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1일 오후 1시30분, 전북대 문화회관

감독의 침착한 인상 탓인지 아니면 그의 영화에 이미 감동한 기자들의 숙연함 탓인지 기자회견은 유난히도 조용하고 진지한 분위기로 시작됐다.

"영화제에 출품하려고 영화를 만든 것은 아니지만 전주국제영화제에 초대된 것에 감사한다. 이번에 상영되는 영화들은 TV방영을 목적으로 한 영화들이었는데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들의 맘에 들게된 것이 나로서도 기쁘다. 디지털 영화는 아직 불안정한데, 부상하는 단계다. 여러 매체와 산업사이의 중간에 위치해서 새로운 것들을 모색해가는 것이 디지털영화라고 나는 생각한다"라는 인사말에 이어 기자들의 질문이 계속 이어졌다. 보통 30분 정도 걸리는 기자회견이 쏟아지는 질문과 존 아캄프라 감독의 자세한 설명으로 1시간 넘게 진행되었다.

질문: 디지털 영화가 불안정한 상황에 놓여있다고 논평하셨는데, 전주영화제가 디지털을 모토로 삼은 것에 대한 평가와 그 방향을 어떻게 보십니까?

질문: 흑백 갈등 등의 문제를 주제로 삼았는데, 어떤 주제의식으로 영화를 만드십니까?
답변: 영국은 경제적으로 발전했지만 이민으로 인해 형성된 다민족문화의 문제를 가진 사회입니다. 나는 인종문제가 이민자들의 새로운 요구를 기존 사회가 받아들이지 못하고, 기존 주민들이 이민자들을 너무 강하게 의식해서 생긴다고 생각합니다. 인종문제 자체가 엄청나게 심각한 문제라기 보다는 세계 전체가 도전받고 있는 다문화형성의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나는 정치적 문제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는 예술가로서 영국사회의 문제를 소재로 삼는 것입니다.

질문: 어제 상영된 메모리 룸 451은 빼어난 영상미가 돋보였습니다. 그런 영상미를 창조한 과정에 대해 얘기해 주십시오.
답변: 영상미가 빼어난 이유는, 내게 남아공에 살고 있는 백인 사진작가 친구가 있는데, 그 친구와 같이 작업했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서로 다른 곳에 살고 있지만(존 아캄프라 감독은 영국인이고 흑인이다) 영상에 대한 공통된 이해가 있었고, 게다가 우정을 기반으로한 깊은 교감을 나눌 수 있었습니다. 영상미가 빼어나다면 아마도 그런 이유일 것입니다.

질문: 이번에 상영된 세편의 작품이 감독에게 갖는 의미에 대해서 설명해 주십시오.
답변: 안개의 기억은 내 개인적 감정을 표현하려고 만들었습니다. 모든 사람이 공유하기를 기대하고 만든 게 아니라 시간과 감정에 대해 묘사해보고 싶었을 따름입니다. 메모리룸은 인종문제를 직접 다루기는 상당히 어려운 일이기 때문이 머리카락이라는 소재를 통해 관객에게 어렵지 않고 덜 불편하도록 간접적으로 접근해 본 영화입니다 폭동은 흑인문제에 대한 내 고집으로 만들었습니다. 흑인이어서가 아니라 사회에서 덜 가진자들에게 목소리를 주려고 말입니다. 사회가 복잡해질수록 기득권층의 권력은 더욱 커집니다. 소외된 사람들이 자기를 표현할 기회를 가진다는 것이 중요합니다. 가진 자와 덜 가진자 간의 상호이해의 창구가 되기 때문입니다.

질문: 영화를 만들 때 어떤 이미지를 선택하십니까?
답변: 특별한 뭔가가 있는 것이 아닙니다. 그저 감이 잡히는 대로 하는 겁니다.

질문: 아직까지 디지털이 필름보다 열등하다고 인식되는데, 감독님은 계속 디지털로 작업을 해오셨습니다. 디지털이 가진 장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답변: 아날로그는 이미 역사 속에서 규칙과 방식에 이미 정답이 나와있습니다. 그에 비해 디지털은 혁신적입니다. 무엇이든 생각나는 대로 만들어 볼 수 있습니다. 사실 나는 디지털과 필름사이에 큰 차이가 없고, 다만 디지털이 만드는 사람의 열정을 더 잘 받아들일 수 있다는 데서 차이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질문: 지금까지 활동해 오신 Black Audio Film Collective에 대해 설명해 주십시오.
답변: 1982년에 결성된 영화단제칩니다. 저를 포함해 7명의 동창이 만들었는데요. 우리 세대의 문화적 욕구를 표현하려고 만들었습니다. 우리는 영국에서 태어나 자란 이민2세대입니다. 여기서 Black이란 흑인만이 아니라 영국에 살고 있는 유색인종을 지칭합니다. 우리 부모세대에게는 어느 나라에서 왔는가라는 민족적인 것이 중요하게 생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