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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깃> 사랑을 기다리는 한 남자의 여정 :::


�뺤꽑湲 | 2005년 01월 15일
조회 4406



<깃> 사랑을 기다리는 한 남자의 여정
- 송일곤 감독 "디지털상영 2주만 버텨주면.."

디지털 단편영화 <소풍>으로 1999년 칸느 국제영화제에서 '단편 경쟁부문'에서 심사위원대상을 받고 2001년 베니스국제영화제에 단편 경쟁부문에 진출했던 송일곤 감독을 관객들은 기억할까.

비록, 디지털 단편이지만 지난 해(57회) 칸느에서 심사위원대상을 받아 한국의 대표감독으로 손 꼽히는 반찬욱 감독보다 5년 앞서 해외로부터 인정받은 감독이기도 하다.

그가 지난 해 '거미숲'이후 지난해 열린 환경영화제의 개막작이기도 했던 70분 러닝타임의 옴니버스 영화 '1,3,6'에 10분을 늘려 직접 자신이 편집한 영화 <깃>(제작 환경재단, 감독 송일곤)을 들고 2005년 새해 관객들을 찾아간다. 감성멜로를 표방하는 영화 <깃>은 사랑을 기다리는 한 남자의 오랜 여정을 그리고 있다. 영화는 탱고 풍의 유머러스한 배경음악과 함께 머리에 깃을 꽂은 채 파도가 일렁이는 섬 해변에서 탱고 동작을 보이는 극중 소연(이소연 분)의 모습으로 시작된다.

현성(장현성 분)의 베이스톤 나래이션과 함께 시작되는 이 영화에는 단지 세 명이 캐릭터 만이 등장한다. 영화감독 현성은 이미 결혼했을 여자와의 약속에 대한 기다림으로 10년전 여자와 함께 묵었던 섬의 민박집을 찾는다. 그 곳엔 말을 잃은 채 집나간 숙모를 기다리는 삼촌(조성하 분)을 대신해 서울에서 내려와 또 다른 꿈과 기다림으로 민박집을 운영하는 스물한 살의 소연이 있다.

" 사랑은 너무 오랫동안 만나지 않으면
할 말이 없는 법이다."

굵은 톤의 나래이션을 통해 앞으로 전개될 이야기의 복선을 깔고 현성이 다시 찾은 민박집의 섬처녀 소연은 대학 진학을 미루고 탱고 댄서를 꿈꾸며 화장기없는 앳된 얼굴로 발랄하게 살아가고 있다. 하루에 배가 들어오고 나가는 것이 일정한 섬에 옛 연인을 기다리는 현성과 그런 현성을 지켜보는 소연 뒤로 나즈막히 연인에 대한 회상에서 유머를 이끌어낸다.

독일 남자와 결혼한 여자 때문에 '월드컵에서 독일을 응원하지 않았다'라는 농담으로 객석은 웃음이 가득하다. 이처럼, 영화 곳곳에 기타노 다케시류의 풍자섞인 농담으로 당초 지루할 것으로 예상됐던 영화는 지루하지 않다. 피아노가 대신 배달되고 연인과 약속했던 시간이 지나자 오히려 현성에겐 마음에 평안이 깃드는 듯하다. 왜 그런 것일까

띠 동갑내기인 앳된 섬처녀 소연은 틈나는대로 옥상에서 탱고 연습을 하면서 옥상에 그물로 된 현성의 작업실을 만들어준다. 아마도 그녀는 자신의 공간에 그를 담고 싶어했나 보다. 이어 그녀는 모닥불을 피워놓고 현성과 탱고를 추기에 이른다. 이제 영화 <버스, 정류장>에서처럼 나이를 뛰어넘는 이들의 사랑이 이루어질까.

'탱고는 혼자 추는 춤이 아니에요. 둘이 추는 거죠'

그녀는 첫사랑의 아련한 추억에 빠진 현성에게 '이제 나 좀 봐요'하는 것처럼 탱고의 한 스텝 씩을 가르치며 잔디밭에서 눈을 감은 채 현성과 함께 탱고에 빠져든다. 이와 함께 집을 나간 숙모가 돌아오면서 한편으로 그늘졌던 소연의 얼굴에 웃음이 가득하고, 집 부근에 엄마의 무덤가에 현성과 함께 돌담을 쌓는 모습은 잃어버린 소연이 모성을 회복하는 모습이다.

마치 <버스, 정류장>에서 창녀외엔 소통을 못하던 자폐성을 지닌 재섭이 원조교제로 상처를 입은 17세의 여고생 소희와 소통을 시작하듯 말이다. 말을 잃었던 삼촌이 숙모가 해준 밥이 '맛있다'는 말을 시작한 후, 현성은 섬에서의 여정을 마치고 떠날 때를 맞이한다. 떠나기 전날, 소연의 공간인 옥상에서 모든 질문의 대답에 '그럼'이라고 답하는 게임을 통해 두 사람은 서로의 호감을 확인한다.

현성에게 배달된 피아노에서 소연에 의해 발견된 한 통의 편지, 그녀가 암으로 어렵게 살아가고 있다는 몰랐다면 더 좋았을 내용의 첫사랑의 사연이 소연을 통해 전해진다. 여기에 한가지 페이소스가 더 관객을 웃음짓는다. 화해와 마음의 상처를 치유받는 현성의 '다음 월드컵에선 독일을 응원하기로 했다'는 나래이션 한마디..

현성 : 내년 오늘 서울에서 다시 만나요,
종묘 정문에서 오후 2시
소연 : 싫어요. 저 기다리는 거 되게 싫어해요.
약속 같은 거 안할래요.

기다림을 통해 상처받고 다신 약속을 하지 않을 것처럼 보이는 두 남녀는 서로 엇갈리며 다시 일년 뒤를 약속을 하는데... 말을 찾은 삼촌이 떠나가는 현성의 배를 향해 달려가는 추격씬이 인상적인 영화에서 '그래요, 약속할께요' 하는 소연의 목소리가 그냥 웃음과 반가움으로 손 흔드는 현성에겐 전해졌을까..

영화 <깃>은 기존 환경영화제에서 선보였던 내용보다 감독의 상상력과 유머가 좀 더 추가되었다. 극적인 내러티브를 떠나, 영화 속 소연이 꿈 꾸는 판타지가 소시민들의 판타지와 같을 때 머리 속에서 떠오르는 영상 그대로 연출하는 송 감독의 연출력에 감탄을 자아내게 된다.

'깃'이라는 의미가 바람과 자유 그리고 주인공 소연의 꿈에 이를 때 영화 '깃'은 모성을 회복하는 한 소녀의 사랑과 송 감독의 말처럼 첫사랑에 대한 기다림으로 한 남자가 지닌 마음의 여정을 그렸다고 할 수 있겠다. 감독이 지금도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을 현대인 마음의 상처를 치유하고 소통을 위해 섬을 택한 것이라면 그 섬에 가고 싶다.

시사회가 끝나고 관객과 대화의 시간 참석을 위해 뒤늦게 나타난 영화배우 장현성이 '또 다른 공연때문에 늦었다'며 모습을 나타내 송일곤 감독, 여배우 이소연 그리고 영화평론가 전찬일이 관객과 인터뷰를 가졌다. 영화 촬영 소감을 물었는데, 송 감독의 답변에서 국내 독립, 극예술 영화의 현실을 단적으로 보는 듯 해 인상적이다.

송일곤 감독 : 개봉관에서 디지털방식의 영화로 2주만 버텨주면 관객들이 필름 영화로도 만날 수 있어요. 디지털 영화 중에 극 영화로 상영된 사례가 <송환> 외엔 없거든요.

전찬일 평론가: 만약 필름영화로 관객과 만난다면 오늘 시사회를 통해 70%을 마쳤기 때문에 30%를 추가해서 봐야하지 않을까요.. (일동 웃음)






정선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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