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뚜껑을 열기전 제1회 전주영화제에서 가장 화제를 모았던 부분은 디지털 영화 모음인 N-비전이었다. 대안 영화의 총아로 떠오른 디지틀 영화의 방향성과 과제, 특성에 관해 논의하고 현재의 영화들을 모아 많은 영화인들의 관심을 받았다. 총 19편이 참가한 N비전 부분은 심사대상을 상영시간 50분 이상으로 제한해 경쟁작은 13편으로 줄어들었다. 심사위원은 바우터 바렌트레히트(아시아권 영화를 전세계적으로 배급하는 유명 배급사 포르티시모 필름 세일즈의 공동대표), 후지오카 아사코(야마가타 국제다큐멘터리 영화제 뉴 아시안 커런츠), 장선우 감독, 장 위엔 감독으로 내정되었으나 바우터 바렌트레히트는 모친상을 당해 급히 출국했고, 후지오카 아사코는 참가 당일날 급작스레 불참을 통보했다. 덕분에 5월 1일 4시 30분, 전북대 문화관 기자회견실에는 두 장 감독만이 오붓하게 앉아 신속히 기자회견을 끝냈다. 심사위원인 장 위엔 감독은 <디지틀 삼인삼색> N-3 '진싱 파일'을 연출했는데 이 작품은 경쟁작에서 제외됐다. 황당하게도 행사와 일정이 겹쳐 두 심사위원은 기자회견 전까지 디지틀 영화를 단 한 작품도 관람하지 않은 상태였다. 어떤 영화가 좋았냐고 기자들의 질문에 슬며시 웃던 장선우 감독은 "기자들이 본 영화 중에서 좋았던 작품은 어떤 것이었냐"며 미리 정보를 달라고 너스레를 떨기도 했다. 사회자는 두 심사위원이 영화를 충분히 감상할 수 있도록 따로 일정을 잡을 것이라고 친절하게 덧붙였다. 인심 좋은 웃음을 뿌려가며 두 장씨가 20여분 동안 나눈 얘기들을 정리한다.

장선우: 심사기준 위원을 맡게 된 것은 이 분야에 관심이 많았던 탓이다. 그 동안 <나쁜 영화>에서 시도했던 디지털 영화  방식도 여기 오게 된데 한 몫을 했다고 생각한다. 특별한 심사기준보다는 느낌이 맞는 영화를 기대하고 있다. 마음을 비워놓고 기다릴 것이다.

장 위엔: 좋은 영화, 힘이 있고 나를 감동시키는 영화를 선택할 것이다.

장 선우: 원래는 네 명이었는데 두 장씨만 남아서 불안하긴 하다.(웃음) <디지틀 삼인삼색> 영화를 보았는데 장 위엔 감독의 '진싱 파일'의 느낌이 좋았다. 둘이서 잘 해나갈 것으로 믿는다.

장 위엔: 어떤 영화가 왜 좋았다고 말하기란 힘들다. 한 작품을 수상작으로 선택했다고 그것이 제일 좋은 영화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어떤 매체를 선택하느냐보다는 어떤 것을 표현하느냐가 중요하다. 나는 한국의 현대 예술이 백남준씨로부터 시작했다고 생각한다. 백남준씨가 자신을 표현하는 매체로 TV를 선택했지만 그 안에는 예술적 정신이 담겨있다. 형식보다는 내용이 중요하다.

장 선우: 보통 심사위원들과 프레스들의 수상작을 놓고 의견이 다른데 어떤 작품이든 내 입맛에 맞는 영화를 선택하리라고  생각한다.

통상 기자회견의 질문들은 고루하기 마련이다. 참석하는 인물들의 참신함과는 별도로 기자가 칼침 맞을 각오로 던지는 질문이란 애당초 전무할뿐더러 주최측의 성의를 봐서 마련한 예의성 질문이니까. 더구나 심사위원의 기자회견에선 심사기준이 뭐냐, 이번 영화제의 어떤 영화를 봤냐, 느낌은 어떻냐 등등.. 의 충분히 예측 가능한 질문들만이 이어진다. 바로 전에는 <디지틀 삼인삼색> 감독 기자회견이 진행돼 장 위엔 감독은 쉴 틈도 없었다. 진지하게, 때로는 위트를 섞어서 대답하던 장 위엔 감독의 머리는 <이레이져 헤드>의 주인공을 연상시켰다. 부시시한 머리가 인상적이었다.

장 선우: 연출하는 작품마다 관객의 평단의 센세이셔널한 반응을 끌어내는 감독. 학창시절 탈춤패로 활동하다 이장호 감독의 <바람불어 좋은날>을 보고 영화감독이 되기로 결심한다. 소설가 황석영씨의 소개로 이장호 감독의 연출부로 들어간 그는 81년 <그들은 태양을 쏘았다>의 스크립터를 시작으로 충무로에 입성한다. 이후 <바보선언><초대받은 사람들><과부춤>에서 조감독을 하고 몇 편의 드라마를 연출했으며 85년 선우완 감독과의 공동연출작 <서울예수>로 감독 데뷔했다. 80년대 초반 영화운동진영에서 이론가로 활동하기도 한 장선우 감독은 당대의 모순을 고발하는데 있어 극단의 리얼리즘과 우화적인 기법을 가로지르며 사용해왔다. <성공시대><우묵배미의 사랑><경마장 가는길><화엄경><너에게 나를 보낸다><꽃잎><한국영화 씻김><나쁜영화><거짓말>의 작품이 있다.

장 위엔: 흔히 중국 제 6세대 감독의 선두주자로 불리우는 장 위엔은 사전검열과 완성된 영화에 대한 재검열을 정책적으로 하고 있는 중국에서, 검열을 받지 않고 외국영화제에서 작품을 선보여 제작자를 모아 영화를 완성시킨 중국 최초의 인디펜던트 감독이다. <17년 후에>로 베니스 국제 영화제 감독상을 수상하면서 세계적 감독으로 부상하였다. 하층민의 부유하는 삶을 통해 중국 사회를 조망한 <마마>, 천안문 사태를 록가수 최건의 저항과 심리적 갈등에 빗대어 고발한 <북경녀석들> ,중국의 근대화과정에서 발생한 사상적, 문화적 변화와 충돌을 그린 <광장><풍광영어> 작품이 있다. 이외에도 <아들들><동궁서궁>을 감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