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의 영화 <킬빌 Vol.1>이 영상물등급위원회(위원장 김수용)로부터 `제한상영가' 등급을 받아 필름 일부 삭제가 불가피해졌다.
영상물등급위 영화등급분류소위원회(의장 정홍택)는 지난 5일 회의를 열어 △일본 사무라이풍의 잔혹성을 과도하게 묘사 △팔, 몸통, 머리 등 신체 절단과 유혈 과다 장면의 구체적 묘사 △영화 전반에 표현된 폭력 수위가 매우 높음 등을 이유로 제한상영가를 결정했다.
지난해 1월 개정 영화진흥법에 제한상영가 규정이 마련된 이후 이 등급을 받은 것은 `동물의 쌍붙기', `죽어도 좋아', `주글래 살래', `엑스텐션'에 이어 다섯번째다.
우마 써먼 주연의 `킬빌 Vol.1'은 암살단 여자 킬러의 복수극을 그린 액션영화로 지난 10월 23일 영화수입추천소위원회(의장 유수열)로부터 `합격' 판정을 받았으며 오는 21일 개봉될 예정이다.
이에 대해 수입사인 태원엔터테인먼트는 등급분류 신청을 자진취하한 뒤 문제되는 장면을 일부 삭제해 6일 다시 신청서를 접수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킬 빌 Vol.1'의 `제한상영가' 판정으로 현행 영화진흥법의 위헌성 시비가 다시 불거질 가능성도 높아졌다.
제한상영관이 들어서지 않은 상태에서 제한상영가 등급을 매기면 영화사로서는 사실상 자진삭제해 등급분류를 신청할 수밖에 없어 `검열'의 효과를 갖기 때문이다.
한편 수입사인 태원엔터테인먼트는 등급분류 신청을 자진취하해 재신청 후 등급을 받으면 21일 개봉에 아무런 지장이 없을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영화계는 제한상영관이 없는 상태에서 제한상영가 등급을 매기면 사실상 `상영금지' 조치를 내리는 것이나 마찬가지여서 검열 효과를 갖는다고 주장하고 있다.
실제로 북한 영화 `동물의 쌍붙기'는 아직 햇빛을 보지 못하고 있고, 칸 영화제 진출작 `죽어도 좋아'는 재심에서도 일반 상영 판정을 받지 못하자 결국 화면을 어둡게 처리해 `18세 이상 관람가' 등급을 받았다. `주글래 살래'와 `엑스텐션'은 즉각 자진취하한 후 필름을 잘라내 재신청했다. 영화사 입장에서는 영화를 상영하지 못하면 막대한 손해를 감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어지연 태원엔터테인먼트 기획실장도 "10월 23일 수입추천을 통과해 별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다"면서 "전체 줄거리는 훼손하지 않은 상태에서 여고생 복장의 고고가 칼에 찔려 내장이 튀어나오는 것과 오렌이 칼로 목을 칠 때 피가 분수처럼 치솟아나오는 것 등 10초 가량 최소한의 장면만 들어내기로 했다"고 밝혔다.
영화등급심의의 위헌성 논란은 80년대에 시작했으나 90년대 말에 본격화했다. 97년 헌법재판소가 사전심의 의무조항을 위헌이라고 결정하자 이듬해 관련법을 개정해 공연윤리위원회를 공연예술진흥협의회로 바꾸고 `등급보류' 조항을 신설했다. 그 뒤로도 다시 `거짓말' 논란이 불거지고 `둘 하나 SEX'가 두 차례나 등급보류를 받으면서 2001년 `등급보류' 조항도 위헌 판정을 받았다.
지난해 1월 영화진흥법 개정과 함께 제한상영가 등급을 신설하고 심의기구를 영상물등급위원회로 바꾸었으나 지금까지도 제한상영관이 들어서지 않아 논란의 불씨는 꺼지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해 한위수 헌법재판소 연구부장은 지난달 8일 부산국제영화제 기간에 열린 세미나에서 "제한상영가 규정 자체를 위헌이라고 볼 수는 없으나 `18세 이상 관람가 기준을 벗어나 일반국민의 정서에 악영향을 미치거나 반사회적 내용인 경우'라는 분류 규정은 명확성의 원칙에 어긋나며, 광고와 선전물을 제한상영관 안에만 게시토록 한 조항도 피해의 최소성이나 법익의 균형성 원칙에 벗어난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비디오물 등 다른 영상물로 제작을 금지하는 조항도 영화제작자에게 지나친 손실을 강요하는 것일 뿐 아니라 다양한 표현물을 관람할 자유를 지나치게 침해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제한상영관 규정의 개정 여부를 떠나 영상물등급위원회의 인적 구성과 분류기준을 대폭 바꿔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최근 들어 영등위의 등급분류 경향이 시대의 추세에 역행하고 있다는 것이다.
영등위 영화등급분류소위 위원을 지낸 영화평론가 전찬일 씨는 "`킬빌' 정도의 영화가 온전한 필름대로 상영되지 못한다는 것은 세계 영화계가 웃을 일"이라며 "지금의 영등위 인적 구성과 위원들의 의식구조를 바꾸지 않는다면 제한상영관이 들어설 경우 성인들이 누구나 볼 수 있는 영화마저 제한상영관에 가서 봐야 하는 사례가 생길 것"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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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킬빌> 제한상영가 판정으로 삭제 불가피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