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계 SF 영화사 (6) :::

박상준 | 1994년 11월 01일 조회 9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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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55년 - 1959년 >
1956년의 [이 지구라는 섬 This Island Earth]은 당시 SF영화의 주류나 마찬가지던 괴물외계인 일색에서 탈피하여 진지하고 사색적인 내용을 담은 영화라는 점에서 단연 돋보인다. 이는 1950년대들어 질적 성숙기에 접어든 SF문학의 영향에 힘입은 바가 큰데, 이 작품에는 지구인 과학자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우호적인 외계인이라든가, 원자력의 평화적인 이용가능성 등이 등장한다. 조셉 뉴만(Joseph Newman)이 감독했고 유니버설사가 천연색으로 제작했다. SF작가 레이먼드 존스(Raymond F. Jones)가 1952년에 발표한 같은 제목의 소설을 바탕으로 만든 것이다. [우주수폭전(宇宙水爆戰)]이라는 제목으로 같은 해에 우리나라에도 수입,개봉되었다.
1956년에 미국의 메트로-골드윈-마이어(MGM:Metro-Goldwyn-Mayer)사가 제작한 [금지된 행성 Forbidden Planet]은 SF영화사상 최고의 걸작 중 하나로 꼽힌다. 흔히 셰익스피어의 [폭풍우 The Tempest]를 SF로 각색한 것으로 알려지는 이 작품은, 외딴 행성에 자기만의 왕국을 구축한 어느 과학자를 등장시켜 변태적인 인간 심리가 가져온 가공할만한 결과를 묘사하고 있다. 프레드 윌콕스(Fred M. Wilcox)가 감독했다. 이 작품에 등장하는 로봇 '로비(Robby)'는 SF영화사상 최초로 대중적인 인기를 누린 로봇이며, 나중에 다른 작품에도 출연(?)하기에 이른다. 천연색 시네마스코프로 제작되었으며, 현재 국내에도 비디오로 출시되어 있다.
잭 피니(Jack Finney)의 장편소설 [신체강탈자 The Body Snatcher]는 이제껏 세 차례에 걸쳐 영화로 제작되었으며, 세 편 모두다 비범한 수작들로 평가받고 있다. 그 중에서도 가장 높이 평가받는 작품이 1956년도에 돈 시겔(Don Siegel)감독에 의해 흑백 시네마스코프로 처음 만들어진 [신체강탈자들의 침입 Invasion of the Body Snatchers]이다. 우주에서 날아 온 정체불명의 씨앗이 사람들을 하나 둘 변화시키면서 자기 세력을 넓혀나간다는 내용인데, 당시 미국에서 맹목적인 빨갱이 사냥으로 문화예술인들까지 공포에 떨게 만들었던 매카시즘을 풍자한 작품으로 받아들여진다.
한편 조지 오웰의 원작소설로 유명한 [1984]도 1956년에 마이클 앤더슨(Michael Anderson)감독에 의해 영국에서 흑백영화로 만들어졌다. 1957년에 유니버설사에서 제작한 [놀랍도록 줄어든 사나이 The Incredible Shrinking Man]는 단순한 특수효과들의 모음 이상의 평가를 받는 수작이다. 제목 그대로 어떤 사나이가 한없이 작아진다는 내용인데, 냉전 시대에 영웅으로 군림하려는 미국의 역할을 풍자했다는 평도 있다. 잭 아놀드(Jack Arnold)가 감독한 81분 길이의 흑백영화이다.
과학실험 도중에 발생한 돌발사고로 끔찍한 모습의 파리인간이 되어버린 과학자를 묘사한 [파리 The Fly]는 1958년에 20세기폭스사에서 천연색 시네마스코프로 제작되었다. 제작자인 커트 노이만(Kurt Neumann)이 감독도 겸했는데, 그는 당시로서는 엄청난 액수의 제작비를 투자했고 각본도 특별히 제임스 클라벨(James Clavell)을 고용해서 쓰도록 맡겼다. 클라벨은 1970년대 후반에 베스트셀러 소설 [쇼군 Shogun]을 쓴 사람이다. 이 최초의 [파리]는 1986년에 데이빗 크로넨버그(David Cronenberg)가 리메이크한 것보다 더 뛰어나다는 평을 받고 있다.
1959년에는 주울 베르느의 걸작소설 중 하나인 [지저여행 Journey to the Centre of the Earth]이 처음 영화로 제작되었다. 20세기폭스사에서 제작하고 헨리 레빈(Henry Levin)이 감독을 맡았으며, 2시간이 넘는 긴 러닝타임에다 총천연색 시네마스코프이지만 특수효과는 좀 엉성한 편이다.
1950년대 최고의 반전(反戰)영화로 꼽히는 [해변에서 On the Beach(1959)]는 스탠리 크래머(Stanley Kramer)가 제작과 감독을 맡았다.
서기 1964년에 핵전쟁이 일어나 지구상의 모든 나라가 멸망하고 오로지 호주만이 온전하게 살아남는다. 그러나 호주에도 죽음의 방사능 바람이 점점 밀려들고 있었다. 홀로 남은 잠수함의 선장과 선원들은 캘리포니아에서 발신되는 구조전파신호를 포착하고 생존자를 발견하는 희망에 차서 찾아가보지만, 바람에 흔들리는 창문 손잡이가 전신기 키에 걸려있는 것을 발견할 뿐이다.
그레고리 펙과 에바 가드너, 앤소니 퍼킨스 등의 잘 알려진 유명배우가 출연한 흑백 작품이다. 이 영화는 1962년에 [그날이 오면]이라는 제목으로 국내에 수입,개봉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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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60년 - 1965년 >
1950년대가 SF영화의 '부활기'였다면, 1960년대는 '질적 성숙기'의 단계에 접어들었다고 할 수 있다. 특히 1960년대엔 유럽에서 예술적 가치가 돋보이는 수작들이 비중있는 감독들에 의해 여러 편 제작되었고, 미국에서도 SF영화사에서는 물론, 세계영화사에 커다란 획을 긋는 대작이 발표되기에 이르렀다. SF영화에 대한 대중들의 폭발적인 반응은 그보다 훨씬 뒤인 1970년대 후반에서야 비로소 터져나온 것이긴 하지만, 그 이후 1980년대부터 SF가 흥행을 보장하는 달러박스로 각광받게 된 토대는 이미 1960년대에 착실하게 다져지고 있었던 것이다. 특히 1959년의 [해변에서]가 거둔 성공은 비중있는 감독이나 배우들로 하여금 SF라는 장르에 진지하게 관심을 갖도록 만든 계기가 되었다.
1960년 한 해 동안에 세계 각국에서는 수많은 SF영화들이 제작,발표되었다. 미국은 물론이고 영국,서독,프랑스,멕시코,일본,스웨덴,유고슬라비아,폴란드,동독,이태리 등지에서 수십 편의 SF영화가 쏟아졌다. 특히 일본과 멕시코에서는 연작물 형태로 한 해 동안에 3-6편의 영화가 한꺼번에 선을 보였다.
미국에서 만들어진 [공포의 소상점(小商店) The Little Shop of Horrors(1960)]은 여러가지 면에서 흥미로운 작품이다. 우선 이 영화는 단 이틀만에 촬영을 끝마친 기록을 갖고 있는데, 그처럼 짧은 시간에 만들어진 영화중에서는 최고라는 평을 받고 있다. 또한 'SF공포영화사상 가장 웃기는 영화'라는 찬사도 아울러 받는 블랙코미디이다. 감독 겸 배우이기도 한 로저 코먼(Roger Corman)의 작품이며, 그가 감독한 작품들 중에서는 최고중의 하나로 꼽힌다. 잭 니콜슨이 메조키스트로 출연했다는 사실도 흥미롭다.
원래 70분 길이의 흑백영화로 만들어졌지만, 근년에 들어 컴퓨터로 색상을 입힌 필름도 나왔다. 또한 이 영화의 성공에 힘입어 원작이 뮤지컬로 각색되어 브로드웨이에서 공연되기 시작했고, 1986년에는 다시 그 뮤지컬이 영화로 만들어졌다. 1986년판은 우리나라에도 비디오로 출시되어 있다.
[메트로폴리스]를 만들었던 거장 프리츠 랑은 1960년에 서독,프랑스,이태리 합작으로 [마부제 박사의 천 개의 눈 Die Tausend Augen des Dr Mabuse]을 만들었다. 그동안 독일을 떠나 미국에서 활동했던 프리츠 랑이 다시 유럽으로 돌아와 1920-30년대에 두 편을 만들고 중단했던 [마부제 박사] 시리즈를 이은 것이다. 이 시리즈는 1960년대 중반까지 계속된다.
또한 H.G.웰즈의 소설로 너무나도 유명한 [타임머신 The Time Machine]이 영화로 제작된 것도 1960년의 일이다. 이미 탁월한 SF영화를 여러 편 발표하여 명성을 날리고있던 미국의 조지 팰이 제작,감독했다.
현재까지도 끊어지지않고 계속 제작되고있는 [007:제임스 본드 James Bond]시리즈의 첫 작품은 1962년에 흑백영화로 처음 발표되었다. 테렌스 영이 감독하여 영국에서 제작된 [닥터 노 Doctor No]는 이언 플레밍의 원작소설을 영화화 한 것으로, 션 코네리가 주연을 맡았다. 이 작품은 세계적으로 대단한 흥행 성공을 거두어 숱한 모방작이나 아류작들이 뒤따랐으며, 잘 알려져 있다시피 영화사상 가장 생명이 긴 시리즈물의 하나가 되었다. 오늘날 [007]시리즈는 '테크노-드릴러 Techno-Thriller'의 한 전형으로 평가받기도 한다.
1963년에는 알프레드 히치코크 감독의 그 유명한 [새 The Birds]가 발표되었다. 이 영화를 SF로 볼 수 있느냐에 대해서는 아직도 이론의 여지가 많지만, 그 이후의 SF영화들에 끼친 엄청난 영향을 고려해보면 SF영화사에서 반드시 언급하지 않을 수가 없는 작품이다. 잘 알려져 있다시피 새떼들이 인간을 습격한다는 설정이며, 이후 새떼가 아닌 벌떼의 습격 등으로 변용되어 많은 아류작들이 탄생했다. 미국 유니버설사에서 제작했으며 119분 길이이다.
스탠리 큐브릭 감독의 걸작 [스트레인지러브 박사, 혹은 나는 어떻게해서 걱정을 멈추고 폭탄을 사랑하게 되었나 Doctor Strangelove, or How I Learned to Stop Worrying and Love the Bomb]는 1964년에 발표되었다. 원래 큐브릭 감독은 이 작품을 진지한 드라마로 구성할 생각이었지만, '돌발적인 핵전쟁'이란 상황은 결국 블랙코미디가 될 수 밖에 없다는 결론을 내리고 그렇게 만든 것이라고 한다. 오늘날 이 영화는 반전반핵의 메시지를 담은 작품들 중에서는 SF영화사상 최고작의 반열에 올라있다. 광신적인 군인에 의해 미-소 간에 예기치않았던 핵전쟁이 일어난다는 내용이며, 피터 셀러스가 1인 3역을 훌륭하게 소화해 낸 것으로도 유명하다. 94분 길이의 흑백영화이며 영국에서 제작되었다.
1965년에 프랑스의 장 뤽 고다르는 프랑스-이태리 합작으로 제작된 [알파빌 Alphaville]의 감독을 맡았다. 고다르는 프랑스 전위영화의 한 갈래인 이른바 '누벨바그'의 기수 중 한 명으로 꼽힌다. 미래를 배경으로 어느 경찰관이 컴퓨터와 대결한다는 줄거리지만 전반적으로 상당히 난해한 내용이다. 원래는 [타잔 대 IBM Tarzan versus IBM]이라는 제목이었으며, 뛰어난 독창성 등으로 SF영화사상 고전 중의 하나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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