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stivals : 광주 국제영화제

제3회 광주국제영화제 22일 개막


글: 라인지기
2003년 08월 17일

'빛 고을' 광주시에 '영화의 빛'이 내리쪼인다. 제3회 광주국제영화제가 오는 22일부터 열흘간 일정으로 열리는 것. 김기덕(A) 감독의 신작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을 개막작으로 22개국 1백여편의 장.단편 영화가 관객을 찾아간다.

'시네필, 부활을 외쳐라'라는 올해 슬로건에서 보듯 광주는 탄생 때부터 영화광(시네필)을 위한 영화제를 지향해왔다. 한국의 다른 국제영화제들이 상업영화도 아니고 그렇다고 본격 아트영화도 아닌 '중간주의' 또는 '절충주의'적 태도를 취한 데 비해 광주는 철저히 '영화의 최전선'에 서려고 해왔다. 현대 영화의 미학과 테마를 확장하려는 감독들의 작품에 무게를 두어 왔던 것. 이런 프로그래밍은 '광주'를 다른 영화제에서는 찾을 수 없는, 단연 특색이 돋보이는 영화제로 자리매김했다.

하지만 국내에 거의 소개되지 않은 낯선 감독들의 작품이 많다보니 한편에선 '소수를 위한 영화제'가 아니냐는 비판을 제기하기도 했다. 그래서인지 올해는 '영화의 프런티어' 정신은 고수하되 일반 관객을 배려한 작품을 선정하는 데도 고심한 흔적이 보인다.

'일본 액션영화 걸작선' 섹션은 그런 노력의 하나다. '영웅본색' 같은 소위 홍콩 누아르가 참고했다고 평가받는 1960, 70년대 일본 액션영화의 대표작들을 모았다. '권총은 나의 패스포트'(67년.노무라 다카시)'살인의 권총'(67년.하세베 야스하루)'의리의 무덤'(75년.후쿠사쿠 긴지)등 10편의 걸작은 지금봐도 전혀 낡지 않은 생생한 느낌을 안겨다 준다.

'존 포드 회고전'에서는 미국 영화에만 존재하는 서부극이라는 장르를 완성한 감독인 존 포드의 작품 15편이 준비돼 있다. '역마차'(39년) '청년링컨'(39년)에서 '황야의 결투'(46년) '수색자'(56년) '일곱여인들'(66년) 까지 30~60년대 포드의 영화적 이력을 한 눈에 조망할 수 있는 섹션으로 '광주'가 아니면 만날 수 없는 기획전이라 하겠다. 올드팬뿐 아니라 젊은 관객도 영화 취향의 스펙트럼을 넓힐 수 있는 드문 기회다.

'바람불어 좋은 날'(80년)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81년) '깊고 푸른 밤'(84년) '개그맨'(88년) '하얀 전쟁'(92년) 등 다섯 편을 모은 '안성기 회고전'에서는 80년대와 90년대에 걸쳐 그가 어떻게 국민배우로 등극할 수 있었는지를 확인할 수 있다.

한편 '한국영화, 지금' 코너에서는 '질투는 나의 힘''동승''오세암''장화홍련' 등 최근 개봉된 영화 중 감독의 주관이 두드러진 작품을 모았다. 외화로는 니콜 키드먼과 벤 채플린이 주연한 코미디 '버스데이 걸', 에드워드 노튼이 활약한 '이탈리안 잡' 등이 '시민영화광장'이라는 이름 아래 모였다.

이상이 대중적인 취향을 고려한 선택이라면 다음은 시네필을 위한 섹션들. '몬테이로 추도전''모리스 피알라 추도전'은 올해 초 타계한 현대 영화의 시네아스트를 추모하는 자리다. 조앙 세자르 몬테이로는 이념과 도덕에 구속되지 않고 성적으로 자유로운 삶을 표현해 온 포르투갈 감독.'반 고흐'로 국내에 소개되기도 했던 모리스 피알라는 누벨바그 이후 프랑스에서 가장 중요한 감독으로 평가받는다. 이들의 대표작 3편이 각각 상영된다.

올해 처음 신설된 '논픽션 시네마'는 실험영화와 다큐멘터리를 모은 것으로 아방가르드의 거장인 마이클 스노의 신작 '코퍼스 칼로섬'을 비롯, 초창기 미국 노동운동의 이면을 파헤친 '어느 운동가의 죽음'(트레비스 윌커스), 테리 윌리엄 감독의 영화 '돈키호테'의 제작이 좌절되는 과정을 그린 '로스트 인 라만차'(케이스 풀튼), 특히 66년 잉글랜드 월드컵에서 북한 팀을 8강에 끌어올린 '기적'을 이룬 당시 선수들을 추적한 '일생일대의 승부'(대니얼 고든)가 흥미롭다.

이 밖에 '영 시네마''월드 시네마 베스트'는 국내에서 좀처럼 만나기 힘든 감독들의 작품을 모아 영화 애호가라면 놓치기 아까운 섹션이다. 한편 폐막작은 올해 칸영화제 경쟁부문에서 호평받았던 칠레 출신 감독 라울 루이즈의 '그 날'이 선정됐다. 영화제 홈페이지 www.giff.or.kr. 예매 1588-1555. 안내 062-228-99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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