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듀나의 영화낙서판


집으로... (2002) ★★★ :::


Djuna | 2002년 04월 21일
조회 3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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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출신 일곱 살 짜리 남자 아이가, 엄마가 서울에서 일자리를 구하는 동안 귀 먹은 외할머니와 함께 여름을 보내기 위해 충청도 두메 산골을 방문합니다. 저한테는 공포 영화의 시작입니다. 전 일곱 살 짜리 사내 아이가 얼마나 끔찍해질 수 있는지 알고 있고, 인공물이 거의 보이지 않는 시골집은 생각만 해도 소름이 끼치기 때문입니다. 전 우리의 일곱 살 짜리 상우가 정말로 무섭지만 그 아이의 지루함과 공포, 짜증 역시 백퍼센트 이해할 수 있습니다.

[집으로...]는 물론 공포 영화가 아닙니다. 반대로 무척이나 따뜻하고 안전한 영화죠. 영화는 망나니 도시 꼬마가 순둥이 할머니와 그들을 둘러싸고 있는 주변 환경과 사람들을 서서히 이해해가는 과정을 담고 있습니다. 어딘지 모르게 [미지와의 조우]가 연상되기까지 하더군요. 이 영화에서는 구체적인 커뮤니케이션의 시도와 감정적 교류가 얽혀있습니다.

영화가 끝나면 우린 괜히 흐뭇한 미소를 짓게 됩니다. 특별한 이야기도 없고 그렇게 깊이 있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건 아니지만 그 밑에 조용히 숨어 있는 '정'의 흔적은 무시하기 힘들군요. 아, 맞아요. 이 영화는 정말 초코파이 광고 같은 작품이었어요.

[집으로...]는 균형이 잘 잡힌 영화입니다. 상우는 지나치게 귀엽게 굴지도 않고, 할머니 역시 필요 이상의 동정과 애정을 호소하지도 않으며, 꼭 그래야 할 것 같은데도 그렇게 감상적이지 않습니다. 코미디 요소가 많은 영화지만 코미디에만 신경 쓰다가 기본 스토리를 놓치지도 않습니다.

대부분 비전문가들을 동원한 캐스팅도 영리합니다. 이정향은 자기가 쓰고 있는 배우들의 한계와 장점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 때문에 감상에 빠지지 않았던 것이 아닌가 생각도 해봐요. 배우들이 튀려고 쓸데없이 무리하는 사고가 생기는 일은 없었을테니까요.

전체적으로 영화는 정적입니다. 그 때문에 그림책처럼 보이기도 하고 플래시 애니메이션처럼 느껴지기도 해요. 특히 외할머니가 주인공일 때는요. 역시 비전문 배우 활용의 트릭일 수 있겠지만 그 때문에 은근히 무덤덤한 유머가 발생하기도 합니다.

[집으로...]는 휴가 같은 영화입니다. 아마 상우는 외할머니를 떠나면서 많이 아쉬워했겠지만 그렇다고 거기 남을 생각은 없었을 겁니다. [집으로...]의 작은 세계는 도시 관객들처럼 잠시만 그 세계에 머무르는 사람들에게 가장 어필하는 곳이 아닐까요?

기타등등

평일 낮에 관객이 그렇게 많은 걸 본 것도 오래간만이더군요.



감독
이정향

주연
김을분....외할머니
유승호....상우
동효희....상우엄마
민경훈....철이
임은경....혜연






Djuna
베일에 가려진 사이버 스페이스의 협객 듀나는 SF소설가, 씨네21 컬럼니스트 등의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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