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승완 감독 신작 <다찌마와 Lee> 인터넷 개봉
글: 라인지기
2000년 12월 1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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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찌마와 Lee>는 류승완 감독을 비롯해 김성제 프로듀서, 최영환 촬영감독, 박성빈, 류승범, 임원희, 안길강 등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 팀이 다시 뭉친 작품으로, 70년대의 토종 액션 영화를 문어체적 대사와 과장된 액션, 100% 후시녹음 등으로 그대로 재현함으로서, 지난날 우리 토종 액션 영화에 대한 감독의 오마주가 잘 드러난 영화이다. '다찌마와리'란 액션,활극을 뜻하는 영화계의 일본식 은어로서, 류승완 감독은 끝을 이(李)씨 성으로 바꾸어 주인공 다찌마와 Lee를 만들어냈다.
서울에 막 올라온 연약한 시골처녀들, 이들을 희롱하는 악당, 이때 등장한 악당들을 물리치는 정의의 사도, 정의의 사도와 시골처녀와의 풋풋한 로맨스, 앙갚음을 위해 나타난 악당두목과의 숨막히는 결투, 비겁한 수에 말려 위기를 맞이하기도 하지만, 결국 정의는 승리한다는 것을 보여주고 묵묵히 석양을 등지고 다시 방랑의 길을 떠나는 우리의 주인공. 이러한 내러티브에서 알 수 있듯이 이 영화는 액션영화, 또는 옛 홍콩 권법영화들의 장르의 특성을 그대로 재현하고 있다. 여기에다 지나치게 진지하고 비장해 웃음을 터뜨리게 하는 문어체적 대사들까지도 그대로이다.
류승완 감독은 "예전 우리 액션영화를 보면 너무나 진지하고 비장했었습니다. 그걸 보는 우리들은 손에 땀을 쥐어가며 주인공의 정의로운 활약에 몰입했었습니다. 지금보면 어색해서 웃음부터 나오지만 과거에 우리 대중들에게 가장 사랑받았던 이러한 액션영화들이 요즘엔 작품적으로나 장르적으로 별로 조명을 받지 못하는 것 같아서 한창 즐겨봤던 그때 심정 그대로 재현해 보고 싶었습니다. 의도적인 조악함과 패러디라는 특성, 단편의 기동성을 살리기 위해 디지털로 작업을 했으며 인터넷 영화라는 자유로움에 기반해 즐거운 심정으로 만들어 본 작품이니 재밌게 봐 주었으면 합니다." 라고 기획과 연출의도를 말했다.
주인공 '다찌마와리' 역은 김지운 감독의 <커밍 아웃> 과외선생으로 인기를 모은 임원희가 맡았고, 화녀역엔 <조용한 가족>의 이윤성, 충녀역엔 한승희,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의 박성빈과 류승범이 각각 상하이박과 와싱톤을 맡았다. 다찌마와리와 최후의 결투를 벌이는 두목 동방의 무적자 역엔 역시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에서 류승완 감독의 선배형사로 출연했던 안길강이 연기한다.
또한, <다찌마와 Lee>는 이런 저런 잔재미가 가득한 영화이다. 먼저 비장한 문어체적 명대사들이 눈에 띈다. 예를 들면 "비오는 날이면 두려움에 떠는 하얀 까마귀들아. 이제는 사내다운 삶을 살아야 할 게 아니냐!!"고 악당을 계몽하는 주인공, "사랑은 나에게 사치스러운 것, 사랑을 나누기엔 난 역시 너무나 위험한 인물인가 보오"라며 여인에게서 떠나는 다찌마와 Lee, "티켓을끊고 여행을 가주어야 겠다. 목적지는 황!천!길!" 이라며 결투에 앞서 기선을 제압하려드는 악당두목 등 고전영화에서나 들을 수 있는 명대사들로 가득차 있다.
영화속에 등장하는 패러디 장면을 찾아보는 것도 재미있다. 옛 영화의 대사와 장면들은 물론 모 관절염 약 CF, 모 이동통신 CF에서부터 <오스틴 파워>의 미니 미의 등장까지 재기발랄한 패러디가 이어진다. 영화속의 주인공역시 그 옛날 우리 영화 속의 등장인물들을 패러디한 것이기도 하다.
또한, 시종 코믹액션으로 일관하다가 낙엽 속에서의 마지막 결투씬에 이르러 등장하는 멋진 액션 장면, 본 영화가 끝난 후 등장하는 NG모음도 놓치기 아까운 장면들이며, 도입부에 등장하는 장진 감독의 나레이션을 들어보는 것도 재미있다.
유명감독의 디지털단편을 인터넷을 통해 상영하는 현재 씨네포엠 디지털 단편 프로젝트는 김지운 감독의 <커밍 아웃>이 온라인 조회수 40만, 장진 감독의 <극단적 하루>가 28만을 기록하며, 인터넷 영화, 디지털영화, 단편영화의 장점을 결합한 새로운 모델을 제시하며 많은 주목을 받았다. 이러한 가운데 많은 팬을 확보한 류승완 감독의 신작은 영화팬들의 높은 관심을 끌 것으로 보인다.
<다찌마와 Lee>는 인터넷 개봉과 더불어 한국독립단편영화제 초청작으로 선정되어 12월 11일 2시와 14일 12시 동숭아트센터내 '하이퍼텍 나다'에서 오프라인으로 볼 수 있으며, 또한 인디 비디오 페스티벌 인터넷 영화 부문 초청작으로 선정되어 17일 1시 아트큐브(씨네큐브 내)에서도 상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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