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에 개봉하는 한국 멜로영화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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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에 개봉하는 한국 멜로영화들 :::

양유창 | 2000년 11월 06일
조회 1377

<공동경비구역 JSA>와 <단적비연수>로 다시 활기를 띠고 있는 한국영화. 최근 다양한 장르의 영화들이 제작되고 있지만, 한국영화의 강점은 역시 멜로드라마다. 올 겨울을 대비하는 차기작들을 하나씩 살펴본다.

우선 <순애보>는 <정사>를 만들었던 이재용 감독과 이정재가 출연하는 영화다. 또 일본의 TV 스타 다치바나 미사토와 김민희가 캐스팅되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12월 2일 개봉예정. 공무원으로 일하는 이정재는 어느날 인터넷 포르노 사이트를 통해 구두신은 아사코를 발견한다. 그리고는 사랑에 빠진다. 삶에 회의적인 그녀는 날짜변경선에서 자살하고픈 욕망을 안고 돈을 벌기 위해 포르노 사진을 찍는다. '인연'을 매개로 한 소품같은 영화로 도쿄와 서울 그리고 알라스카에서 촬영했다. 이재용 감독은 <순애보>가 단편 <호모 비디오쿠스>의 연장선에 있다고 말한다. <호모 비디오쿠스>는 비디오에 중독된 젊은이가 영화와 현실 사이에서 방황하는 이야기였다.

<순애보>를 비롯해 올 겨울에도 수편의 로맨스 영화가 찾아온다. <불후의 명작>과 <나도 아내가 있었으면 좋겠다>, <하루>, <번지점프를 하다>, <선물>, <그녀에게 潛들다> 역시 가슴을 따뜻하게 할 사랑이야기이다.

심광진 감독, 박중훈, 송윤아 주연의 <불후의 명작>은 보잘것 없는 한 남자의 초상을 그리고 있다. 주인공 인기(박중훈)는 에로비디오를 찍는 감독. 언젠가 불후의 명작을 찍겠다는 야심을 갖고 있지만 당장 빚 갚을 돈이 없어 쩔쩔맨다. 그러던 인기에게 어느 날 기회가 찾아온다. 선배의 소개로 만난 시나리오 작가 여경(송윤아)은 인기에게 감독으로서, 남자로서 자기 길을 개척할 힘이 된다. 둘은 작품을 위해 의기투합하지만 세상 일이 뜻대로 될 리 없다. 서로에게 힘이 되는 상대는 <나도 아내가 있었으면 좋겠다>에서도 볼 수 있다. 박흥식 감독, 전도연, 설경구 주연의 이 작품에서 그들은 각각 보습학원을 운영하는 노처녀와 은행 입사 3년차인 대리를 연기한다. 특별히 내세울 것 없고 변변한 짝마저 없어 사는 게 허전한 두 남녀가 서로를 바라보기 시작하면서 로맨스는 시작된다. 두 톱스타에 진희경이 가세해 설경구의 초등학교 동창생으로 등장한다. 영화아카데미 8기생이며 박광수 감독과 허진호 감독 밑에서 연출수업을 받은 박흥식 감독의 데뷔작. "나도 아내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원래 페데리코 펠리니의 <아마코드>에서 어떤 남자가 나무 위에 올라가 외치는 대사라고 한다.

<찜>을 연출했던 한지승 감독이 만드는 시한부인생에 관한 영화 <하루>에는 이성재와 고소영이 출연한다. 특히 고소영의 연기변신이 촬영 전부터 화제를 모았던 영화. 결혼 6년 만에 가진 아이, 하지만 그 아이는 하루밖에 살지 못하고 아이의 죽음을 준비하는 부부의 슬픈 드라마가 펼쳐진다. 실화가 바탕이 된 이 영화는 코미디와 멜로드라마가 적당히 어울린 영화다. 초반엔 임신을 위해 출장간 남편 호텔방까지 찾아가 섹스를 요구하는 코믹한 상황이 연출되지만 후반엔 눈물샘을 자극하는 데 주력한다.

한면, <번지점프를 하다>는 구성이 특이한 멜로영화다. 김대승 감독, 이병헌, 이은주 주연의 이 작품은 과거와 현재가 자연스럽게 오버랩되고 미스터리 구조가 영화적 긴장감을 끌고간다. 이야기는 1983년 여름에서 시작한다. 퍼붓는 소나기 속에서 남자주인공 인우의 우산 속으로 한 여자가 들어온다. "저기 버스정류장까지만 씌워주시겠어요?" 태희와 만남은 그렇게 시작되고 인우가 입대하면서 마감된다. 17년이 흘러 2000년 봄, 결혼해 세살된 딸을 둔 평범한 가장 인우는 아직도 태희를 잊지 못한다. 인우는 그녀를 다시 만날 수 있을까?

이정재와 이영애 주연, 오기환 감독의 <선물> 역시 <하루> 만큼이나 슬픈 멜로드라마다. <선물>의 비밀은 남자의 직업에 있다. 슬퍼도 웃겨야 되는 개그맨이라는 사실이 영화에 뚜렷한 아이러니를 새겨넣는다. 불치병에 걸린 아내는 자기가 아프다는 사실을 숨긴다. 남편은 집안일에 신경쓰지 않는 그녀가 이해되지 않는다. 집에 들어가면 비실대는 아내 보기가 마뜩지 않고 방송사에선 인정못받는 개그맨 신세가 서럽다. 그러던 어느 날 남편은 아내가 시한부 인생이라는 걸 알게된다. <공동경비구역 JSA>로 캐스팅 1순위 명단에 오른 이영애가 죽음의 그림자를 드리운 애절한 사랑을 어떻게 표현할 지 기대된다.

박성일 감독, 김태연, 이주현 주연의 <그녀에게 潛들다>는 원초적인 생명력과 광기를 지닌 한 여자의 치명적인 사랑이야기다. 서로의 살냄새에 이끌려 만난 남녀가 서로를 영혼 깊이 사랑하게 된다. 개조된 선박의 낡은 선실에서 함께 머물게 된 그들의 사랑은 서서히 세상의 방해를 받기 시작한다. <거짓말>의 히로인 김태연과 탤런트 이주현이 치명적인 사랑에 함몰되는 연인으로 분한다. CF와 사진작업을 병행해온 박성일 감독의 연출 데뷔작으로, 베아트리체 달 주연의 <베티 블루>를 밑그림으로 삼았다.

양유창
마음으로부터 그림을 그립니다. 무의식으로부터 시를 씁니다.
비밀스럽게 여행을 떠납니다.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노래를 부릅니다.
운명과 미래를 혼동하지 않습니다.
무심코 떨어뜨린 책갈피에서 21세기가 느껴집니다. 그곳은 슬픈 신세계입니다.
이별이란 말은 너무 슬퍼 '별리'라고 말합니다.

BLOG: rayspace.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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