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75년 - 1978년 >
{소년과 개 A Boy and His Dog}는 우리나라에는 그다지 알려져있지 않은 장
르의 걸작 중 하나이다. 미국의 저명한 SF작가 할란 엘리슨 Harlan Ellison의
동명 중편소설을 원작으로 삼아 만들어졌으며, 핵전쟁 이후의 페허를 배경으
로 삼는 이른바 '재앙이후 post-catastrophe' 주제의 영화이다. 단편소설 부
문에서 탁월한 업적을 쌓아올린 할란 엘리슨은 1960년대 이후를 풍미했던 '뉴
웨이브 SF'의 기수 중 하나이다.
떠돌이 소년과 텔레파시 능력을 지닌 개가 주인공이며, L.Q.존스 L.Q.Jones
의 감독 데뷰작이다. 1975년에 발표된 이 영화는 탁월한 작품성과 독특한 구
성으로 오늘날 컬트영화의 반열에 올라 있다.
{록키 호러 픽처 쇼 The Rocky Horror Picture Show}는 흔히 말하는 '컬트
영화'의 대표적인 본보기로 꼽히는 작품이다. 이 영화는 처음 극장 개봉에서
는 신통찮은 반응을 얻었으나 곧이어 미국 각 지방의 심야극장들에서 서서히
팬들의 열광적인 호응이 일어나기 시작, 마침내 '가장 성공한 컬트영화'로 일
컬어지기에 이른다. 관객들은 단순히 영화를 감상하는 것에서 그치지않고 자
신이 좋아하는 등장인물과 같은 복장을 하고 극장에 들어오며, 영화장면과 같
은 상황을 객석에서도 연출하곤 한다. 이를테면 비가 오는 장면에서는 물을
뿌리고, 노래를 하거나 악기를 연주할 때도 따라서 하는 식이다. 이처럼 영화
관람 자체를 하나의 퍼포먼스처럼 꾸미는 것이 이 영화에서 특징적으로 비롯
된 대표적인 '컬트현상'중 하나이다.
결혼을 약속한 두 남녀가 밤길을 여행하던 중 차가 고장나서 어떤 기괴한
성에 들어가 도움을 청하게 된다. 그러나 그 성에는 외계에서 온 사람들이 모
종의 행사를 벌이고 있었다. 두 남녀는 성의 주인인 성도착자(性倒錯者)에게
밤새 농락을 당하는 등 우여곡절끝에 아침을 맞으면서 겨우 빠져나온다는 줄
거리이다. 원래 런던에서 공연하던 뮤지컬이며, 그 당시부터 주연을 맡았던
팀 커리 Tim Curry의 연기가 매우 돋보인다. 제작(영국),발표된 것이 1975년
이지만 외국에서는 지금도 정기적으로 극장에서 상영되고 있다. 몇년 전 일본
의 극장에서 이 영화의 상영을 종결하기로 결정하자 펑크족들이 반대 시위를
벌였던 장면은 국내 외신란에서도 보도된 바 있다. 짐 샤만 Jim Sharman이 감
독했다.
{도망자 로간 Rogan's Run(1976)}은 윌리엄 F.놀란 William F.Nolan과 조지
클레이튼 존슨 George Clayton Johnson이 1967년에 발표한 동명 SF소설을 바
탕으로 만든 영화이며, 영화에 이어 TV연속극으로도 만들어져 1977-78년에 방
송되었다. 이 연속극은 우리나라 TV에서도 방영되어 한때 인기를 끈 바 있다.
서기 2274년, 모두들 행복한 생활을 영위하는듯 하지만 나이가 서른에 이르
면 다시 태어나야 한다. 다시말해서 모두 죽음을 당한다는 뜻이다. 로간은 이
에 반발하여 탈출한 뒤 고독한 싸움을 시작한다. 마이클 앤더슨 Michael
Anderson이 감독했고 마이클 요크 Michael York가 주연했다.
유명한 팝 가수 데이빗 보위 David Bowie가 타이틀롤을 맡아 훌륭한 외계인
연기를 보여준 {지구에 떨어진 사나이 The Man Who Fell to Earth}도 1976년
작품이다. 미국작가 월터 테비스 Walter Tevis의 같은 제목의 원작소설을 영
국에서 영화로 만든 것이다. 어느 외계인(화성인으로 암시된다) 한 명이 지구
에 온다. 그는 처음에는 안식처를 찾았다고 생각하지만 결국에는 지구인들에
의해 자아를 상실하고 만다. 자신의 고향별보다 무거운 지구의 중력에 고통스
러워하듯 지구인들의 감정의 중력에도 굴복하고 마는 것이다.
매우 독특한 개성을 지닌 데이빗 보위의 캐릭터는 이 영화에서 더할나위없
는 적역으로 등장하며, 그의 연기와 각본 및 감독의 편집 등 3박자가 훌륭하
게 어우러진 걸작으로 꼽힌다. 니콜라스 로그 Nicolas Roeg가 감독했고 폴 메
이어스버그 Paul Mayersberg가 각본을 썼다. 138분 길이이다.
{카프리콘 1호 Capricorn One(1977)}는 좀 색다른 작품이다. 인류 최초의
화성행 유인우주선이 발사되어 성공적으로 임무를 완수하는 장면이 방송을 통
해 널리 보도된다. 그러나 그것은 사실 속임수였고, 우주비행사들은 미항공우
주국(NASA)에서 감금되어 살해당할 위기에 처한다.
피터 하이엄스 Peter Hyams가 각본을 쓰고 감독한 이 작품은 독특한 설정과
긴박감 넘치는 구성, 그리고 '가짜 화성착륙'장면 등 흥미로운 요소가 적잖은
수작으로 꼽힌다. 피터 하이엄스는 1984년에 {2010:우주의 오디세이II}의 감
독도 맡았다.
1977년에 발표되어 오늘날 'SF팬들을 위한 꿈의 영화'로 불리는 {미지와의
접촉 Close Encounters of the Third Kind}은 아마도 스티븐 스필버그 Steven
Spielberg감독의 최고 걸작으로 길이 남을 것이다. 그가 직접 각본도 쓴 이
영화의 제목은 원래 UFO와의 직접 접촉을 의미하는 전문용어로서, 실제로는
공식 확인된 사례가 전무하다.
주인공은 UFO가 출몰하는 사건을 겪은 뒤 스스로도 설명할 수 없는 기묘한
암시에 시달려 기행을 거듭한 끝에 가정이 파탄될 지경에 이른다. 그러나 억
제할 수 없는 충동은 계속되어 결국 '미지의 목적지'로 길을 떠나지만, 그곳
에서 다른 방법으로 UFO와의 접촉을 준비하고 있던 정부 당국에 붙잡혀 강제
로 격리될 지경에 처한다.
다큐멘터리식으로 편집된 전개와 후반부에 마침내 모습을 드러내는 UFO의
눈부신 빛의 잔치, 탄탄한 구성 및 설정과 설득력있는 묘사 등등이 이 작품을
움직일 수 없는 고전의 지위에 올려놓고 있다. 미국에서는 흥행에도 크게 성
공하여 역대 SF영화흥행사에서 상위를 점하고 있으나, 1980년대 초 국내 극장
개봉에서는 반응이 매우 저조했다. 현재 비디오로 출시되어 있다.
{악마의 씨앗 Demon Seed(1977)}은 우리나라에도 많은 작품이 소개되어 있
는 미국의 작가 딘 쿤츠 Dean R.Koontz가 1973년에 발표했던 같은 제목의 소
설을 영화로 만든 것이다. 오늘날엔 SF영화의 전형적인 제재 중 하나로 자리
잡은 '괴물 컴퓨터' 이야기로서, 천재 과학자가 만든 전지전능의 컴퓨터가 인
간 여성을 취하여 자신의 후계자를 얻는다는 줄거리이다. 과학적인 논리성이
좀 결여되어 있는 결말이지만 섬세한 연출로 비교적 무리없이 소화해내고 있
다. 국내에도 비디오 및 원작소설이 나와 있다.
세계 SF영화사, 아니 세계영화사는 1977년에 이르러 확연한 질적 변화를 겪
게 되었다고 말할 수 있다. 단 한 편의 영화, {스타 워즈 Star Wars}로 인하
여. 오늘날 이미 전설이 된 이 작품은 헐리우드 자본들로 하여금 그전까지는
결코 본격 흥행장르로 대접하지 않았던 SF를 새롭게 재인식하게 만든 계기가
되었고, 또한 엄청난 제작비와 현란한 특수효과를 흥행의 필수 내지는 기본조
건으로 삼지않을 수 없게 된 사실상의 시초이기도 하다.
이 영화는 달리 설명이 필요없는 '스페이스 오페라'의 걸작이다. 조지 루카
스 George Lucas가 각본을 쓰고 감독했다.
국내에도 방영되었던 TV연속극 시리즈를 영화로 만든 {우주전함 갈락티카
Battlestar Galactica}는 1978년에 발표되었다. 흥미로운 것은 애초에 이 작
품의 제목이 '스타 월즈 Star Worlds'였다는 사실이다. 이 작품은 원작 TV시
리즈와 마찬가지로 그다지 괄목할 만한 반응을 얻지는 못했다. 리차드 A.콜라
Richard A.Colla가 감독했는데, 그는 1974년에 TV용 SF영화인 {전자인간 퀘스
터 The Questor Tapes}라는 상당히 뛰어난 작품을 감독한 바 있다.
{코마 Coma(1978)}는 '메디칼 드릴러'의 귀재인 로빈 쿡 Robin Cook의 소설
을 역시 베스트셀러 작가인 마이클 크라이튼이 감독한 영화이다. 크라이튼이
감독데뷰작으로 성공했던 {웨스트월드 Westworld(1973)}에 이어 두 번째로 연
출한 작품이며, 각본도 직접 썼다. 원작소설과 영화비디오 둘 다 국내에 나와
있다.
1956년에 발표되었던 고전 명작인 {신체강탈자들의 침입 Invasion of the
Body Snatchers}은 1978년에 필립 카우프만 Philip Kaufman 감독이 리메이크
하여 발표했다. 끔찍하고 혐오스런 장면들을 별로 구사하지 않고도 공포의 극
단을 느끼게 해 주는 작품이며, 특히 라스트신의 충격적인 반전이 인상적이
다. 외계인들이 지구에 도달하여 한 마을 사람들 모두의 심신을 바꾸어나간다
는 줄거리이다. 내용에 함축되어 있는 깊고 다양한 은유를 1956년 작품에 못
지않게 잘 소화하고 있다. 이 영화는 국내에 비디오로 출시되어 있으며 원작
소설(잭 피니 Jack Finney가 1955년에 발표한 <신체강탈자 The Body
Snatchers>)도 번역되어 나와 있다.
1930-50년대에 만화,만화영화,TV연속극 및 영화시리즈로 인기를 끌었던 {슈
퍼맨 Superman-The Movie}은 1978년에 다시 극장판 영화로 만들어졌다. 고전
적인 감각으로 구성되었음에도 불구하고 팬들의 반응은 긍정적이어서, 이후에
후속편이 몇 편 더 제작되었다. {오멘 The Omen(1976)}을 감독했던 리차드 도
너 Richard Donner가 감독을 맡았으며, 타이틀롤의 크리스토퍼 리브
Christopher Reeve 외에 진 해크만 Gene Hackman, 말론 브란도 Marlon Brando
등 중량급 헐리우드 스타들이 다수 출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