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메리칸 싸이코> 감독 메리 해론과의 인터뷰
글: 라인지기
2000년 10월 1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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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첫 살인장면을 읽다가 책을 덮어버렸다. 너무 끔찍했다. 한 달쯤 지나서 겨우 용기를 내 다시 읽기 시작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이 소설이 단지 잘려진 머리통을 가지고 섹스를 하는 미친 놈 얘기가 아니라 배금주의를 비판한 통렬한 풍자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Q: 이 소설을 영화로 각색하기로 결정했을 때, 어떤 점에 관심을 가졌는가?
A: 나는 패트릭의 성격보다 그가 속한 월스트리트 여피족의 라이프 스타일에 주목했다. CEO 회의실에 모여 명함의 질감과 글씨체, 종이의 두께, 광택이나 비교하고, 나아가 의상 디자인, 사무실, 연봉, 고급 레스토랑의 테이블 위치까지 비교하면서 우월감과 열등감을 느끼는 물신숭배주의에 강한 흥미를 느꼈다.
Q: 데이빗 크로넨버그나 올리버 스톤도 '사이코' 영화에 손을 댔지만 제대로 표현해내지 못했다. 부담은 없었나?
A: 많이 갈등했다. 왜냐하면 이 프로젝트는 정말 위험하고, 언제 폭발할지 모르는 폭탄이나 다름 없었으니까. (실제로 그 책이 캐나다의 악명높은 살인마 폴 베르나르도의 침실에서 발견된 사건 때문에, 영화 촬영 중 모방범죄를 우려하는 시민들이 토론토에서 항의 시위를 벌였다.)
Q: 캐스팅에 대한 제작사와의 의견충돌로 한때 작품을 그만두려 했다고 들었는데?
A: 난 제작자들의 지독한 압력에 시달려야 했다. 난 패트릭 역에 크리스찬 베일을 캐스팅해 놓고 있었는데, 에드워드 R 프레스만(제작자)은 스타의 이름 값만 생각하고 디카프리오만 고집했다. 난 화가 나서 소리쳤다. "미쳤어요? 레오는 그 역을 소화 못해요! 게다가 그의 소녀팬들은 이 영화를 볼 수도 없다구요!" 남편(존 월쉬 감독)이 날 위로해 주었다. "<메리 라일리>에 출연한 줄리아 로버츠도 디카프리오 처럼 제일 잘 나가는 배우지만, 그녀만 출연 안 했다면 <메리 라일리>도 꽤 괜찮은 영화가 됐을거야."
Q: 이 영화는 NC-17 판정을 받았는데, 내용이 너무 잔혹하고 선정적이지 않은가?
A: 내 생각에 <양들의 침묵>이나 <쎄븐>은 정말 폭력적이었다. 하지만 아무도 헐리우드 메이저영화를 걸고넘어지지 않는다.
Q: 세상에 영화 <아메리칸 싸이코>를 내놓을 필요가 있는가?
A: 그럼 <유브 갓 메일>같은 영화가 우리에게 필요한가? <유브 갓 메일>이 이 세계를 보다 나은 세상으로 만들어 주었나? 난 도덕주의자가 아니다. 난 원초적인 공포에 관한 스토리에 끌린다. 이 영화가 바로 그런 것이다. 난 의식의 심연에 깊숙이 자리잡은 폭력에 대한 악몽을 이 영화에 담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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