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페인 루이 브뉘엘 회고전 :::

라인지기 | 2000년 12월 22일 조회 1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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웬만한 영화 팬들이라면 눈알에 면도날을 들이대는 스틸 사진을 본 기억이 있을 것이다.
진저리 쳐지는 공포와 엽기. 그 잔혹한 상상력이 과연 누구 것이었을까, 앞 뒤 어떤 맥락에서 나온 것일까 궁금했던 사람들이라면 22일부터 서울 정독도서관 앞 아트 선재센터(02-733-8945)에서 열리는 루이스 브뉘엘 회고전에서 답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문화학교 서울이 세번째 영화 주간 행사로 여는 ‘모호한 욕망으로의 초대: 탄생 100주년, 루이스 브뉘엘 회고전’은 26일까지 5일간 12편을 상영한다. 면도날로 눈알을 도려내는 장면은 브뉘엘이 초현실주의 화가 살바도르 달리와 함께 만든 ‘안달루시아의 개’(1929)에 나온다. 불과 17분짜리 짧은 영화지만, 피아노 위에서 썩어가는 당나귀, 새벽 4시에 침실을 지나가는 곰 등 다양한 상징과 상상으로, 지금도 연구서가 쏟아져나오는 영화사적 문제작이다.
1900년 스페인에서 태어난 브뉘엘은 종교적 억압과 부르조아 계급의 위선에 대한 통렬한비판이 담긴 영화들로 이름났다. 일생동안 초현실주의적 작품 세계를 지켜 온 그는 스페인 내전을 계기로 프랑스로 활동 무대를 옮겼고 멕시코에서도 다양한 작품 활동을 벌였다.
한국 관객에게도 비교적 잘 알려진 작품은 프랑스에서 만들고 베니스영화에서 황금사자상을 받은 카트린 드느브 주연 ‘세브린느’(1966)과 최근 상영되었던 마지막 작품 ‘욕망의 모호한 대상’(1977). 이번 영화제에서는 초기작 ‘안달루시아의 개’부터 ‘욕망…’ 바로 앞에 만든 ‘자유의 환영(환영(환영)’(1974)까지 그의 일생에 걸친 작업을 두루 볼 수 있도록 상영작이 짜였다. 1회에 5천원이며 12편 모두 볼 수 있는 관람권은 35,000원.
◈ 상영작 소개
◇ 빵 없는 대지 (32) 스페인 산악지대를 배경으로 참혹한 현실을 담은 다큐멘터리.
◇ 잊혀진 사람들 (50) 51년 칸 영화제에서 최우수 감독상을 받은 영화. 대도시 외곽 청소년들의 탈선 현장을 담은 이 영화에서 보여주는 것은 부패하지 않는 인간의 존엄성이다.
◇ 이상한 정열 (52) 멕시코 시절의 최고 걸작으로 여겨진다. 40세의 숫총각이 한 여인의 발에 매혹되면서 신앙심과 욕망의 충돌을 겪는다.
◇ 멕시코에서 버스 타기 (52) 초현실주의적 유머가 담긴 희극. 사랑과 죽음, 기쁨, 인간을 그린다.
◇ 환상의 전차를 타고 여행하다 (53) 낡은 전차를 폐차시킨다는 결정에 화가 난 운전수와 차장이 전차를 몰고 시내 여행에 나선다.
◇ 범죄에 대한 수필 (55) 한 여자를 살해하려하지만 계속 좌절하는 한 남자의 병적인 충동을 다룬 에로틱 영화. 여성에 대한 강박관념으로 가득하다.
◇ 나자랭 (58) 칸 영화제 심사위원 특별상. 19세기 말 멕시코를 배경으로 엄격한 성직자의 퇴락 과정을 그린다. 신성모독으로 비난받은 영화.
◇ 하녀의 일기 (63) 프랑스 누벨 바그의 간판 잔 모로가 하녀 셀레스틴으로 나온다. 명백하게 파시즘에 대한 비판을 담은 정치적 영화.
◇ 세브린느 (66) 몽환적이며 강박적 이미지가 가득하다. 성적 욕망과 강박을 그린다.
◇ 브루주아의 은밀한 매력 (72) 대표작으로 꼽히는 영화. 매번 좌절되는 식사는 브루주아의 욕망이 결코 해소될 수 없음을 말한다.
◇ 자유의 환영 (74) 변기 위에 앉아서 점잔빼며 식사하는 모습 등 특유의 역설적 유머가 가득하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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