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산업의 자체적인 발전 전망을 내려는 부산국제영화제와 장르영화와 B급영화의 즐거움을 선사하려는 부천환타스틱 국제영화제와의 평화공존을 위해 고심해왔다는 정성일 프로그래머의 말대로, 영화예술의 새로운 대안을 모색하려는 고민의 흔적은 각 부문마다 여실히 드러나고 있다.

총 18편이 상영될 영화의 풍경 '시네마스케이프'는 세계영화의 가장 새로운 경향을 담는 부문이다. 주요 해외영화제에서 화제가 되었던 작품들을 모은 이 섹션에서, 여성의 시각에서 섬세하게 성적 욕망에 접근한 '로망스'(프랑스/1999/감독:카트린느 브레이야)와 실제로도 레즈비언임을 밝힌 앤 해쉬와 조안 첸의 위험한 사랑을 그린 '와일드 사이드'(영국/1995/감독:도널드 캐멀)가 소개되고, 새로운 중국영화를 열어가는 지하전영에 속한 감독 자오 지송의 '풍경'이 세계 최초로 공개된다. 이 외에도 무라카미 류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사이코-호러 영화 '오디션'도 주목할만 하다.

역시 18편이 상영될 N-vision은 필름 영화의 대안으로 떠오른 디지털 영화의 현재와 미래를 조망할 부문이다. 단순히 신기술로서가 아니라 영화라는 예술이 새로운 매체를 어떻게 끌어안고 새로운 미학적, 산업적 대안을 창출해내고 있는가를 살펴보자는 취지로 마련되었다는 정성일 프로그래머의 설명이다. 앵글의 변화 없이 한 컷씩으로만 구성된 여섯 개의 에피소드로 구성된 '원피스 프로젝트'(일본/1999/감독:야구치 시노부)나 왕가위 감독의 영화'해피투게더'의 메이킹 필름인 '부에노스아이레스 제로 디그리'(홍콩/감독:관풍령,아모스 리), 그리고 남성을 타겟으로 해서 만들어진 포르노 영화에 대항해서 제작된 '핑크빛 감옥'(덴마크,1999,감독:리스케스 린괴프트)가 시선을 끈다.

중국과 일본, 그리고 대만의 젊은 작가들을 만날 수 있는 기회인 아시아 인디 영화 포럼에는 19편이 관객을 기다리고 있다. 아시아의 젊은 감독들이 무엇을 느끼고 표현하고 있을지 그 역동성을 기대해 본다. 특히나 작년에 개봉했던 '소무'의 감독인 지아 장커의 단편영화 '샤오산의 귀가'(중국/1995)를 이 부문에서 만날 수 있다.

메인 프로그램 외에도 섹션 2000: 전주영화제 2000의 선택에서는 다큐멘터리 부문과 격년제로 열리는 애니메이션 비엔날레에서 40편의 애니메이션이 TV 만화 이상의 무언가를 보여주겠다고 벼르며 관객을 유혹한다. 대안적인 영화를 만들어온 세명의 영화작가와 그들의 영화를 만나는 자리인 오마주Homage에서는 올해 샹탈 애커만, 알레산더 소쿠로프, 후 샤오시엔을 초청했고, 회고전Retrospective에서는 정치적 아방가르드 영화를 올해의 주제로 잡고 21세기의 비전을 고민해본다. 영화와 지새우는 전주의 사흘밤이라는 부제를 단 미드나잇 스페셜 첫번째는 자신이 직접 고른 세편의 자기 영화와 함께 전주를 찾아온 B급 영화의 대부 로저 코먼의 밤이다. 두번째는 아시아의 위험한 밤으로 아시아 환타지 영화를 만날 수 있고, 세 번째는 타르코프스키의 영상시학으로 만들어진 7시간넘는 호러 영화 '사탄 탱고'의 밤이다.

대안적 영화, 디지털 영화, 아시아 독립영화를 지지하는 전주영화제는 단순히 소비하는 영화제가 아니라 생산하는 영화제가 되기 위해 네 부문의 특별기획을 준비하고 있다. 전주 지역 시민을 대상으로 한 '전주 디지털 필름 워크숍', 한국 영화 제작의 한 중심이던 영상도시 전주의 역사를 복원하는 '지역영화사 전주'을 변영주 감독이 연출하고 있고, 지금 촬영을 마치고 편집중인 '디지털 삼인삼색'이 새로운 영화의 미래를 꿈꾼다. 영화에 관해 얘기하며 영화인의 새로운 커뮤니티 결성을 꿈꾸는 자리가 될 CIFF 심포지엄은 '디지털 영화'와 '트랜스아시와 영화'의 두 주제로 나누어 진행된다.

1000만원의 상금을 두고 경선으로 진행될 '한국 단편영화의 정신'에서는 15편의 새로운 단편영화를 만날 수 있고, '굉장히 까다롭게 고르고 있다'는 한국영화 섹션은 6편을 선정해 상영할 계획이다.

상영작 목록을 소개한 후 상영된 '상영작 예고편'은 무자막인데도 객석을 웃게 만들만큼 기대를 불러 일으켰다. 이 영화제가 관객을 모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느냐는 다소 짖