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상반기 한국영화 이모저모 :::
이동현 | 2000년 09월 09일
조회 592
올해도 많은 한국 영화가 제작됐다. 작년 <쉬리>의 대성공 이후 한국 영화에 대한 신뢰가 높아졌고, 영화계에 벤처 자금이 유입돼 제작 환경이 꽤 좋아졌다. 하지만 많은 작품 중엔 함량 미달인 영화도 있어 한국 영화의 신뢰를 깎기도 했다. 올해 제작된 한국 영화들의 이면을 통해 영화계 현실을 살펴본다.
1. 관객이 외면한 한국영화는.
▲<깡패수업3> <침향> <그림일기> 등이 서울 관객 1,000 명에도 못미치는, 냉랭함이 지나쳐 살벌하기까지 한 대접을 받았다. <비천무> <반칙왕> 등 흥행작들의 성적과 비교하면 800배 가까운 차이가 난다.
2. 몸값이 비쌌던 배우는.
▲신은경을 손꼽을 수 있다. <종합병원>에서 1억 원(발표액)의 출연료를 받았지만 작품이 서울 관객 1만 명에 그쳐, 흥행 수익보다 많은 몸값을 기록했다. 한편 주진모는 <실제상황>에서 약 200분 출연에 3,000만 원을 받아 기록에 남을 만한 시간 단위 출연료를 받았다.
3. 망가진(스타일 구긴) 배우는.
▲박신양은 액션물 <킬리만자로>에서 완전히 망가진 모습을 선보였다. 넘어지고, 뒹굴고, 깨지고 등등 온통 상처투성이로 투혼을 발휘했다. 흥행에서도 망가진 것이 흠. 전국 관객 15만 명 정도에 그쳤다.
4. 주가가 폭등한 배우는.
▲단연 유지태다. 순식간에 흥행배우로 떠올라 올해 <동감> <가위> 등의 ‘대박’에 엄청난 기여를 했다. 오죽하면 <가위>의 제작자가 유지태 캐스팅을 두고 “복권을 탄 기분”이라 했을까. 여세를 몰아 <리베라 메>에서도 맹활약 중이며, 여기저기서 앞다퉈 캐스팅에 나섰다.
5. 알짜 수익을 올린 영화는.
▲약 20억 원의 제작비를 투입해 45억 원 가량의 극장 수입을 거둔 <반칙왕>을 손꼽을 수 있지만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도 무시할 수 없다. TV 단막극 제작비 수준인 6,000만 원으로 만들어 3억 원 가량의 수익을 올렸다. 투자 수익률로는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가 단연 최고다.
6. 의상비가 가장 적게 들었던 작품은.
 ▲이지현 오지호 주연의 섹스영화 <미인>은 출연자 숫자가 역대 최소(4명)였고, 그 중에서도 99% 가량 화면을 채웠던 남녀 주인공은 대부분 옷벗고 지냈다. 누드 장면이 전체 분량의 60%에 달하니 의상비를 계산하는 자체가 무의미하다.
7. 가장 많은 피를 본 영화는.
▲많은 살상이 등장하는 호러물을 떠올리기 쉽지만 복병이 있다. 오는 30일 개봉 예정인 엽기 코믹물 <공포택시>에서는 택시가 피를 흘리는 등 기상천외한 방법까지 동원해 총 12톤의 가짜 피를 쏟아부었다.
8. 극 중에서 가장 많은 출연자가 죽은 작품은.
▲올 여름 공포물의 붐을 타고 등장한 네 편의 한국형 공포 영화에 답이 있다. <가위> 7명, <해변으로 가다> 8명, <찍히면 죽는다> 9명. 하지만 외화 <데스티네이션>은 초반부에 비행기 추락 사고로 200여 명을 죽인 다음에 시작한다.
9. 바쁘게 지내는 배우와 한가한 배우는.
▲진희경이 가장 바쁘고, 한석규가 가장 한가하다. 진희경이 <종합병원>에서 의사에 이어 <청춘>의 여교사, <나도 아내가 있었으면 좋겠다>의 바람둥이, <자카르타>의 은행털이 역 등으로 쉴새없이 뛰어다니고 있는 반면 한석규는 1년 가량 재충전 중이다.
10. 나이 차이가 가장 많이 났던 커플은.
▲<동감>의 유지태-김하늘 커플이다. 극중에서 20년의 세월을 뛰어 넘은 사랑인데다 김하늘이 두 학년 위로 설정돼 총 22세 차이나 된다. 유지태는 결국 엄마 친구와 사랑을 나눴던 셈.
11. 한국형 공포영화의 공통점은.
▲(1) 누가 살인마인지 너무 쉽게 알 수 있다. 이것도 친절인가. 아무튼 편안하다.
(2) ‘왕따’의 피해자가 살인마다. 아이들 왕따 교육용 영화같다.
(3) 무명 배우가 많다. 그래서 사람 파악하는데 시간이 좀 걸린다.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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