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이 영화의 한국 제목이 ‘판타스틱소녀백서’가 되었는지는 솔직히 이해가 가지 않는다. 이 영화는 전혀 판타스틱 하지도 않으며, 이니드 역시도 판타스틱한 소녀가 아니기 때문이다.
이니드의 뚱한 표정과 엉뚱한 행동 등은 그렇게 살면 안된다는 주입을 받기에 충분한 것들이다. 학교라는 울타리를 벗어나 사회에서 자립하기 위한 무언가를 해야 하지만 그 사회라는 것에 날 내던질 수 있는 곳이던가. 자본과 소비에 둘러싸여 있는 사회는 이니드와 시모어 같은 인간들에게는 그들이 머물고 있다는 것 외에 어떤 의미가 있을 수 있을까. 그러나 사회에서 고립되어 자신만의 공간에서 살 수만은 없다. 이 영화의 씁쓸함 여기에서 시작되고, 나의 고민 역시도 그렇게 시작되었던 것 같다. 고등학교 졸업식의 송사에서 의례히 나오는 ‘우리는 학교에서 사회에 발을 내딛을 수 있도록 여려가지를 배웠고 이제 사회의 한 구성원으로 열심히 살아가겠습니다’ 식의 말이 가증스럽기는 하지만, 어쨌든 살아가기는 해야 하는 것이니까.
학교 졸업 후, 이니드의 단짝 친구이던 레베카는 마음에 들지는 않더라도 사회에 적응하는 방법을 익혀 가는 것 같다. 그래서 여전히 그 언저리를 맴도는 이니드와 언저리를 벗어나려 하는 듯 보이는 레베카는 서로의 거리를 느끼기 시작한다. 어딘가 소속되어야 한다는 중압감과 불안함을 느끼는 이니드가 옛것을 수집하는 시모어와 이제는 다니지 않는 버스를 기다리는 노만에게 관심을 갖게 되는 것은 당연해 보이지만, 예전에는 많은 것을 공유했던 친구가 이제는 그렇지 않다는 걸 깨닫고 받아들여야 하는 것이 쉽지만은 않다.
과정을 보여주는 영화라 믿고 있기에, 앞으로의 결말을 상상하지는 않으련다. 단지 머물지 못하고 배회하는 소녀들이 행복했으면 하는 바램이다. 나를 포함해서.
p.s
1. 영화가 지니고 있는 진한 노스텔지어는 영화 내내 낯선 음악들과 비주얼로 잊혀진 것들을 하나둘 끄집어 낸다. 매우 흥미로웠던 건, 오프닝 장면에 삽입된 TV속의 뮤직비디오가 실제 뮤직비디오라는 점이다. 지금도 생각나면 한번씩 보곤 하는 ‘Jaan Pehechaan Ho'는 65년 인도의 록큰롤 음악이라 한다.
2. 예전에는 이니드에 가까웠다면 지금은 레베카에 좀 더 다가가 있는 걸 느낀 걸 보면, 그간 나에게도 변화가 좀 있었던 것 같다. 씁쓸함은 여전히 남아 있지만. <인형의 집으로 오세요>를 다시 봐야겠다. 내 모습이라 느꼈던 ‘돈’은 어떻게 변해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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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타스틱소녀백서 Ghost World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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