젼을 가지면서 세상에게 생각하게 해주고 결국 전체적인 인간성의 승화가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일상에서 벗어나서 뭔가 위대한 것으로 감동시키는 것 그것이 제가 꿈꾸는 이상적인 연기입니다.

무대에서 당당한 여자 윤석화

연극인 윤석화씨를 만났다. 당당하게 한국 연극계의 스타로 자리잡은 그녀. 자신감 있는 어투 속에 그녀 인생이 녹아 있었다. 그녀는 그녀의 인생관과 연극 이야기를 모놀로그 형태로 이야기해주었다.

* 연극의 정의
- 사실 제가 연극이 무엇이다라고 말할 수 있는 처지는 아닌 것 같습니다. 저도 지금 알아가는 과정이고, 아직 뭐라고 말할 수 있는 위치에 서있지도 않아요. 그렇지만 지금 이자리에서 이렇게 대화하는 것, 따뜻한 대화, 즉 서로의 마음의 간격을 좁히는 게 예술의 역할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서로의 대화를 통해서 무엇인가를 변화시키는 것, 저는 예술이 무엇인가를 변화시킨다는 것을 믿습니다. 그리고 그것이 제가 왜 연극을 하는가의 이유이기도 하구요.
어쨌든 연극이 무엇인기 얘기하기전에, 제가 연극도 해보고, 드라마도 해보고, 영화도 한편 해보았는데, 그 경험을 한번 얘기해보겠습니다. 사실 영화는 <레테의 연가>라는 건데, 영화는 연출자와 편집의 예술이라고 해야할 것 같습니다. 제가 영화에서 연기를 할 때는 제가 표현하고자 하는 인물의 심리상태나 곡선에 따라서 카메라의 각도를 자유롭게 변화시킬 수 있죠. 이에 비해서 연극은 배우의 예술입니다. 연출자가 어떻게 큰 줄기를 잡던 결국 관객에게 보여지는 것은 배우이기 때문에 배우가 그 무대 위에서 어떻게 하는냐가 중요한 것이죠. 이것은 단순히 연극 뿐만이 아니라 무대예술이라고 일컬어지는 모든 장르들이 다 포함됩니다. 어쨌든 결국 연극은 배우의 몫이고 연습을 하는과정을 통해서도 배우가 차지하는 부분이 큽니다.

* 순수 예술과 대중 예술
- 연극과 영화와 TV와의 차이점에 대해서 말하자면, 우선 우리의 순수예술과 대중 예술과의 관계에 대해서 이야기 해봐야합니다. 순수예술과 대중예술과의 관계는 나무를 통해서 비유할 수 있습니다. 순수예술은 나무의 뿌리와 같은 존재이고, 대중 예술은 그 가지와 잎사귀와 같은 존재라고 생각합니다. 즉 나무에서의 뿌리의 힘, 즉 순수 예술을 깊게 가지면 가질수록 대중 예술은 더 잘 자랄 수 있습니다. 순수 예술은 생각하는 힘입니다. 사실 역사적으로 볼 때 역사의 발전은 다수의 대중이 아니라 소수의 지성인들에 의해서 이끌어져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즉 우리 시대를 끌고 나가는 힘도 소수의 인식과 가치가 있는, 생각할 것을 생각하고 사는 지성인들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나무의 뿌리는 잘들어나 보이지는 않지만, 나무를 지탱해주는 힘이 있고, 앞으로 뻗어나갈 가지를 뒷받침해 줄 수 있는 능력을 키우듯이, 순수 예술이 있어야 하는 이유는 단순히 우리의 행복을 위해서만이 아니라 우리의 후세들의 행복을 위해서, 문화의 향유를 위해서 더욱 필요하고, 그 문화의 기반을 지키는 힘이 되는 것입니다. 세계를 통틀어보더라도 순수예술의 깊이가 깊은 나라의 문화는 지속적이고 깊습니다. 그렇지만 순수예술의 깊이가 얕은 나라에서는 문화는 trandy 해질 수 밖에 없습니다. 여러가지 말들 특히 grobal이라는 말로 여러 나라의 문화가 들어오는 것에 대해서 긍정적으로 설명하는데, 그래도 우리 것, 특히 우리나라의 순수예술은 있어야 하지 않겠나 하는 생각이 들지만, 아쉽게도 우리나라의 순수 예술은 그 깊이가 너무 얇습니다. 또한 우리나라에서 순수 예술과 대중 예술은 예술인들끼리 서로 소통하고 공유하는 것이 아니라 분리되는 경향을 띠고 있습니다. 그게 우리 나라의 문화와 예술의 발전을 저해하는 것이고, 빨리 개선되어야 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 예술
- 예술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느냐고 묻는다면, 저는 이렇게 대답하고 싶습니다. 예술은 이상한 것이라고요. 사실 백남준씨가 처음 video art를 시작했을때 그와 그의 작품은 이상한 것이라고 생각됐습니다. 저의 경우도 어쩌면 비슷한데요, 제가 처음 [신의 아그네스]로 돌아왔을 때 우리나라 연극계에서 스타라는 것이 없었습니다. 저부터 연극에서의 스타라는 개념이 시작되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스타는 소중한것입니다. 그렇지만 사회나 관객들이 어떠한 시선으로 스타를 바라보고 lead 해주는가가 중요합니다. 단순히 사회의 필요에 의해서 만들어지고 소모되어버리는 지금같은 상황에서 진정한 의미의 스타는 존재할 수 없습니다. 우리나라에서 굉장히 문제가 되는 것은 경제적인 면 뿐만 아니라 정신적인 면에서의 빈부현상입니다. 극히 이분법적인 순수 예술과 대중 예술의 분리가 문제고 무엇이 이 둘을 만나게 할 수 있는냐가 빨리 찾아져야한다고 생각합니다.

* 연기관
- 연기는 어떤 시대냐, 어떤 -ism이 주를 이루고 있는가, 또 어떤 장르가 유행되고 있느냐에 따라서 다릅니다. 예술가는 연기자는 꿈을 주고 소망을 주는 사람일 수 있습니다. 만약 어떤 멋진 여배우가 있다고 합시다. 이를 본 어떤 아저씨가 그 배우를 보고 아 저 아가씨와 자고싶다(?) 라는 욕망을 불러일으켰다고 합시다. 그 자체로 그 배우는 아저씨에게 소망을 준 것입니다. 이것은 대단한 선물이고, 예술을 보는 많은 관객들에게 궁극적으로 필요한게 아닌가 생각이 듭니다. 여러 배우들이 있는데요 심혜진씨를 예를 들면 굉장히 일상적인 연기를 합니다. 또한 전원주씨와 같은 배우들고 있고, 뭐 불륜을 다뤘다 어쩠다 하지만 아침드라마와 같은 장르들도 있습니다. 이 모든 배우들과 장르들을 무엇이 높고 낮다는 것으로 평가하기 보다는 '따로 또같이' 바라보는 게 필요합니다. 저에게 있어서 연기의 최종적인 목적은 인간성의 승화입니다. 인간성이 승화되면 그 인간이 엄청난 꿈과 비젼을 가지면서 세상에게 생각하게 해주고 결국 전체적인 인간성의 승화가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일상에서 벗어나서 뭔가 위대한 것으로 감동시키는 것 그것이 제가 꿈꾸는 이상적인 연기입니다. 또한 배우는 그 사람이 지나온 인생의 역정, 기억들, 자극들이 느껴져나와야 진정한 연기가 보여진다고 생각합니다. 그렇지만 그렇게 볼 때 우리나라 배우들은 많이 미숙한 편이죠. 저는 나름대로의 dignity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우리나라와 같은 상황에서 저와 같은 배우가 살아남기란 좀 쓸쓸한 일이죠. 우리 사회의 한탕주의나 싹쓸이판과 같은 예술체계를 가진 데서 말이에요.

* 매너리즘
- 배우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인내입니다. 제가 무대에 서는 이유를 알게 되기까지 꼬박 9년이라는 시간이 걸렸습니다. 처음 우연하게 [꿀맛(Taste of Honey)]이라는 연극을 통해서 데뷔했고 희곡도 재밌을 수 있구나 라고 생각 했고 아무생각 없이 연극을 했습니다. 그렇지만 아무생각없이 서게 되면서 부딪히게 되는 벽앞에서 저는 유학을 결심했고. [신의 아그네스(The Agnes of God)]를 통해서 제가 무대에 서고 배우인 이유를 알게 된 것입니다. 불특정다수의 관객들과 배우들이 만들어내는 교감을 통해서 시너지 효과로써 나를 주체할 수 없게 만드는 에너지는 결국 관객들기 때문에 관객들은 제가 매너리즘에 빠지려고 할 때 마다 저를 서있게 해주고 그러면에서 저는 너무 감사합니다.

* VISION
- 사실 월간 [객석]을 인수한 것에 대해 저는 정말 후회를 하고 있습니다. 사실 제가 배우로써의 인생만으로도 너무 힘든데 제가 모르는 이런 세계속에서 어떻게 해야할까 정말 고민이 됩니다. 그렇지만 지금껏 제가 연극을 시작할때도 그랬고, 남편을 만났을 때도 그랬고, 저는 무모함속에서 살아왔습니다. 정말 후회스럽긴 하지만, 저는 [객석]을 제가 없이도 살아남을 수 있을 때까지 지킬 것입니다. 앞으로 일본어판, 중국어판의 객석도 계획하고 있고, 인터넷 media도 계획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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