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멜로 드라마의 기억, 멜로 드라마의 상상에 대한 제언 :::


김선아 | 1999년 11월 01일
조회 1125


「멜로드라마란 무엇인가」(유지나 외, 민음사, 1999)에 대한 서평


감독론과 작가주의가 주류를 이루었던 한국 영화 연구 지평을 확장시킨 연구모음집이 나왔다. 동국대학교 석·박사 과정 학생들과 유지나 교수의 한국 멜로드라마 영화에 관한 글을 모은 <멜로 드라마란 무엇인가>(유지나 외, 민음사, 1999)가 그것이다. 최근 영화 주간지에 몇 주간에 걸쳐 연재되었던 '멜로 드라마 논쟁'을 통해서도 알 수 있듯이 '멜로 드라마'라는 기호는 한국 영화를 연구하는 데에 있어서 상당히 중요한 에피스테메로 급부상하고 있다.

<멜로 드라마란 무엇인가>는 이 기호를 해석하고 구성하는 데에 적극적으로 뛰어든 추진력과 생산력을 보여주고 있다. 또한 멜로드라마를 통해서 이전의 한국 영화 담론을 일갈해 보겠다는 이 책의 야심찬 시도는 이제까지 한국 영화 담론에서 무소불위의 권력을 쥐고 있었던 작가라는 이름아래에서의 형식주의적인 텍스트 분석이라는 방법론을 벗어나 보다 풍부하고 다층적인 학문적 성과를 내겠다는 호방한 포부를 보여주고 있다.

<멜로 드라마란 무엇인가>에 첫 번째 실린 글인 '멜로 드라마와 신파'(유지나)에서는 '왜 지금/여기서 멜로 드라마를 말하는가' 라는 장을 통해 이 책의 의의 및 내용 구성에 대해서 말한다. 첫째 대중 영화론과 관객론의 입장에서 한국 관객이 꾸준히 지지해 온 틀로서의 멜로 드라마라는 장르의 매혹 장치에 대한 관심을 해명하고 분석해 내는 것, 둘째 한국영화의 정체성과 더불어 한국영화 고유의 미학과 의미작용에 대한 연구의 필요성에서, 멜로 드라마와 신파성의 관계를 규명하는 시도들이며, 셋째 성 정치학과 섹슈얼리티 구성론적 관점에서 근거하여, (가부장적) 가족 제도나 사회적 관습들과 긴장 관계를 벌이며 애정담을 핵심으로 내러티브 욕망을 전파해 나가는 멜로 드라마의 섹슈얼리티 전략에 대한 집중적인 검토이다라고.

그리고 이런 세 가지 관점들은 이 책에 실린 연구에서 구체적인 영화 텍스트의 분석에서 중층적으로 발견된다고 덧붙였다. 위의 글은 한국 영화 담론은 리얼리즘과 작가론으로부터 멜로 드라마라는 장르 연구로 방향을 틀어 그 틀에서 보는 것이 보다 생산적일 거라는 주장을 포함하고 있다. 그러면 여러 필진들이 참여한 이 책에서 과연 위에서 밝힌 세 가지 분석과 연구와 검토가 제대로 이루어졌는가를 살펴보자.

<멜로 드라마란 무엇인가>는 크게 3부로 구성되어 있다. 1부는 총론으로 '멜로 드라마와 신파'와 '한국 멜로 드라마의 변화와 수용'이란 글이 수록되어 있다. 이 글들은 멜로 드라마와 신파의 관계를 밝히는 것과 멜로 드라마 영화를 10년 주기로 나누어서 주제 및 소재의 현상적 변화를 서술하는 것을 주 내용으로 하고 있다.

2부는 구체적인 멜로 텍스트 분석으로 들어가서 <자유부인>에 대한 텍스트 분석을 비롯, <고스트 맘마>에 대한 텍스트 분석까지 총 7개의 글이 수록되어 있다. 3부는 '1990년대, 멜로의 새로운 시도' 라는 부제하에서 90년대 멜로 드라마의 경향과 '한국 멜로 드라마의 지형도 그리기'까지 통사론적 관점을 포함, 멜로 드라마 영화를 한국 영화의 주류로 파악하는 도표로 갈무리 하고 있다.
한국 멜로드라마 영화의 시작에서 90년대의 멜로 드라마에 이르기까지, <자유부인> ( 한형모 ,1956 )에서 <키스할까요>(김태균,1998)- 이 영화들은 부록의 처음과 마지막을 장식한 영화이다 - 까지를 아우르는 엄청나게 방대한 역사의 씨줄과 날줄의 교차로는 물론 멜로 드라마이다. 그런데 이 책을 다 읽은 다음 드는 의문은, 우문처럼 들리겠지만, 책 제목인 <멜로 드라마란 무엇인가>이다.

이는 이 책에서 말하는 멜로 드라마가 장르로서의 멜로 드라마인지 스타일로서의 멜로 드라마인지, 즉 과연 무엇을 멜로 드라마라고 지시하는가라는 논의의 근본적인 토대가 너무 빈약한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에서 연유한 것이다. 음악을 가르키는 멜로스와 이야기를 가르키는 드라마가 합쳐진 예술 장르가 바로 멜로 드라마이다라는 식의 상식을 넘어서기 위해서는 멜로 드라마를 과연 무엇으로 볼 것인가에 대한 명징하고도 적실한 관점이 드러나야 한다.

그러한 뿌리가 되는 관점 자체가 흔들리면 특히나 여러 필진들이 참여한 책에서는 저마다 다른 문맥에서 다른 의미로 용어를 사용하게 되어 보는 독자로 하여금 혼란을 일으키게 한다든가 보편적이거나 상식적인 생각을 넘어서는 예리한 이론적 통찰력을 잃기 쉽다.

멜로 드라마 영화와 한국영화 역사의 관계를 비롯, 멜로 드라마의 기억, 멜로 드라마의 상상을 통해 역사쓰기를 하려는 이 책의 관점과 논증이 저널리즘적인 역사기술을 피하고 역사적 메카니즘들간의 자장을 파악하는 데에로 나아가는 데에는 몇 가지가 덧붙여 져야 한다. 그러한 의제와 기획을 만들어 가는 것이 한국영화 담론을 보다 풍성하게 하는 것이며 이 책이 서두에 제시한 세 가지 의도에 부합하는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첫째, 수정주의 revisionism 사관이다. 이는 지금까지의 한국 영화 연구에서 전혀 의심받지 않았던 어떤 관점과 주의주장을 면밀하게 검토하고 새로운 가설을 만들어 가는 것을 말한다. 예를 들어 '멜로 드라마라는 장르가 한국 영화의 주류인가? 주류라면 그 이유는 무엇인가? 유치함과 통속성이 한국인의 상상력 자체의 특성인가?', '신파가 과연 한국 영화의 토대 혹은 한국 멜로 드라마의 토대인가?', '멜로 드라마가 일차적으로 말을 건 관객은 과연 고무신 관객이었는가?' 등을 회의하고 재검토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역사의 특정 국면에서 일어난 변동의 원인과 기제들을 폭넓게 파악하기를 요구하는 것이다. 이 책에서도 지속적으로 등장하는 용어들이지만 '멜로성', '멜로 드라마적 터치', '멜로 드라마적 스타일', '멜로 드라마적 사실주의' 등 한국 영화에서는 어느 시점에서부터인가 단일한 장르의 컨벤션, 포뮬라 그리고 아이콘으로 전개되지 않는 장르의 혼성이 발견된다. 뉴할리우드 시대 장르영화의 특징 중 하나이기도 한 이러한 장르의 혼성성이 한국의 멜로 드라마 영화에서도 발견되는 것이다.

그 혼성성의 원인을 밝혀내는 작업은 '90년대 멜로의 새로운 시도'(3장 소제목)에서 없어서는 안되는 의제라고 여겨진다. 위와 같은 수정주의적 사관에 입각한 의제하에서 출발한 학문적 기획은 액션 영화에서부터 로맨틱 코메디 영화에 이르기까지 여남의 이성애가 서사에 개입되면 모두 멜로 드라마 영화에 포함시키고 있는 이 책의 표피적인 지형도 그리기를 넘어설 수 있는 '상식적인 개념에 대한 호전적인 비판'(조너선 컬러)으로서의 이론을 보여줄 수 있으리라고 본다.

두번째로 덧붙여져야 할 의제와 이론적 기획은 멜로 드라마의 관객성 연구이다. 서구의 멜로 드라마 연구의 역사를 경유해 보면 알 수 있지만 멜로 드라마는 특정한 젠더, 즉 여성과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다. 이성애 여성의 경험과 사적 영역은 멜로 드라마를 구성하는 주요한 요소이다. 서구의 시네 페미니스트들은 경험적 (여성)관객과 내포된 (여성)관객에 대한 연구를 통해 멜로 드라마에 대한 다층적인 독해와 여성의 환상과 쾌락을 다각적으로 검토한 20년의 역사를 갖고 있다.

이 책에서는 이러한 방법론을 아무런 검증없이 거부하거나 회의없는 검토에 머무르고 있다. 관객성 연구는 여성 관객의 환상과 쾌락을 밝혀내고 여성이 당대의 문화및 이데올로기와 맺는 의식과 무의식을 드러내는 흥미로운 작업이다. 또한 젠더, 섹슈얼리티, 나이, 계급 등으로 분화되어 있는 경험적인 여성 관객과 멜로 드라마의 관계를 조사하는 문화사적인 영역으로 한국 영화 역사를 파악해 볼 수 있는 기획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책에서는 물론 여성의 섹슈얼리티와 멜로 드라마의 관계에 대한 분석이 있지만 그 관계가 함의하고 있는 의미에 대한 깊이있거나 새로운 관점 및 방법론은 발견할 수 없었다. 더 나아가 맥락에 대한 논의가 전혀 없이 다른 국가의 멜로 드라마와 한국의 멜로 드라마를 비교하는 것은 상당히 위험한 발상일 수 있다. 비교문화 연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그 텍스트가 등장하게 된 컨텍스트, 즉 맥락이기 때문이다. 영화가 일차적으로 말을 걸었던 대상을 연구하는 관객성에 대한 논의는 90년대 남성 멜로 드라마의 등장 원인, 변화하는 남성상과 소비주의의 관계 그리고 멜로 드라마를 일차적으로 소구하는 여성 관객과 남성 멜로 드라마의 관계를 파악하는 데 도움을 줄 것이다.

결론적으로 한국 영화를 장르연구라는 새로운 지형도에서 파악해 보려는 <멜로 드라마란 무엇인가>는 그물을 넓게 펼친 데 반해 걸려든 고기가 별로 없는 형상을 띄고있다고 할 수 있다. 그 원인은 그물망이 너무 헐겁거나 촘촘히 짜여져 있지 않아서 일 수도 있고 바닷가에다가 민물낚시용 그물을 펼쳐서 그럴 수도 있을 것이다. 이 후의 작업에서는 물과 함께 고기를 길어 올려도 물만 걸러지는 튼실한 그물로 투망하는 모습을 보여주길 기대한다.

(*김선아는 중앙대학교 강사로 재직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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