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들어 한국영화가 흥행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최근 한국 영화는 흥행 하한선인 서울 관객 30만명을 돌파한 작품을 한 편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올 개봉작 중 가장 많은 관객을 끌어들인 <하루>가 28만명, <나도 아내가 있었으면 좋겠다>가 27만명을 기록했고, 상영 중인 <번지점프를 하다>가 현재까지 21만명을 끌어모으고 있을 뿐이다. 2000년과 1999년 같은 기간에 <반칙왕>과 <쉬리>가 경이로운 관객 동원 능력을 보였던 것에 비하면 초라한 수치들이다.
이 세 작품을 제외한 나머지 영화들 흥행 기록을 보면 부진이 더욱 실감난다. 30억원 이상을 투여했다는 '대작'들인 <광시곡>과 <천사몽>은 거의 관객의 시선을 끌지 못한 채 각각 1만9000명(광시곡), 1만3000명(천사몽ㆍ상영중)만을 기록하며 참패했다.
디지털 영화인 <눈물>이 23000명, 저예산영화 <새벽의 7인>이 4200명을 동원했다. 작년 연말 개봉한 기대작 <순애보>와 <불후의 명작>도 각각 3만2000명, 18만6000명만을 끌어들여 흥행에 성공하지 못했다. 최근 개봉작 중에서는 <자카르타>(33만명)가 유일하게 흥행 성공 선을 넘었다.
한국 영화의 이같은 저조한 기록에 반비례해, 할리우드 영화의 강세는 더욱 두드러져 보인다. 정작 미국에선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한 <버티컬 리미트>가 무려 83만명을 끌어들이며 빅 히트했고, <캐스트 어웨이>도 개봉 보름만에 가볍게 50만명을 돌파했다.
해마다 명절 연휴는 한국영화가 강세를 보이는 시즌이지만, 올 설에는 한국영화가 맥을 추지 못했다. 그동안 멜러 장르만큼은 한국영화가 휩쓸었지만 올해는 할리우드 로맨틱 코미디 <왓 위민 원트>가 50만명 가까운 관객을 동원하며 같은 기간 맞붙은 <하루>와 <나도 아내가 있었으면 좋겠다>를 가뿐히 누르는 '이변'을 남겼다.
영화계에서는 벌써부터 올 한국영화의 시장점유율 하락을 점치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지난 2년간 <쉬리>와 <공동경비구역 JSA>의 엄청난 흥행에 힘입어 한국영화 시장점유율이 30%를 넘기는 '호황'이었지만 올해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예측이다.
작년 하반기 <단적비연수>(65만명)와 <리베라메>(64만명)를 마지막으로 이른바 '한국형 블럭버스터' 특수가 막을 내렸다고 보는 시선도 있다. 올 여름 개봉 예정인 김성수 감독 <무사>를 제외하곤 상반기 상영 예정 작품 중에서는 이렇다 할 대작도 없다. 흥행의 양에서 뿐 아니라 질적 측면에서도, 작년 이맘 때 <박하사탕>처럼 뛰어난 작품성을 지닌 영화가 나오지 않고 있다.
영화평론가 전찬일씨는 "금융 자본 유입 등으로 제작비 조달이 한결 수월해진 상황에서 충무로가 안이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한국 영화 부진의 원인을 지적했다. 그는 "한국형 블럭버스터가 대세가 되면서 오히려 우리 영화계를 약화시키는 주원인이 됐다"며 "대작이 지속적으로 나오려면 산업적 토대가 있어야 하는데 우리는 그렇지도 못하면서 물량전으로만 치달아온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우울한 전망을 하기엔 이르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심재명 명필름 대표는 "같은 경향의 영화들이 함께 나와서 서로 손해를 보고있는 상황"이라면서 "전체적으로 보면 지난 2년간의 엄청난 성공 뒤에 오는 일시적 공백기일 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하반기에 김성수 장선우김지운장윤현정지우홍상수처럼 역량 있는 감독들의 작품이 나오면 전세가 바뀔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희주 젊은기획 대표도 "100만명 이상 동원하는 '대박'보다는 20-30만명 가량 안정적으로 히트하는 작품들이 계속 나와주는 게 더 중요하다"면서 "앞으로 나올 영화들은 소재나 장르에서 좀더 다양한 모습으로 관객의 신뢰를 얻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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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한국영화 흥행 헐리우드에 밀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