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이세이 무책임 일가, 도쿄 디럭스
글: 박경미
2004년 02월 2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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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이세이 무책임 일가, 도쿄 디럭스
최고의 콤비인 최양일과 정의신이 공동 각본을 쓰고, <달은 어디에 떠 있는가>의 스탭과 배우들이 다시 한번 호흡을 맞춘 기발한 코미디 영화.
가족의 단결과 화합을 ‘사기’에서 찾는 아메야 일가는 가족 구성원 전체가 사기꾼으로 막내아들 준은 아직 사기 실력이 견습생 수준이다. 어떠한 인물로도 변장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이들은 울면서 매달리기, 당근과 채찍 전법 등 예측 불가능한 다양한 수업으로, 영화 내내 쉴틈없이 그들의 가훈인 ‘속지 말고 속여라’를 실천한다. 이들은 빚진 돈을 내놓으라는 말에 하루 이틀도 아니니 상관없다는 뻔뻔함까지 지니고 있어 그야말로 강적이다. 이혼과 결혼을 밥먹듯이 하는 어머니 마츠를 중심으로 4명의 아들 다카시, 미노루, 스스무, 준과 큰며느리 노부코에 그녀의 친정 식구들, 마츠의 애인인 기미오까지 합세해 일으키는 이들의 소동은 차남인 미노루를 핵심으로 벌어진다. 고향에서 선거도박으로 많은 빚을 진 아메야 일가는 도쿄로 야반도주를 감행한다. 이발관을 하는 노부부를 속여 거점을 마련한 이들은 물주를 골라 포섭에 들어가고, 그들의 사업을 하나하나 진행시켜 나간다. 그들이 보여주는 유쾌한 거짓들은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용서가 된다. 심지어 그 가족 구성원이던 막내 준이 사기 친 돈을 가지고 생부를 찾아 가출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미노루가 그를 보내주는 건 또 다른 가족의 재결합이라는 목적 때문이다.
허나 무리 없이 진행되던 그들의 공들인 사업들이 무너질 위기에 처한다. 존 F. 케네디, 존 레논, 기타노 다케시 등의 정자를 보유하고 있다는 냉동정자은행 사기가 발각되자 장남 다카시는 집을 나가고, 기미오는 마츠를 버리고 사랑의 도피 행각을 벌인다. 그러나 떠났던 가족이 돌아오고 이들은 재기를 위해 또 다른 음모를 꾸민다.
가족이 뭉쳐서 함께 만들어가는 거짓은 ‘타인을 속여 돈을 뜯어내기’ 위함이며, 타인을 속여 돈을 뜯어내기 위해서는 함께 속여 줄 가족이 필요하다. 가족의 존속과 화합이라는 가족윤리와, 사기라는 범죄 윤리 중에서 무엇을 우선 순위로 둘 것인가. 이렇듯 모호해진 윤리의 경계 안에서 최양일의 잔혹 코미디는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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