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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강의실 일본대중문화 개방이 국내영상산업에 미치는 영향과 스크린쿼터 #1 글: 양기환 2000년 08월 26일 들어가는 글 일본 대중문화 개방은 역사적 필연이다.
일본 대중문화 개방을 반대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럼에도 이번 3차 개방에 대해 다양하고 우려깊은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 문제는 개방인가 아닌가의 원론적인 것이 아니라, 바로 그 속도와 범위와 절차에 있다. 이미 예견된 개방을 왜 준비하지 않았느냐, 언제까지 준비만 해야 하느냐는 물음에 시원스레 답할 관련 현장인 들은 많지 않겠으나, 여하튼 문제는 지금 우리의 현실이다. 이유야 어떻든 우리는 준비가 안되어 있다. 이 경우 개방이란 세계 2, 3위의 일본문화와 일본자본에 의한 국내 문화시장의 예속화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지금 정부는 한국의 문화산업을 놓고 위험한 도박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일본 대중문화 개방을 주도한 문화관광부의 전신인 문화체육부는 1995년까지 일본 대중문화 개방에 대해 부정적 입장을 취해왔다. 그러나 불과 3년 남짓한 사이에 입장이 바뀌었으며, 98년 1차 개방 이후 불과 1년 8개월만에 사실상 전면개방에 가까운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우리가 우려하는 것은 과연 그 5년 동안 개방을 위한 국내 산업 진작에 얼마나 충실한 계획을 세웠는가 하는 점이다. 만약 개방 결정이 정치적 이유로 이루어졌다면 이후 국내 대중문화산업의 부실에 대한 책임은 분명 정부에게로 돌려 질 수밖에 없다. 우리가 개방을 반대하지 않으면서도 작금의 개방 속도나 시기 결정에 우려를 표시하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는 것이다.
1. 일본 대중문화 3차 개방의 내용
정부는 6월 27일을 기해 일본 대중문화 제 3차 개방을 단행했다. 3차 개방은 1, 2차 개방과 비교하여 범위가 대폭 확대되었다는 것도 있지만, 사실상 모든 분야의 개방을 담고 있어 곧 이어질 전면 개방을 예시하고 있다(표1 참조). 문화관광부 역시 이번 3차 개방을 통해 본격적인 개방에 접어들었음을 인정하고 있다.
분야 1차 개방(98. 10.) 2차 개방(99. 9.) 3차 개방(2000. 6. 27.) 영화 - 세계 4대 국제영화 수상작 (칸, 베니스, 베를린, 아카데미) - 한일 공동영화제작, 한국영화에 일본배우 출연 허용 및 한일영화주간
개최 - 공인된 국제영화제 수상작으로 확대 - 13개 영화진흥위원회 포상 대상 영화제, 국제영화제작자연맹(FIAPE)인정
영화제 등 70여개 영화제, 영상물등급위원회가 전체관람가로 분류한
영화 - 영상물등급위원회가 인정하는 15세관람가 등급까지
허용 애니메이션 --- --- 국제영화제 수상 극장용 작품(총24편) 허용 비디오 극장에 상영된 영화의 비디오 출시 허용 영화개방에 따라 극장에서 상영된 작품 극영화 동일, 비개봉 영화 수입 불가 공연 ---- 2000석 이하의 실내 공연장, 실내체육관, 관광호텔 등
라이브 콘서트 가능 실내외 모든 공연 개방 음반 ---- ---- 일본어 가창 음반을 제외한 나머지 음반 (연주음반,
제3국어 가장 음반, 한국어 번안음반 등) 게임 ---- ---- 게임기용 비디오 게임을 제외한 나머지 게임물(PC게임,
온라인 게임, 업소용 게임 등) 방송 ---- ---- - 매체 구분없이 스포츠, 다큐멘타리, 보도 프로그램
- 케이블TV와 위성방송은 공인된 국제 영화제 수상작과 전체관람가
영화로서 국내 개봉작 출판 만화잡지 등 제외 일본어판 출판만화, 만화잡지 허용 ----
2. 3차 개방에 대한 정부의 판단
(1) 여론
정부는 이번 3차 개방을 앞두고 '한국문화정책개발원'에 연구를 의뢰하여 국민 여론 조사를 시행했다. 설문 조사의 주요 결과들을 보면 :
설문조사 결과 중 눈에 띄는 것은 일본 대중문화를 즐기는 10대와 20대 층에서는 적극적인 개방을, 연령이 높은 층에서는 여러 종류의 부정적 측면을 제기했다는 것이다. 이미 음성적으로 유통되는 비디오와 음반, 인터넷을 통해 일본 대중문화를 맛보았던 10대와 20대의 적극적인 개방 요청은 당연해 보인다. 자신이 좋아서 즐기는 것인데 무슨 큰 문제가 있으랴 하는 생각일 것이다. 연령층이 높아질수록 대체로 일본 대중문화 내용의 퇴폐성, 선정성에 대해 많은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그러나 조금만 생각해 보면, 합법적으로 일본문화가 유통될 경우 수입심의와 등급심의를 거쳐 어느 정도 걸러지기에 선정성과 퇴폐성을 내세워 개방을 늦추자는 주장은 설득력을 얻지 못한다. 일본 대중문화의 내용은 오히려 글로벌하다고 칭송을 받을 정도로 창의성과 다양성을 지니고 있으며, 다양한 인구층이 즐길 수 있는 충분한 목록을 지니고 있다.
또한 정부는 3차 개방 발표문에서 국내 업계의 의견 조사결과를 첨부했다. 이에 따르면 국내 업계에서는 일본 대중문화 개방속도가 전반적으로 '다소 늦은 편'으로 인식하고 있다고 한다. 영화 부문 조사 대상업체로 총 10개가 선정되었는데 그중 9개 회사가 조금 늦은 편이라고 답했고, 1개 회사가 적절한 편이라고 답했다. 그리고 6개 업체가 2000년 이내에 완전 개방을 해야 한다는 입장을 표명했고, 1개 회사가 2001년 완전 개방을, 3개 회사가 2002년에 완전 개방할 것을 주장했다. 시네마서비스, 우노기획, All That 시네마가 완전 개방 시기를 2002년으로 늦추자고 답했고, SKC, 한아미디어 등 수입을 주로 하는 쪽에서는 2000년 안에 완전 개방하자는 입장을 드러냈다. 영화 전문잡지인 <씨네 21>과 <스크린>은 올해 안에 일본 영화를 완전 개방하는 것을 지지하는 것으로 의견표시를 했다.
그러나 정부가 실시한 국내 업계 설문조사의 규모와 대상을 보면 국내 업계를 대변할 만큼 공신력을 확보하고 있지 못하다. 영화, 비디오, 공연, 음반 등 각 부문별로 규모면에도 대표성 있는 회사를 대상으로 했다고 하지만 10개 내외에 불과하고, 이 또한 일본 대중문화 개방에 관여한(일본문화 수입 등) 실적이 있는 회사 위주로 실시되어 편협하다는 지적을 면할 수 없다.
(2) 산업적·경제적 파급
정부는 3차 개방에 따른 국내 산업적 영향을 그다지 크게 보고 있지 않은 듯하다. 3차 개방 발표문에 의하면 완전 개방(3차 개방이후 전면개방)시 일본 대중문화가 전 분야에 걸쳐 약 8∼10% 정도의 점유율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 같은 판단은 1, 2차 개방에 대한 평가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한 예로 일본영화 개방에 따른 영향 분석을 보면, 98년 1차 개방 이후 그해 하나비, 가케무샤 두 편이 상영되었고 점유율은 0.4%에 불과했고, 1, 2차 개방이 혼재된 99년에는 우나기, 나라야마부시코(1차 대상), 러브레터, 링(2차 대상)이 상영되어 3.2%의 점유율을, 철도원, 사무라이픽션, 감각의 제국 등 10편 상영된 2000년 상반기에는 점유율이 9.8%을 기록했다고 밝혀 근거로 제시하고 있다.
또한 완전 개방 시 8∼10% 정도의 시장점유율을 제시한 이면에는 일본 대중문화 개방이 국내 대중문화 시장의 크기를 키워주는 효과도 있기 때문에 그렇게 큰 영향력으로 받아들이기 힘들다고 말한다. 실제로 1988년 허용된 헐리우드 영화 직배 허용 이후 한국 영화시장의 규모가 6∼7% 확대되었음을 그 예로 든다. 그리고 그 점유율 또한 미국의 직배 영화나 국내 영화를 잠식하는 것이 아니라 유럽과 중국, 그리고 미국의 비직배 영화들을 잠식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크게 우려할 수준은 아니라고 결론을 내린다.
3차 개방으로 인해 일본 대중문화가 차지할 시장점유율과 국내산업 수익 감소분의 예측은 다음과 같다.
시나리오 영향 영화부문 비디오부문 음반부문 전면개방 시장확대효과 시장잠식효과 일본상품 점유율 2~3% 2% 8~10% 5~6% 5% 15% 5~8% 6% 10% 대폭개방 시장확대효과 시장잠식효과 일본상품 점유율 2~3% 2% 8~10% 3~5% 4% 13~15% 3~4% 3% 5~8% 소폭개방 시장확대효과 시장잠식효과 일본상품 점유율 1~2% 1~1.5% 5~7% 1~2% 1~1.5% 7~10% -- [개방 시나리오별 부문별 영향 예측(단위:억원)]
시나리오 영향 영화부문 비디오부문 음반부문 계 전면개방 국내산업의 수익감소분 41~50 175~184 51~122 267~356 대폭개방 국내산업의 수익감소분 41~50 136~155 21~46 198~251 소폭개방 국내산업의 수익감소분 33~42 47~58 -- 80~100
정부는 나아가 이 같은 손실분이 우리 대중문화 산업의 일본 진출로 메워질 수 있다고 낙관하고 있다. 우리 시장의 6~10배에 해당하는 일본 시장에 대한 접근이 개방정책 탓에 용이해질 것이라고 전망하면서 일본 영화시장의 0.3%, 비디오 시장의 0.7%, 음반 시장의 0.2%만 확보하면 손실분은 충분히 보상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그러므로 우리 산업에 미칠 부정적 효과에만 집착할 것이 아니라 대일 수출 노력을 기울일 절호의 기회로 보는 긍정적이고 적극적인 태도를 보일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이것이 정부가 3차 개방을 단행한 핵심 근거이다.
[계속]
(*필자 양기환은 스크린쿼터문화연대 사무처장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