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주의 영화도 관객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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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주의 영화도 관객은 있다 :::

기선민 | 2002년 01월 17일
조회 1231

지난해 한국 영화계에서는 종(種) 다양성의 위기라는 문제가 대두됐다.

소위 '조폭 영화'에 관객이 몰리면서 작품성을 갖춘 영화들이 극장 싸움에서 밀려 개봉 몇일 만에 간판을 내려야했기 때문이었다.'와.라.나.고('와이키키 브라더스''라이방''나비''고양이를 부탁해') 다시 보기'는 이런 위기의식 속에 벌어진 일종의 문화운동이었다.

혹자는 "대중이 외면하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지 않느냐. 특정한 영화를 다시 보는 운동까지 하는 것은 지나친 것이 아니냐"고 지적한다.

과연 그런가. 평론가들이 이구동성 괜찮은 작품이라고 칭송해도 내가 싫어 안 보겠다는데 할 말은 없다. 그런데 새해 들어 나타난 몇 가지 현상을 보면 관객들은 '안 땡겨서'안 보기도 하지만 '상영하는 곳이 없어서' 보고 싶은데 못 보기도 한다는 점을 알 수 있다.

그 하나가 '2001년 마지막 프로포즈'를 진행하고 있는 하이퍼텍 나다의 경우다.

지난해 12월말부터 열한편의 영화를 번갈아 상영하고 있는데 작가주의 감독 데이빗 린치의 '멀홀랜드 드라이브'가 연일 매진이다.세시간이 넘는 '지옥의 묵시록-리덕스'와 베니스 영화제 경쟁 부문에 올랐던 '꽃섬'도 버금가는 인기를 누리고 있다.

20일 동안 약 1만명이 다녀갔고 평균 좌석 점유율이 80%라고 하니 1백50석이 채 안되는 소규모 극장임을 감안해도 분명 '(상영하는 극장이 없어서 못 봤던) 관객은 있다'는 얘기다.

'와.라.나.고'를 상영 중인 아트선재센터도 흐뭇한 표정이다.열흘 동안 2천3백명이 관람했다. 아트선재센터는 19일부터 일주일 동안 외국인을 위해 영문 자막판도 건다. 어차피 해외 영화제 참가용으로 만들어놨던 자막이니 추가 비용 없이 한국 영화의 관객층을 넓히는 셈이다.

이쯤 되면 독립 배급 라인의 확보 등을 통해 '소수'를 배려할 필요가 있다는 평론가들의 주장은 더욱 설득력을 갖는다. 수요가 있는 곳에 공급이 따라야 함은 당연한 일이다.

(중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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