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방서 참회하라.. '올드보이 놀이' 유행
글: 라인지기
2003년 12월 1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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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올드보이'가 흥행몰이를 하면서 젊은이들 사이에 '올드보이 놀이'가 인기를 끌고 있다.
'올드보이 놀이'란 영화배우 최민식이 맡은 주인공 오대수처럼 한 사람을 방에 가둬, 이제껏 저지른 잘못을 일일이 곱씹으며 '참회의 시간'을 갖게 하는 것. 특히 연말이 다가오면서, 올 한해를 돌아보겠다며 '오대수식 감방 체험'을 자원하는 사람들이 많다.
이 놀이를 위해서는 준비해야 될 것보다 버려야 할 것이 더 많다. 현대인의 분신인 휴대폰, 심심할 때마다 들어가는 '놀이터'인 인터넷, 보통 사람들의 가장 보편적인 레저활동인 TV, 담배나 커피 같은 기호식품 등이 바로 그것들.
준비해야 할 것은 달랑 연필과 노트 뿐이다. 커튼을 쳐 어두컴컴하고, 블랙홀에 빠진듯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 방에 갇혀, 살면서 누군가에게 무심코 상처를 주지는 않았는지, 잘못한 것은 없는지 인생을 되돌아 보는 시간을 갖는 것이다.
갇혀있는 동안의 식사 메뉴는 영화처럼, 중국 음식점에서 배달시켜 온 군만두다.
친구들과 스키장에 놀러가 '올드보이 놀이'를 했다는 이희수씨(32ㆍ프로그래머)는 "4시간 동안 방에 갇혔는데, 처음엔 그저 놀이로 시작했다"며 "그러나 휴대폰도 없고 인터넷도 없이, 차갑게 식은 군만두를 씹으며 앉아 있자니 별 생각이 다 들면서 나중엔 정말 나의 삶을 진지하게 되돌아 보게 되더라"며 웃었다.
'올드보이 놀이'는 '영화 따로, 관객 따로'가 아니라, 영화를 현실의 놀이로 적용하는 트렌드의 한 맥락. 영화 '매트릭스2 리로디드'가 개봉됐을 때는 네오, 스미스 등 주인공 복장을 하고 추격전과 격투 장면을 도심 속에서 재연하는 '매트릭스 놀이'가 인기를 끌며, 모임 '매트릭스 리로디드 인 서울'(cafe.daum.net/matrixinseoul)까지 만들어냈다. 또 '살인의 추억'은 정신장애를 지닌 살해 혐의자 백광호가 형사들의 취조에 게슴츠레하게 눈을 뜨고 우스꽝스러운 대답을 하는 것처럼, 무리 중 한 명을 백광호 역으로 정하고 번갈아 질문을 던지면서 노는 '백광호 놀이'를 유행시키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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