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법사들>환상과 현실을 넘나드는 자유와 치유 :::

�뺤꽑湲 | 2005년 07월 27일 조회 6395
이달 22일부터 서울 종로 낙원동에 위치한 예술전용관 필름포럼(옛 허리우드극장)에서는 제 6회 전주국제영화제의 개막작으로 선 보인 옴니버스 영화 <디지털 3인3색>이 개봉해 상영중이다.
인간의 '욕망, 꿈 그리고 현실에 대한 세가지 변주곡'이라는 부제에 맞게 '세계의 욕망'(태국, 아피찻풍 위라세타쿤), '혼몽'(일본, 츠카모토 신야) 그리고 '마법사들'(한국, 송일곤)이라는 서로 다른 단편 영화에서 현실과 환상(꿈)의 경계를 허무는 실험으로 삶에 대한 반추를 일으킨다.
그 중 지난 <올드보이>의 박찬욱 감독보다 먼저 1999년, 단편 영화 <소풍>(The picnic, 1999)으로 제 52회 칸국제영화제에서 '단편 경쟁부문'에서 심사위원대상 수상한 데 이어 2001년 영화 <꽃섬>(Flower Island, 2001)으로 제 56회 베니스국제영화제에서 단편부문 신인 감독상의 영예를 안았던 송일곤 감독을 기억할런지..
송 감독은 영화 <마법사(들)>(Magicans, 2005)로 제 6회 전주국제영화제 프로젝트 '디지털 3인3색'에 참여했다. 세 편의 단편 중 마지막 이야기인 이 영화는 송 감독 자신의 체험을 토대로 시나리오를 쓰고 영화를 '원 싱글 컷'(One Single Cut)에 담아냈다.
이 영화에서 그는 마법을 잃은 인디 밴드 '마법사(들)'의 네 남녀의 이야기를 통해 꿈을 잃은 현대인들에 현실에 서 새로운 '마법의 힘'을 찾으라고 이야기하고 있는 듯하다.
전작 영화 <깃>에서처럼 탱고 선율이 극의 전개를 돕고 있고 30분짜리 단편과 80분짜리 중편, 두 가지 형태로 제작됐다. 세 번째 이야기 '마법사(들)'은 학창 시절 이들 4인조 밴드의 이름이자 송 감독이 이번 영화에서 실험하고자 하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물론, 과거 단편 영화감독들이 자주 '연극'이란 소재를 영화화 했지만 술집에서 술을 마시던 명수가 거울을 보고 마법사 복장을 한 채 촬영 세트를 벗어나 장소와 시간이 바뀐 과거의 장소가 되는 것은 관객들로 하여금 마치 연극무대 앞에서 배우들의 호흡과 동작에 몰입시키는 연극적인 연출로 신선하게 다가온다.
즉, 송 감독은 막으로 구성된 연극 무대를 스크린에 담고 있는데 연기자의 움직임을 따라 영화를 네 개의 막으로 설정하고 있다. 기존 장편 영화에서 보편적인 화면 밝아짐과 어두워짐 등 카메라 컷(Cut) 없이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30분 동안 관객들을 마법 속으로 이끄는 연출력은 전작 <깃>과 또 다른 변화이다.
어느 산중의 카페에서 술에 취해 가벼운 농담을 나누는 재성(정웅인 분)과 명수(장현성 분). 영화는 몇 해 전 재성의 카페에서 스노우보드를 맡기고 입산한 스님(김학수 분)이 내려와 기네스 맥주를 마시는 특이한 에피소드와 함께 시작된다. 스님와 대화를 나누는 명수의 사연인 즉, 매년 12월 31일이면 밴드 부원들이 재성의 카페에 모여 자은의 죽음을 추모한다는 것.
그 이상한 스님과 이야기를 나누던 명수의 사연은 카페 밖 자작나무 숲으로 나선 명수의 움직임을 따라 흐르는 아스라한 탱고 음악과 함께 밴드의 보컬 하영(강경헌 분)이 만나는 과거 장면으로 바뀐다. 자은이 죽은 후 과거의 연말 언제쯤 되어 보이는 숲에 자은이 나타난다. 이 장면이 인상적인데, 영화 초반부 재성의 카페 주변에도 맴도는 정체불명의 여자, 바로 혼령이 된 자은임을 확인할 수 있다.
이들은 공통적으로 마법사 분장을 하고 있는 마법사 밴드부원들은 눈이 소복히 쌓인 겨울 어느 날, 재성-자은, 명수-하영 커플의 데이트 장면과 이들간의 갈등이 연출된다.
이 가운데, 사과 씹는 소리에 대한 알러지가 있다고 하기도 하고 찰리 채플린의 영화 <시티라이프> 일화를 소개하는 등 분열된 자은의 자아와 만날 수 있다. 재성이 자신을 피한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있는 자은은 자신의 방으로 돌아와 하영과 전화 통화를 시도하지만 이 마저 좌절되어 목숨을 끊게 된다.
이 영화는 비교적 단순하면서도 복잡하게 얽힌 젊은이들의 사랑과 삶의 고뇌를 상징적으로 자은의 혼령을 통해 치유하려 하고 있다. 과거의 자은이 검은색 코트를 뒤집어 입으면 현재의 혼령이 되고 영화 후반부는 자은의 동선에 따라 시-공간이 변화한다.
특히, 과거의 자은이 현재의 혼령으로 돌아올 때 낮게 깔리는 하모니카가 변주하는 탱고 음악은 송 감독의 전작 <깃>에 이어 이 영화에서도 이야기의 전개를 도우며 관객들로 하여금 잠시 판타지에 빠져들게 한다.
자은으로 출연한 이승비는 비음 섞인 음성과 탱고 솜씨로 돋보이며, 송 감독과 장태성, 정웅인은 서울예술대 연극학과 89학번 동기이며 스님 역의 김학수 등 출연진 대부분이 탄탄한 연기력을 갖추며 현재도 영화와 연극 무대를 오가며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다.
마치 자은의 혼령처럼 겉을 떠도는 현대 도시인의 고독과 함께 소통과 상처의 치유를 바라는 이들의 간절한 소망이 영화 <마법사들>을 통해 이루어지길 바란다.
송 감독은 극중 주인공이 옷을 뒤집어 입거나 몇 발자국만 돌아서서 돌아갈 수 있는 과거처럼 자신이 그리고 싶은 판타지와 영화적 세계를 자유롭게 넘나드는 연출로 죽은 자를 치유(또는 구원)하거나 산 자를 위로하는 모습이 영화 만이 가질 수 있는 판타지라고 말하는 것이 아닐까.
'마법의 힘'을 소망하는 관객들과 젊은 시절 음악으로 청춘을 보내다가 꿈을 이루지 못했다는 송 감독에게 삶을 되돌아보는 여유와 함께 현재의 모습을 들여다보는 기회가 되었을까.
지금 우리 주위에서는 인디 밴드 '마법사(들)'의 네 남녀처럼 상처의 치유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많다. 만약, 자신이 처한 현실에 대한 만족감이 없다면 한번 쯤 마법에 빠져보는 것도 좋을 듯 싶다.
= 전주국제영화제 프로젝트 영화 <디지털 3인3색> 역대 참여 감독 및 작품 =
1회 - 김윤태 <달 세뇨>, 장 위엔 <진싱 파일>, 박광수 <빤스 벗고 덤벼라>
2회 - 지아 장커 <공공장소>, 차이 밍량 <신과의 대화>, 존 아캄프라 <디지토피아>
3회 - 문승욱 <서바이벌 게임>, 왕 샤오수아이 <설날>, 스와 노부히로 <히로시마에서 온 편지>
4회 - 아오야마 신지 <처마 밑의 부랑자>, 바흐만 고바디 <다프>, 박기용 <디지털 探索>
5회 - 봉준호 <인플루엔자>, 이시이 소고 <경심>, 유 릭와이 <마지막 춤을 나와 함께>
6회 - 아피찻풍 위라세타쿤 <세계의 욕망>, 츠카모토 신야 <혼몽>. 송일곤 <마법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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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선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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