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성치의 2001년도작 [소림축구]는 8천만 홍콩 달러를 벌어들여, [폴리스 스토리 4]의 기록을 깬 히트작입니다. 반환 이후 침체기를 맞은 홍콩 영화계의 지금 상황을 생각해보면 정말 굉장한 성공이죠. 게다가 이 영화의 흥행 성공은 자국내의 흥행 갱신으로만 끝나지 않았습니다. 아마 이 영화는 지금까지 비교적 영역이 제한되어 있었던 주성치가 만들어낸 최초의 국제적 성공작이 될 것 같아요.
[소림축구]는 기존의 주성치 영화에서부터 '진화한' 작품일까요? 그렇지는 않습니다. 영화는 기존의 주성치 코미디와 다른 게 거의 없습니다. 노골적인 슬랩스틱, 뻔뻔한 패러디와 무정부주의, 홍콩식 감상주의와 같은, 그의 이전 영화들을 특징지웠던 요소들은 변질되지 않고 그대로 남아 있습니다. 이 사람 특유의 순진맹충한 로맨스나 홍콩 버전 호레이쇼 앨저 성공담의 골격도 변함없어요. 단지 도박판이나 식당 세계가 축구계로 자리를 옮긴 것뿐입니다. 결정판이라고 하기도 좀 뭣하군요. 오히려 [식신] 같은 영화가 이 사람의 진수를 보다 잘 알 수 있는 작품일 겁니다.
그렇다면 이 영화의 갑작스러운 인기는 어디에서 기인한 것일까요? 아이디어 때문이겠지요. 축구와 쿵후를 결합시키는 아이디어는 정말 썩 괜찮습니다. 사실 이런 식의 이야기는 아무 만화책이나 집어들어도 나오긴 하지만, 꼭 아이디어가 독창성으로만 평가받으라는 법은 없죠.
이 영화에서 축구와 쿵후의 결합은 일반적인 주성치 영화의 개그를 확장시켰습니다. [매트릭스] 이후 발전하기 시작한 컴퓨터 그래픽이 개그의 지평을 넓혀준 것이죠. 이 영화에 나오는 컴퓨터 그래픽은 그렇게까지 높은 수준은 아니지만 중요한 건 사실성이 아니라 아이디어를 얼마나 구체화시키느냐입니다. 컴퓨터 그래픽이 동원되자 영화는 상상할 수 있는 모든 난장판을 그대로 화면에 옮길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것만으로도 대단한 발전이지요. 시각적 개그의 힘이 늘어나자 국제적 보편성이 강화되기도 했고요.
[소림축구]는 단순하고 유쾌한 영화입니다. 아마 이 영화의 국제적 성공이 어느 정도 공식적으로 인정을 받는다면, 앞으로 주성치 영화들도 [소림축구]식으로 살짝 변질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 변화를 좋아하는 사람도 있을 거고, 그렇지 않은 사람들도 있겠지만, 그건 제가 상관할 바는 아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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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림축구 Siu lam juk kau (2001)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