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 불면의 밤 - 애니메이션에 매혹당한 밤

Festivals : 전주 국제영화제

전주 불면의 밤 - 애니메이션에 매혹당한 밤 :::

곽은주 | 2002년 04월 28일
조회 2110

제1회 전주영화제 심야상영 `로저 코만의 밤', `사탄탱고의 밤'을 기억하는 영화제 팬이라면 27일 `판타지 애니메이션의 밤'을 보고 역시 전주불면의 밤은 다르다고 탄성을 질렀을 것이다. 영화제 원년에 이어 올해 두돌을 맞는 애니메이션 비엔날레 섹션의 상영작들에 면면이 수작들로 꽉 채워져 있다.

메인홀 모악당 2천여석을 가득 메운 심야 영화족들은 영화시작 2시간전부터 삼삼오오 소리전당으로 모여 들었다. 마침 소리전당 놀이 마당에서는 늦은 시간까지 `씨네락 콘서트'가 무르익고 있던 중.

<복수는 나의 것>영화음악에 참여한 어어부밴드, <와이키키 브라더스>의 오브라더스, <고양이를 부탁해>의 별과 이번 영화제에서 처음으로 상영되는 <아미그달라>의 페미니스트 가수 지현 등 락가수들의 열창이 소리전당 밤하늘 높이 울려 퍼졌다.

판타지 애니메이션의 밤은 <비포 선라이즈>로 유명한 리차드 린클레이터 감독의 디지털 장편 애니메이션 <웨이킹 라이프>를 시작으로 세익스피어의 `한여름밤의 꿈'을 원작으로한 체코 이리 트른키 감독의 <한여름밤의 꿈>과 `라울 세르베 회고전'의 단편 8편과 `전쟁과 애니메이션'단편 4편이 이른 아침까지 상영됐다.

<웨이킹 라이프>는 실사로 촬영하고 편집된 모든 장면을 특별히 고안 된 컴퓨터 애니메이션으로 다시 옮겨 만든 영화. 초현실적인 화면의 질감은 감탄이 절로 나온다. 다행히 한번의 상영을 남겨 놓고 있다(5월1일 모악당).

`체코 애니메이션 특별전'섹션에 소개되는 <한여름밤에 꿈>은 세계 최초의 퍼핏 애니메이션 키네스코프 영화. 애니메이션 역사에 표석이 되는 작품으로 이리 트른카 감독의 최고작으로 평가 받는다(5월1일 소리전당 명인홀).

라울 세르베의 작품들도 이번 애니메이션 비엔날레 기획이 아니면 좀처럼 만나기 힘든 작품들로 짜여졌다. 초현실주의 화가 폴 델보(Paul Delvaux)의 회화기법을 응용한 <밤의 나비>는 세르베 그래피 기법으로 제작된 개성적인 작품. 그의 대표작으로 뽑히는 <하르피아>은 비극적이고 부조리한 상황을 충격적인 화면으로 보여준다. 배우를 촬영한 실사 이미지와 디지털 그래픽으로 합성한 <아트락션>은 초현실적이고 환상적인 분위기를 잘 표현한 작품. 그외 주옥같은 수작들이 포함되어 있다.(5월1일 대한극장)

하룻밤을 애니메이션 영화에 매혹당한 관객들은 긴 상영시간에도 불구하고 피곤한 기색도 없이 영화 애기를 나누는 모습이 여기저기 눈에 띤다. 다음 영화를 기다리며 잠을 쫒는 모습들이 영화제에서만이 볼 수 있는 진풍경.

전주불면의 밤 2탄이 28,30일 `울리히 사이들의 밤' 타이틀로 관객을 만난다. 울리히 사이들의 첫장편 극영화<개같은 나날>을 비롯하여 다큐멘터리 <모델>,<상실시대>,<애니멀 러브>등 그의 전작이 상영된다. <애니멀 러브>는 육체적 욕구를 애완동물을 통해 해소하는 사람들에 초점을 맞춘 다큐멘터리로 1995년 발표 당시 도발적 작품으로 주목을 받았다.

깊은 밤 가끔 졸아가며 영화보는 재미, 그 색다른 체험에 한번쯤 도전해 보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