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웃사이더의 시선으로 보다 :::
�젙�꽑湲 | 2004년 02월 03일
조회 3510
아웃사이더의 시선으로 보다
- 영화 <그녀를 모르면 간첩>을 통해 본 한국사회
'올해 최대의 화두는 무엇일까'라는 질문에 서슴없이 '얼짱'이라는 데에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없을 듯하다. 지난 해부터 본격적으로 인터넷을 통해 시작된 이러한 얼짱 문화가 우리 사회에 신드롬을 일으키고 있다.
원조 얼짱, 스포츠 얼짱, 강도 얼짱에서 이제는 아줌마 몸짱까지 사회 전 분야에서 걸친 얼짱 신드롬은 식지 않을 듯하다. 더욱이, 언론과 정치권까지 얼짱 열풍을 부추기며 기득권을 차지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는 것이 한국사회의 현주소이다.
외모를 지상 최고의 선으로 여긴 지나친 형식주의라는 비난도 있고, 자라는 청소년들에게 잘못된 가치관을 심어줄 우려가 있다는 말에 동의하지만 그들 세대 문화의 한 단면으로서 '얼짱 문화'를 이해하지 않으면 안된다.
2004년 새해 초, 지난 해 인기를 얻은 인터넷 소설을 소재로 한 <내사랑 싸가지>의 개봉에 이어 패스트푸드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던 남상미가 인터넷 얼짱으로 인기를 얻으며 일약 연예계에 데뷔한 실화가 <그녀를 모르는 간첩>(제작 M3엔터테인먼트, 감독 박한준)이란 영화로 만들어진 걸 보면..
영화는 여자친구 만들 주변없이 뒹굴거리는 삼수생의 최고봉(공유 분)이 후배들과 개설한 얼짱 사이트에 어느 날, 공작금을 훔쳐 사라진 간첩을 잡기 위해 서울에 잠입한 간첩 림계순(김정화 분)의 얼굴이 공개되면서 벌어지는 에피소드를 통해 웃음을 만들어낸다.
지난해 개봉됐던 <영어완전정복><위대한 유산>의 주인공 캐릭터와 닮은 배우들은 오버액션과 말장난을 통해 쉴새없이 웃음을 유도하기 위해 애쓴다. 이른바, 슬랩스틱 코미디.
드라마 적인 요소가 약한 이 영화는 극중에 삽입된 인기 개그맨 정준하의 코믹한 핸드폰 벨소리로부터 시작해 오히려 한 편의 TV 코미디 오락프로그램을 보는 듯하다. 그 보다 영화 속에서 간첩이란 아웃사이더의 시선을 통해 우리 사회의 단면을 들여다 볼 수 있다면 또 다른 소득이 아닐지..
실제 박효진(자두 분)이 코믹하게 연출되긴 했지만, 최근 심각한 사회 문제로 떠오른 카드 채무불량자로 집에 돌아오지 못하는 처지이기에 주인공 계순이 고정간첩(백일섭 분)의 집에서 효진이 될 수 있다. <오!브라더스><위대한 유산> 등에서 아웃사이더의 모습을 그렸다고 하지만, 이 영화 속 실제 효진의 모습에서 쓴 웃음을 짓게 할 따름이다.
영화의 희극적 요소를 부각하는 것은 은어, 속어들이다. 인터넷과 각종 패러디에 익숙한 우리들은 이제 자신도 모르게 은어를 마치 표준어처럼 사용하고 있다. 남파 간첩 효진에게 이런 은어가 쉬울리 없다. 이러한 상황 속에 연출되는 등장인물들은 언어유희를 통해 유머와 참을 수 없는 웃음을 유도하지만, 정작 영화관을 나설 때는 이러한 언어 남용이 당연시되는 현실에 씁쓸할 기분이 든다.
물론, '얼짱'이라는 단어처럼 외모를 가치판단의 기준으로 하는 세태에도 씁쓸함을 감출 수 없지만 만약 그러한 얼짱, 몸짱을 표본으로 자신 가꾸기를 더 소중히 여긴다면 이 또한 늘어난 여가시간으로 인해 '웰빙(Well-being)'을 중시하는 변화의 모습일 것이다.
더욱이 기존의 스타시스템이 일부 연예계 관계자들에 의해 이루어지는 데 반해, 최근의 '얼짱' 신드롬에서 보통 사람도 스타가 될 수 있다는 또 다른 스타시스템이 구축되었다는 데에서 긍정적인 면을 찾을 수 있겠다. 일부 TV 예능 오락프로그램을 통해 스타가 되는 보통 사람들의 모습이 얼짱 문화와 함께 보통 사람들이 이루어낸 스타 시스템의 성과가 아닐지..
간첩 외에도 삼수생인 주인공 고봉 역시 아웃사이더이다. 희망없이 별 볼일 없이 살아가던 그에게 효진의 존재는 한줄기 빛과 같고 패스트푸드점에서 그녀를 처음 만났을 때 나타나는 환타지 자체인 것이다. 때론 어우동으로 때론 아리따운 신부로..
실제 얼짱으로 연예계에 데뷔한 남상미를 포함한 공유, 김정화에게 이 영화가 주인공으로서 데뷔작이라 그런지 영화적인 내러티브는 잘 살아나지 못하고, 선악구조로 시작해 권선징악으로 마무리하는 TV의 트렌디 드라마의 한계를 벗어나지 못한다.
다만, 최근에 익살스런 연기로 인기를 얻고 있는 이광기, 자두를 포함해 보기만해도 웃음이 나는 백일섭, 김애경의 감초연기가 영화를 뒷받침해 주는 매력이다. 영화 속 박효진은 <조폭마누라 2:돌아온 전설>에서 가위파의 보스라는 자신의 정체성을 잊은 채 재주넘기를 하는 슈슈와 너무 닮아 있다.
야간 보초를 서는 고봉을 만나러 간 효진의 에피소드는 만화적인 상상력으로 재미를 더하지만, 코미디를 위한 코미디 영화가 후반부에 이르면서 지나치게 드라마적인 요소를 부각하려는 욕심으로 인해 이야기를 빨리 봉합해버리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 Pucc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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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선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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