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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itation of Life


<데드맨>에 바치는 헌정시 - 죽은자의 꿈 :::


양유창 | 1999년 11월 01일
조회 9821


죽은자의 꿈

건조하게, 염세적으로, 바깥에서 미국사회를 바라보는 시선-그것이 짐 자무쉬의 영화세계이다. <데드 맨>은 문학청년을 꿈꾸던 짐 자무쉬가 파리의 씨네마떼끄 프랑세즈에서 영화를 접하며 영화언어에 매혹된 이후, 내부인으로서 혹은 이방인으로서 자신을 지탱하고 있는 미국을 은유적으로 그려낸 영화이다. 죽음으로 향하는 기차를 타고 '머신'이라는 미지의 마을로 발령받은 윌리엄 블레이크는 그를 동명의 죽은 시인으로 착각하는 인디언 '노바디'와 만나 여행을 떠난다. 그는 블랙 코미디적인 여정 속에서 침묵하며 피로 시를 쓰고 강물 저편으로 떠나며 스스로 신화가 된다. 닐 영의 몽유병을 유발하는 기타연주와 앙리 미쇼의 경구 "죽은 자에게는 가까이 가지 말라"는 이 영화를 기억하게 되는 코드이다.



죽은 자에게 바치는 헌정시

침묵. 보이지 않는, 질투의 신부여..
왜 너 자신을 구름 속에 가두었는가
관찰자의 눈을 뜬 채로
왜 어둠과 모호함은 너의 말들과 법칙들에 순응하는가
누가 감히 열매를 원하는지
은둔자여, 당신은 사막에 갇혔도다
영혼과 피와 시로 부유하는 사막에...

죽을지니,
나를 만나는 자는 누구나 내 손에 죽을지니.
난 어린 노루의 차가운 몸을 감싸안는다
구름은 뼈 속에 묻힌다

Nobody. 주술은, 너를 돌려보낸다
죽은 자는 내게 다가오고
너는 이미 죽은 자.
아무도 너를 부르지 않는
상처입은 영혼이 숨쉬는 곳.
무덤은 스스로 영혼을 파묻고,
묘지들은 할 말을 잊었다

6천년 전의 지옥으로부터
타락한 나날들과 내 몸을 던져버릴 좁은 길.
나는 문을 열지니..
성자들이 검은 가운을 입고
죽은 자들의 기쁨과 욕망이 가득한 곳,
찔레 꽃들의 정원..
그 구부러진 길 속에서 나는 영감을 보았다

오, 사람들은 저마다 다른 색깔로 태어나고
너의 색깔은 내가 가진 어떤 색깔도 아니도다
너는 가만히 바라보며,
모든 친구를 잃는다.
그리하여 네가 죽은 곳에 새 생명이 태어나고,
어떤 사람은 기쁨 속에서,
어떤 사람은 그보다 덜 익숙한 절망 속에서,
인생이라는 구름 위를 떠돌다가
허망한 강물 저편으로 사라진다
그곳은...

네 영혼이 머무는 곳,
나의 영혼이 돌아오는 곳.
해탈의 여행, 삶과 죽음이라는 꿈



단편영화 묶음으로서의 <천국보다 낯선>을 기억한다. 작은 공간 속에 견딜 수 없는 낯섬과 건조함이라는 타자의 언어들이 미국의 이민사회라는 공간을 맴돌고 있었다. 그리고 커피와 시가렛을 물며 <스모크>에서 담배 연기로 삶의 유한성을 이야기하던 그의 모습도 기억한다. 그런가 하면 <다운 바이 로>는 한없이 격정적인 회색빛 여행이었고, <미스테리 트레인>과 <지상의 밤>은 지친 나날들을 컬러빛으로 입힌 알프레드 스티글리츠 사진의 느낌이었다. 그리고 짐 자무쉬는 <데드 맨>으로 그 자신의 영화들 속에 등장했던 인물들의 역사를 썼다. 그것은 아직 나어린 작가가 겸손하게 자신의 철학을 논하는 방식이고, 존경하는 노장에게 경의를 표하는 인사이며, 또한 완숙한 대가가 어린 아이에게 최면술을 거는 것 같은 시로 이루어졌다. 대도시 뉴욕에서 또다른 뉴욕을 이야기하던 철학자는 시간과 공간을 가로지르며 존재하지 않는 곳에서 누구인지 알 수 없는 인물을 통해 이전 서부극이라는 컨벤션을 재치있게 답습하며 삶과 죽음이라는 명상적인 물음을 던졌다. 죽은 노루를 안고 잠든 블레이크(조니 뎁)의 모습과 쫓는 자와 쫓기는 자의 짧은 대사와 표정 속에서는 초극의 감정마저 살아난다. 윌리엄 블레이크는 미국 개척기 시대를 거칠고 신선한 언어로 표현한 전설적인 시인이었다. 그의 시는 대개 자연에 관한 것이었지만 인간에 대한 성찰이 있었고, 표현은 감정의 가뭄과 홍수에 대한 절제로 이끌렸다. 노바디에 의해 그의 죽은 가족을 되찾고 서부라는 공간 속에서 인디언의 피를 마시며 시를 쓴 그는 결국 강의 저편으로, 죽음을 너머 사라져간다. 그곳은 죽은 자들이 꿈 속에서 영생을 얻는 공간이며, 아직 태어나지 않은 자들이 불안 속에 노니는 공간이며, 또한 그 둘이 서로 낯설게 만나는 공간이기도 하다. 여행은 외로움과 만남과 헤어짐으로 이루어져있다. 그러나 죽은 자에게는 그것이 단지 살아있기를 지속하게 해주는 우연으로밖에 보이지 않을 것이다. 더욱이 그 꿈은 번잡한 관계의 그물로 얽혀 있다. 언젠가 죽은 자를 만나더라도 결코 그의 꿈에는 다가가지 말지어다.






양유창
마음으로부터 그림을 그립니다. 무의식으로부터 시를 씁니다.
비밀스럽게 여행을 떠납니다.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노래를 부릅니다.
운명과 미래를 혼동하지 않습니다.
무심코 떨어뜨린 책갈피에서 21세기가 느껴집니다. 그곳은 슬픈 신세계입니다.
이별이란 말은 너무 슬퍼 '별리'라고 말합니다.

BLOG: rayspace.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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