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테러 대참사는 헐리우드 복사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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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테러 대참사는 헐리우드 복사판? :::

라인지기 | 2001년 09월 1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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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은 영화를 압도했다.

미국 경제의 심장, 뉴욕 세계 무역센터 쌍동이 빌딩이 한 순간 무너져내리는 11일 밤(한국 시간) 장면은 그 어떤 헐리우드 영화도 감히 상상해보지 못한 파괴력을 드러냈다. 110층 빌딩에 여객기가 충돌하고, 쌍동이 빌딩이 차례로 폭삭 가라앉는 장면에 경악한 시청자들을 더 놀라게 한 것은 앵커의 당황한 목소리였다. 같은 시간, 미국 수도 워싱턴DC의 국방부 건물, 펜타곤이 항공기 추락으로 불타고 있었다.

미국의 경제와 국방의 심장부를 터뜨린 이번 테러 사건은 단번에 헐리우드 영화를 떠올리게 만든다. 특수효과와 컴퓨터그래픽의 압도적 영상에 익숙해진 사람들에게 이날 뉴욕 무역 센터 붕괴 장면의 생중계는 우리가 영상 이미지와 현실이 혼재된, 복잡한 세상에 살고 있음을 다시 한번 실감케했다. 테러조직도 영화에서 아이디어를 얻는 것일까? 실제 테러 현장은 백악관을 날려버린 ‘인디펜던스 데이’(Independence Day)의 상업적 상상력마저 왜소하게 만들 정도다.

<트루 라이즈>의 한 장면. 정말 진짜 거짓말일까?

무역센터가 폭발 화염에 휩싸이는 장면은 ‘아마게돈’을 베낀듯 흡사하다. 맨해튼 거리를 내달리는 사람들의 공포어린 표정은 ‘고질라’(Godzilla)에서 본대로다. 테러리스트의 목표는 자신들의 뜻을 최대한 널리 선전하는 것. 그런 점에서 전세계로 전파를 탄 CNN의 생중계는 ‘트루 라이즈’(True Lies)에서 고층 빌딩을 점거한 아랍 테러리스트들이 CNN 방송팀을 불러 성전(성전)을 선전하는 것 그대로다.

그러나 현실은 영화보다 참혹했다. ‘다이 하드 3’(Die Hard:With a vengeance)에서 뉴욕 형사 매클레인은 테러리스트가 맨해튼 곳곳에 장치해둔 폭탄을 찾아내지만, 11일 아침(현지 시간) 보스턴을 떠나 로스앤젤레스로 향하던 아메리칸 에어라인 여객기는 수많은 목숨을 고스란히 앗아갔다.

헐리우드는 오래전부터 테러리즘을 대형 오락 영화 소재로 삼아왔다. 이슬람 과격파와 탈레반 등 아랍 테러리스트들이 가장 자주 등장하는 주인공이지만 IRA(아일랜드 해방군) 러시아 극우파, 동구권 공산주의 잔당들도 종종 등장한다. 가장 즐겨 무대가 된 곳은 바로 이번에 테러 희생이 컸던 뉴욕 맨해튼이다. 초고층 빌딩의 스펙터클을 노리는 것은 영화감독이나 테러리스트들이나 마찬가지다.

유엔본부를 목표로 하는 테러리스트는 ‘피스메이커’(The Peacemaker)와 ‘아트 오브 워’(Art of war)에 등장한다. ‘피스메이커’에서는 핵폭탄을 배낭에 넣어 뉴욕에 나타난 테러리스트를 진압하기 위해 맨해튼이 비상 사태에 빠진다. 미국과 중국의 관계 개선을 저지하기 위한 유엔 내부의 음모를 담은 ‘아트 오브 워’도 유엔 총회 개막을 하루 앞두고 벌어진 이번 테러 사건의 ‘예고편’ 격이다.

비행기 납치는 테러리스트들 뿐 아니라 흉악범들도 영화 속에서 종종 저지르는 짓. ‘터뷸런스’(Turbulance)에서는 납치 비행기를 미공군이 격추하려 하지만, 마지막 순간 승무원을 믿고 착륙시킨다. 부시 대통령이 이번 테러 사건 직후 지휘본부로 사용한 대통령 전용기 ‘에어포스 원’(Air Force One)도 영화 속에선 러시아 극우파의 부활을 꿈꾸는 테러리스트들에게 납치당한다.

‘파이트 클럽’(Fight Club)은 고층 빌딩들이 폭삭 폭삭 줄지어 무너져 내리는 것을 스펙터클로 보여주었지만, 텔레비전이 밤새도록 거듭 방영한 무역센터 폭발, 붕괴의 이미지는 어떤 영화도 이뤄내지 못한 폭력과 비극의 스펙터클을 연출했다. 그것이 영화 속 장면과 너무도 흡사하기에 오히려 더 전율스러운 것이다.

한편, 이번 미국의 테러 참사가 영화 '화이널 디씨전'과 너무 흡사하다는 지적도 있다. 납치된 여객기가 세계무역센터와 국방성에 충돌한 것이나 미확인 보도지만 미 공군의 납치 여객기 공격은 영화의 내용과 너무나 흡사했다.

스티븐 시걸과 커트 러셀 주연으로 지난 96년 제작돼 SBS TV를 통해 안방극장에 소개됐던 이 영화는 중동의 테러집단이 미국의 여객기를 납치， 가공할 폭탄을 장치한 채 백악관이 있는 워싱턴으로 날아가 자폭하려는 것을 다루고 있다.

미 공군은 이 여객기가 워싱턴에 근접하기 전에 격추시키기 위해 전투기를 발진시켰으나 납치여객기에 잠입한 커트 러셀 등 진압대원들이 테러범들을 완전 제압， 비상착륙시키며 참극을 가까스로 면한다는 내용이다.

이번 참사에서 납치된 여객기 2대가 각각 세계무역센터 2개동에 충돌하고 또하나의 여객기가 미 국방성에 충돌한 것은 영화속 테러범들의 목표와 일치하고 있다.

수십명의 승객을 태운 채 납치돼 워싱턴으로 향하던 미 여객기가 피츠버그 상공에서 미 공군 전투기에 의해 격추됐다는 현지 라디오 보도 역시 이 영화에서 워싱턴에 근접하기 전에 미사일로 격추시키기 위해 전투기 편대를 띄운 미 공군의 대응태도와 맞아떨어지고 있다.

마치 테러범들이 이 영화의 내용을 참조한 것처럼 일치한다. 미 공군 역시 영화에서와 마찬가지로 격추로 대응하는 자세를 보였다.

이와 함께 척 노리스 주연의 '인베이전 USA' 역시 테러리스트들의 미국침공을 리얼하게 다루고 있는 등 미국에 대한 테러리스트들의 공격은 이미 할리우드 영화의 단골메뉴로 등장해 왔다.

이는 미국이 세계 최강의 군사대국으로서 전면전에서의 압도적 우위를 점하고 있지만 자살테러에 대해서는 거의 무방비상태이고 미국민들 역시 이를 가장 두려워하고 있다는 점을 반증하는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사진설명] 사진1) <트루 라이즈>에서 아놀드 슈왈제네거가 비행기로 건물을 부수는 장면 / 사진2) 이번에 실제로 발생한 트윈타워 폭파장면((c)ABC) / 사진3) <아마게돈>의 트윈타워와 메트로 폭파장면

(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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