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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itation of Life


[리버스] 거짓말도 보여요 :::


양유창 | 1999년 11월 01일
조회 9735


21st Century Lies

배니바 부시. 그는 인터넷을 처음 생각해낸 사람이다. 2차대전의 과학적 성과들을 실생활에 이용하기 위해 "메멕스(Memex)"라는 장치를 고안해냈다. 마이크로필름으로 제작된 방대한 문서를 내장하고 키보드와 여러개의 손잡이가 달린 이 장치에는 두 개의 모니터가 달려 있어 양쪽 화면으로 문서를 번갈아가며 이동시킬 수 있었다고 한다.

뱀파이어 블루. 최초의 인터랙티브 영화라고 소개된 이 작품은 <영호프의 하루>를 제작한 네오무비 영화사의 신작이다. 부산국제영화제 한켠에서 제작사와 영화인의 갈등으로 물의를 빚고 있다는 소식이 나돌기도 했는데, 어쨌든 이 영화는 관객에게 스토리를 선택할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선택한 방향대로 각각 다른 엔딩 8가지를 보여준다고 한다. 그런가 하면 예전에 안노 히데아키가 소속된 '가이낙스'에서 이와 비슷한 시도를 한 적 있었다. 케이블 TV 및 위성방송 50여개 채널을 인수해서 한 채널에서 시작한 애니메이션이 중간에 스토리 선택시간에 따라 각각 다른 채널로 이동하게 되는 방식이다. 물론 이 거대한 프로젝트는 시도도 못해보고 쫄딱 망한 바 있다.

21세기 영화와 인터넷은 어떻게 조우할까? 우리의 환상속에 존재하는 무엇인가가 정말 실현될까? 전문가들은 항상 미래의 영화산업은 디지털로 전세계에 배급되고 그 장소는 극장이 아닌 가정의 대형 고화질 인터넷TV가 될 것이라고 예견한다. 극장산업은 사양화되면서 관객을 끌기 위해 영화에 다른 장르를 끌어들일 것이다. 예술가들을 제외하고 대부분 영화인들은 더 이상 셀룰로이드 필름을 만지지 않을 것이다. 한편 인터넷 TV(TV와 PC는 누가 우세하건 간에 어쨌든 통합될 것이다)는 관객의 리모콘에 따라 연출자와 의사소통할 수 있는 능력 때문에 스토리 보다는 캐릭터 위주의 영화들을 양산할 것이다.

거짓말. 모두 거짓말일 지도 모른다. 시장의 논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모집단을 설정하고 한꺼번에 이끌어 트렌드를 창조하는 일이다. 즉, 유행이다. 개인별 맞춤 방송국이라는 프로젝트로 시작한 포인트캐스트는 그래서 실패한 바 있다. 개인이 원하는 것을 얻어낼 수는 있지만, 정작 개인-집단이 원하는 것을 줄 수는 없는 제도인 것이다.

개인과 집단, 21세기의 화두는 결국 그것이라고 생각한다. 19세기 집단간의 갈등이 최고조에 이르렀다면, 20세기 그 갈등은 전쟁으로 이어져 파편화되기 시작했다. 21세기는 파편화된 단자들이 계속해서 정밀분화해 나아갈지, 아니면 인터넷을 통해 재통합할 지 궁금해지는 세기다.

장선우 감독의 영화 <거짓말>은 이와 같은 주제를 다루고 있다. 개인과 집단. J와 Y는 결코 집단에 속할 수 없는 개인이다. 둘의 만남과 교미와 교감은 개인이 어떻게 극단적으로 함께 할 수 있는 지를 보여준다. 하지만, 그들이 원하는 것은 집단이 아니다. 그들이 거부한 집단에 대해 똥침을 놓자는 것도 아니다. 점잖을 빼며 뒤켠에서 포르노 변태 성행위를 일삼는 현대인을 풍자하려는 순진한 의도도 없다. 다만, 집단을 등진 개인이 서로 만났을 때, 이런 일도 벌어질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려 한다. 그럼으로써 그 개인들이 사회라는 집단에 어떻게 훼방꾼이 되는지를 탐구한다. 사회와 호흡하는 인터랙티브 영화? 어쨌든 <거짓말>을 우리는 내년까지는 볼 수 없다.






양유창
마음으로부터 그림을 그립니다. 무의식으로부터 시를 씁니다.
비밀스럽게 여행을 떠납니다.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노래를 부릅니다.
운명과 미래를 혼동하지 않습니다.
무심코 떨어뜨린 책갈피에서 21세기가 느껴집니다. 그곳은 슬픈 신세계입니다.
이별이란 말은 너무 슬퍼 '별리'라고 말합니다.

BLOG: rayspace.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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