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영화의 살인자 콤비인 리처드 헤이우드와 저스틴 펜들턴은 레오폴드-로엡의 21세기 버전입니다. 완전범죄를 저질러 자기네들의 우월성을 증명하려고 하는 아이들이지요. 아, 그들의 동기는 이보다 약간 더 복잡합니다. 하지만 기본 개념은 같아요.
이 무서운 고등학생들은 길가에서 아무 여자나 골라잡은 뒤 치밀한 계획하에 살인을 저지릅니다. 이들은 그냥 완전 범죄를 저지르려는 게 아닙니다. 경찰 눈 앞에 자기네들이 범인일지도 모른다는 암시를 떨구고도 말끔하게 벗어나려고 하는 거죠. 실제로 그들이 흘린 중요한 가짜 단서 하나는 그들을 관통하고 지나갑니다.
시체가 발견되자, 두번째 주인공인 캐시 메이웨더가 신참 파트너 샘 케네디를 끌고 수사에 나섭니다. 캐시는 곧 이들이 살인범이라는 사실을 알아내지만, 증거가 부족하고 용의자들의 부모가 가하는 외압 때문에 방해를 받습니다. 게다가 결정적으로 캐시 자신이 그렇게 멀끔한 사람이 아니지요. 이 사람이 몇 년 째 시달리고 있는 정신적 외상의 원인은 영화 후반에나 밝혀집니다만.
[머더 바이 넘버]는 괜찮은 추리 영화입니다. 독창적이지는 않지만 비교적 잘 짜여진 알리바이 조작이 있고, 리처드와 저스틴의 살인 동기도 설득력 있습니다. 산드라 불록에서부터 라이언 고슬링에 이르기까지 배우들도 프로페셔널한 좋은 연기를 보여주고요.
하지만 영화는 진짜 좋은 영화가 되기엔 장르에 지나치게 얽혀 있습니다. 공식에 너무나도 충실하기 때문에 마치 [C.S.I.]와 같은 텔레비전 시리즈의 조금 긴 에피소드를 한 편 보는 것 같아요. 극장용 장편 영화의 특별함이 거의 느껴지지 않습니다.
공식에 충실하다보니 영화가 균형을 잃기도 합니다. 특히 후반부는 순전히 액션을 만들기 위해 급조한 장면이라는 느낌이 강합니다. 캐시의 과거사를 사건에 연결시키는 것도 아주 좋은 선택 같지는 않습니다. 캐릭터를 설명하는 데 도움이 되었을지는 몰라도 진짜 중요한 살인 사건과 그렇게 잘 연결되는 것 같지는 않군요.
바벳 슈로더의 필모그래피를 들여다보면 평이한 작품들 속에 진짜로 괜찮은 수작들이 섞여 있는데, [머더 바이 넘버]는 전자에 속하는 작품입니다. 이 영화가 개봉되는 것도 나쁜 일은 아니지만 정말로 소개되어야 할 작품들은 [La Virgen de los sicarios] 같은 영화들이 아닐까요?
기타등등
분명한 DNA 증거가 있으면서도 당연하다는 듯 방치하는 캐시의 상관은 도대체 뭐하는 사람입니까?
감독 바벳 슈로더 Barbet Schroeder
주연 산드라 불록....캐시 메이웨더
Sandra Bullock....Cassie Mayweather
라이언 고슬링....리처드 헤이우드
Ryan Gosling....Richard Haywood
마이클 피트....저스틴 펜들턴
Michael Pitt....Justin Pendleton
벤 채플린....샘 케네디
Ben Chaplin....Sam Kennedy
아그네스 브루크너....리사
Agnes Bruckner....Lisa
크리스 펜....레이
Chris Penn....Ray
Djuna 베일에 가려진 사이버 스페이스의 협객 듀나는 SF소설가, 씨네21 컬럼니스트 등의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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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더 바이 넘버 Murder by Numbers (2002)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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