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항공모함 위의 <진주만> 달러폭격 :::
라인지기 | 2001년 05월 2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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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와이,진주만. 호놀룰루에서 서쪽으로 10㎞떨어진 이곳, 항공 모함 존 C.스테니스호에서는 21일 저녁(현지시각)세계 각국에서 몰려온 600여명의 기자들과 미 해군, 진주만 공습 생존자와 희생자 유족까지,2000명이 축제 분위기를 띄웠다.
이날 하와이 전통 의상을 차려입은 합창단 80여명이 노래하는 가운데 서쪽 하늘은 황혼으로 물들었고,하늘을 색색으로 수놓은 에어쇼에 이어,밤 하늘을 화려 하게 밝힌 초대형 불꽃놀이,타이틀 곡을 부른 컨트리 싱어 페이스 힐의 공연으로 이어지며 성대하게 치러졌다.
현존하는 항공 모함 중 세계 최대 규모라는 존 스테니스호의 '진주만 잔치'는 영화 <진주만> 개봉 축하 이벤트.장장 7시간에 걸쳐 진행됐 다. <진주만> 개봉 축하 행사는 끝도 없이 규모를 키워나가고 있는 할리 우드 마케팅의 정점에 해당하는 행사였다.
'중요한 것은 크기'라는 광고 카피는 98년작 <고질라>의 것이었지 만, 이젠 <진주만>(Pearl Harbor)에 더 알맞는 구호다. 올 12월 7일로 진주만 피격 60년을 맞는 미국은 이 역사적 사건을 오락 영화 대작으로 어마어마하게 포장해냈다.
'2001년 여름 최고 화제작'으로 디즈니가 내놓은 <진주만>은 제작비 1억 4500만 달러(약1885억원)를 투자, 올 여름 '가장 큰 영화'라고 일찍부터 소문 났다. '할리우드 사상 최고의 프로모션 행사'로 불린 이날 진주만 항공모함 행사 비용만도 500만달러(약 60억원). 제작에서 마케팅과 배급까지,하나같 이 대규모로 이뤄지는 이른바 '이벤트 무비'의 외형적 극한을 보여준다.
영화는 미국의 제2차 세계 대전 본격 참전을 초래한 진주만 피격에 세 남녀의 엇갈린 사랑 이야기를 씨줄과 날줄로 엮은 전쟁 액션 드라마다.
제작자와 감독은 <더록>과 <아마겟돈>에서부터 늘 대형 제작 규모 를 앞세워온 제리 브룩하이머-마이클 베이 콤비.여러 측면에서 <타이타닉>을 벤치마킹한 흔적이 보인다.
공습 생존·유족 등 2000여명 참석
실제로 있었던 역사적 사건과 개인 적인 러브 스토리를 교직하는 화술에서부터 바다 위에서 펼쳐진다는 점에서 똑같고,전반부에선 로맨스로 중반 이후엔 스펙터클로 승부를 거는 구조도 흡사하다.
배가 침몰하 면서 벌어지는 몇몇 장면들은 상황 묘사도 비슷하다.심지어 2시간 55분에 이르는 상영시간까지도 <타이타닉>의 3시간 14분을 연상시킨다. 하지만 이날 존 스테니스호에서 열린 시사회에서 선보인 영화는 막상 재미나 완성도 모두에서 <타이타닉>에 크게 미치지 못해 아쉬움을 남겼다.
<진주만>이 '크기'로 승부하는 것은 최근 할리우드 여름 영화의 대규 모 배급 행태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 단기간에 걸쳐 최대 이익을 뽑아내려는 블록버스터 영화가 전세계 시장을 상대로 위력을 더해가면서,제작사가 화제성과 볼거리에 매달리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에서는 3000개가 훨씬 넘는 극장에서 일제히 개봉 하고,서울에서도 이미 80여개의 스크린을 확보해놓고 있다.상영 간격도 점점 좁아져, 25일 미국 개봉 후 다른 나라에서도 2주 내로 곧바로 시작한다. 한국에선 6월 1일 개봉한다.
미국에서 21일의 <진주만> 개봉 행사 같은 거대 이벤트를 비판적으로 보는 시선도 있다. 디즈니가 최근 4000명을 감원하며 내핍에 들어갔고, 시나리오 작가와 배우 파업으로 할리우드가 어수선한 상황에서 이렇게 화려한 1회용 행사는 어울리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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