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 달리다
글: 박경미
2004년 02월 2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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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 달리다
나카야마 형사는 한국인 정보원 히데요시(수길)와 결탁하여 신주쿠를 근거로 활동하는 야쿠자 집단 '아이코愛虎 조직'에 경찰 단속 정보를 흘려주고 그 대가로 돈을 받지만, 나름대로 범죄 수사 역시 게을리 하지 않는 이중적인 면을 지니고 있다. 나카야마의 연인이자, 히데요시가 동경하는 상해여자 모모는 돈을 모으기 위해 어떠한 일도 마다하지 않는다. 모모는 히데요시와 함께 불법송금, 매춘, 밀입국 보조 등의 돈벌이에 매달리고, 아이코 조직의 보스인 곤다와도 내연의 관계를 유지한다. 자신 외에는 아무도 믿지 않던 모모가 어느 날 갑작스럽게 살해되고, 이때부터 나카야마와 히데요시의 관계는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게 된다.
신주쿠를 무대로 하여 얽히고 설킨 나카야마, 히데요시, 모모, 곤다의 관계는 돈의 이해관계와 욕정이 서로 뒤죽박죽 뒤엉켜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종잡을 틈도 주지 않은 채, 결말을 향해 정신없이 달려간다.
독특한 코믹 질주극 <개, 달리다>는 일본에서 주변인으로 살아가는 한국인 문제를 전면에 부각시킨 <달은 어디에 떠 있는가> 이후 6년만에 감독의 계속적인 고민인 아시아인의 정체성에 대해 다시 한번 정면도전한 작품이기도 하다. 이 영화에서 최양일은 재일한국인의 문제뿐 아니라 상해인과 북경인의 미묘한 갈등까지도 다루면서, 단순히 한국의 민족성을 내세우거나 일본을 상투적으로 비판하는 감독이 아님을 증명한다. 약육강식에 의해 지배되는 도시와 그곳에서 타자로 분류될 수밖에 없는 밀입국자와 걸식하는 밑바닥 인간들을 통한 주변인들의 질퍽한 삶이 결코 무겁지 않게 그려지고 있으며, 영화 곳곳에는 최양일 특유의 비틀린 유머가 숨어 있다. 그러면서도 국내에서 개봉한 어떤 일본영화보다도 일본의 현실과 분위기를 있는 그대로 전해 주는데, 등장인물들이 벌이는 비밀도박, 폭력, 공갈, 사기, 매춘, 마약 등의 온갖 범죄는 철저한 사전조사와 신주쿠 현장 로케로 거의 실제와 가깝게 묘사된다.
일본의 치부를 거침없이 드러내면서 희비극을 교차시키는 이 작품은 통쾌한 사회고발로 일본 사회에 당혹감과 충격을 던져준 최양일식 하드보일드 원더랜드의 결정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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