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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itation of Life


[리버스] 한국적 미인 :::


양유창 | 2000년 02월 01일
조회 9254


한국에는 미인들이 많습니다. 대도시 화려한 불빛 아래를 걸어가면 짙은 화장을 한 여성들이 저마다 자신의 외모를 뽐내고 있습니다. TV를 틀어보면 여성의 외모의 중요성과 '오~'하는 방청객(또는 방청객을 가장한)의 함성이 비례하는 엄청난 양의 쇼프로그램이 판을 칩니다. 또 우리나라 일류를 자처하는 신문사들에서는 저마다 "벗었다!"라는 문구가 붉은색 헤드라인 폰트로 1면에 당당히 자리잡히는 옐로 저널리즘을 가지고 있습니다.

정말 그렇습니다. 우연히 알게된 어떤 영국남자는 저에게 "한국에는 정말 예쁜 여자들이 많다. 다른 어느 나라보다도"라고 말합니다. 이 말에 저는 기뻤습니다. 한국 여성들에 자부심을 느낍니다. 하지만, 일면 생각해보면 황당합니다. 왜 당신들이 남의 나라 여자들의 외모를 평가하는 것입니까? 그 남자가 하는 일을 곰곰히 생각해봅니다. 그 남자는 회사원입니다. 한국 바이어를 만나 접대를 받았을 것이고, 또 한국영화도 접했을 것입니다. 무엇이 그에게 한국여자가 예쁘다는 일반론을 펴게 만들었을까요?

가능한 경우 1. 우리나라 대기업들은 얼굴을 기준으로 여사원을 뽑는다: 정말입니까? 아니라구요? 그런데 왜 대기업 홍보실에는 예쁜 여자들만 많은 겁니까?

가능한 경우 2: 모든 여자들은 사회에 나가면 화장을 한다: 정말 우리나라처럼 화장품이 잘 팔리는 나라도 없는 것 같습니다.

<아메리칸 뷰티>에서 케빈 스페이시는 금발의 미국적 미인을 보고 정신을 차리지 못합니다. 그리곤 가정을 파탄으로 몰고갑니다. <로리타>나 <베니스에서 죽다> 만큼 그 열정이 로맨틱하게 치장되지는 않았지만, 충분히 가능한 일입니다. 보통 남자들은 예쁜 여자들에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경향이 있으니까요. 한국적 미인의 경우는 어떨까요? 너도나도 미인이 되고 싶어합니다. 하지만, 똑같은 스타일의 미인들이 넘쳐납니다. 묻고 싶습니다. 당신들은 누구를 위해 화장을 하십니까?

며칠전 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여고생들의 40%는 특정한 직업 없이 그저 현모양처로 살기를 희망하고 있다고 합니다. 그 결과를 보고 과연 이것이 2000년에 나온 결과가 맞는지 약간 의심스러웠습니다. 아무리 사회가 남성위주라고 하더라도, 아무리 외모가 모든 것을 판단하는 사회에 살고 있다고 하더라도, 아직 제대로 부딪혀보지 못한 나이에, 그렇게 포기할 수 있는 것입니까? 현모양처도 훌륭한 인생의 하나라구요?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또 저는 신사임당이 자기만의 인생관을 가지고 있었다고 생각하지도 않습니다. 왜 자신을 자포자기의 길로 몰아가는 것입니까? 여고생들이여, 여자들이여, 힘들 내십시오.

남성 위주의 생각으로 팜므파탈이나 데미무어가 되란 얘기가 아닙니다. 혹은 심혜진이 되란 얘기는 더더욱 아닙니다. 서구의 문물에 대한 거리낌 없는 수용 속에서 단 한가지, 여성을 존중할 줄 아는 풍조는 한국 남성들에게 잘 수입되고 있지 않은 것 같습니다. 관습의 문제라고 생각한다면 당신은 당신의 하나뿐인 인생을 가치있게 살지 못하게 될지도 모릅니다. 한국에 미인이 많다는 얘기는 듣고 싶지 않습니다. 오히려 저는 이런 소리가 듣고 싶습니다. (비아냥거리며) "아~ 한국적 미인!"






양유창
마음으로부터 그림을 그립니다. 무의식으로부터 시를 씁니다.
비밀스럽게 여행을 떠납니다.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노래를 부릅니다.
운명과 미래를 혼동하지 않습니다.
무심코 떨어뜨린 책갈피에서 21세기가 느껴집니다. 그곳은 슬픈 신세계입니다.
이별이란 말은 너무 슬퍼 '별리'라고 말합니다.

BLOG: rayspace.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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