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 겨울은 가족 애니메이션과 함께 :::
라인지기 | 2000년 12월 2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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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를 앞 둔 주말은 겨울 방학이 겹치는 황금 주말. 어린이들과 가족, 연인을 위한 따뜻한 영화들이 연중 어느 때보다 풍성한 시즌이다.
해마다 방학 시즌을 여는 헐리우드 애니메이션 뿐 아니라 일본,·프랑스 애니메이션까지 가세, 어느 영화를 골라야 할지 고민할 정도다. 디즈니의 고전 애니메이션을 실사 영화로 만든 <101 달마시안> 속편 <102 달마시안>과 일본 애니메이션 <포켓 몬스터>가 이번 주말 개봉하고, 일본 애니메이션 매니어들에게는 '고전'인 <바람계곡의 나우시카>와 프랑스 애니메이션 <키리쿠와 마녀>도 30일 개봉한다. 미국서 추수감사절 개봉 후 흥행 기록을 세우고 있는 크리스마스 영화 <그린치>는 우리 나라에서도 이미 지난 주 개봉했고, 클레이 애니메이션 <치킨 런>도 상영 중이다.
어린이를 비롯, 어느 나이에서나 즐겁게 볼만한 영화는 <102 달마시안>. 달마시안 강아지를 유괴해서 모피코트를 만들려다 체포된 악녀 크루엘라가 3년 만에 풀려난 뒤, 다시 강아지 모피 코트를 만들려 든다. 전편에 이어 크루엘라 역을 맡은 글렌 클로즈의 악녀 연기는 다시 봐도 즐겁다. 화면 가득 쏟아지는 점박이 강아지 달마시안과 자신을 개라고 믿는 앵무새에 불독, 테리어까지, 실사와 컴퓨터 그래픽을 자유자재로 동원하는 화면은 볼거리가 대단하다.
<포켓 몬스터>는 "피카츄의 여름방학"과 "뮤츠의 역습"을 합쳐 놓은 작품. "피카츄의 여름방학"은 마치 "텔레토비"에서처럼 포켓몬들끼리 서로 좋아하며 노는 게 귀엽게 그려진다. 그러나 2편 "뮤츠의 역습"으로 가면 좀 황당하다. 유전자 복제를 통해 태어난 포켓몬의 제왕 뮤츠가 갑자기 "나는 누구지? 어디서 왔지?"하는 대사를 읊어대는데, 아이들 앞에 두고 왠 존재론적 고민인가 싶다. 포켓몬들이 한 무더기로 나와 눈을 즐겁게 해주지만, 발을 구르며 좋아하던 아이들이 후반부로 갈수록 분위기에 적응 못할 가능성도 있다.
<바람 계곡의 나우시카>는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동명 만화를 1984년 애니메이션으로 만든 것. 평단에서 애니메이션 수준을 한단계 높였다는 극찬을 받았지만, 거대산업문명 붕괴 후 1000년이 지난 한 마을을 배경으로 전개되는 영화 내용은 아이들에게는 좀 어려운 주제다. 웅장한 오케스트라 음악과 역동적인 화면이 16년 전 작품이라는 사실을 잊게 해주지만, 가족 관객에게보다는 불법 복제 비디오 화면으로 이 영화를 봤던 재패니메이션 팬들에게 더 어울릴만한 작품이다.
 <키리쿠와 마녀>는 극장에서 처음 개봉하는 프랑스 애니메이션. 극도로 상업화된 헐리우드·일본 애니메이션과 뭔가 다른 것을 보고 싶다면, 한번쯤 고려해 볼만하다. 원색의 아프리카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키리쿠의 모험이 무척 새롭지만, 역시 어린이들이 소화하기에는 다분히 철학적인 주제를 담고 있다. 아이들의 미적 감각을 키워주는데는 좋겠다. 어른이 봐도 훌륭한 작품.
<치킨 런>은 <월레스와 그로밋>을 만든 영국 아드만 스튜디오의 클레이애니메이션. 전작의 블랙 유머와 철학적 터치가 조금은 남아있지만, <대탈주>의 애니메이션판 같은 영화로, 부담없이 봐도 좋겠다. 닭들의 캐릭터가 너무 귀여워서 그저 보기만 해도 아이들이 박수치며 좋아할 것 같다. 단, 알 못 낳는 닭들이 도마 위로 가야 하는 슬픈 운명을 보고 난 뒤, 아이들이 치킨 안 먹겠다고 나설지도 모른다. 로맨틱 코미디에 지친 연인들을 위한 연말 영화로도 추천할 만하다.
<그린치>는 1억5000만달러의 제작비를 들인 성탄용 블록버스터 환타지. 녹색괴물 그린치가 후빌 마을의 크리스마스를 망쳐놓기 위해 음모를 꾸민다. 분장을 해도 역시 짐 캐리라는 소리가 나올 정도로 개성이 돋보인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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