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광고 마케팅 비용 '폭등' :::
조재영 | 2000년 11월 03일
조회 753
최근 한국영화의 제작편수가 늘어남에 따라 관객들의 발길을 사로잡기 위한 제작사 간의 광고마케팅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영화사마다 신문이나 TV는 물론, 인터넷을 통한 홍보와 이벤트, 경품 제공 등 갖가지 전략을 동원해 대대적인 물량공세를 펼치고 있는 것이다.
최근 극장용 영화의 뒷이야기를 인터넷 영화로 별도로 제작하기로 해 화제가 됐던 <리베라 메>(제작 드림써치)는 마케팅 비용만 8억원이 들었다.
또 200만 관객을 동원한 <공동경비구역 JSA>(명필름)도 마케팅 비용이 총 12억원 가량이 들었으며, 내달 11일 개봉을 앞두고 있는 <단적비연수>(강제규 필름)도 마케팅 비용 9억원을 포함해 총제작비를 45억원으로 잡고 있다.
<하면 된다>(아톰스엔터테인먼트)의 경우는 순수제작비 11억원의 50%에 달하는 5억원 가량이 소요됐다.
최근 제작비가 30억원이 넘는 블록버스터 영화들이 잇따라 제작됨에 따라 마케팅 비용의 덩치도 커져 영화 한 편당 7억-10억 가량은 잡아야 한다는게 영화계의 정설이다.
시네마서비스 마케팅팀 관계자는 "최근 들어 신문이나 TV 등 영화 광고들이 부쩍 늘어나고 있는 게 사실" 이라면서 "'한번 뜨고 보자'는 심리로 시나리오나 영화의 전체적 플랜을 고려하지 않고 마구잡이로 광고를 하는 사례들을 종종 목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즉 '남들 하는 만큼은 해야 관객들의 눈에 띈다'는 발상에서 제작사간의 '과당출혈 경쟁'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영화가 손익분기점을 넘어설 만큼 관객이 들지 않을 경우 제작사의 부담은 그만큼 커질 수밖에 없다. 또 관객의 입장에서는 요란한 홍보와 달리 내실이 없는 영화를 봐야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최근 개봉한 국내 최초의 '불'영화 <싸이렌>(선우프로덕션)은 8억원 정도의 비용을 들여 대대적인 홍보전을 펼쳤으나 이틀 동안 서울 관객 2만3000여명을 동원하는데 그쳤다.
또 8억원이라는 비교적 저예산으로 제작된 <공포택시>(씨네월드)도 3억원을 투입해 홍보 전략을 폈으나 1만명 미만의 관객을 모았다.
영화홍보사 한 관계자는 "이젠 웬만한 돈을 들여서는 사람들 눈에 띄지도 않는다" 며 "예술영화나 소규모 영화를 만들려는 사람들의 설자리가 점점 줄어들고 있다"고 말했다.
저예산으로 내실있는 영화를 만들었다고 해도 '대대적인' 마케팅이 받쳐주지 않고서는 같은 규모의 다른 영화에 비해 경쟁력을 가질 수 없다는게 영화계의 한결같은 목소리다.
이와 관련 한국영화제작가협회도 광고마케팅 비용 폭등 등의 이유로 다양한 영화가 제작되지 못하는 등 한국 영화의 경쟁력이 위협받고 있다는 데 시각을 같이하고 내달 2일 제협과 투자사간의 간담회를 열어 이에 대한 대책 마련에 나서기로 했다.
(서울=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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