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에이.아이. A.I. Artificial Intelligence (2001) ★★★☆ :::

Djuna | 2001년 08월 01일 조회 4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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듀나 [A.I]는 원래 스탠리 큐브릭이 죽기 수년 전까지 가지고 놀던 기획이었습니다. 각본과 기술 문제 때문에 계속 뒤로 연기되던 계획은 큐브릭의 죽음 이후 완전히 중단되는 듯 싶었죠. 하지만 큐브릭한테서 기획을 물려받았다는 스티븐 스필버그가 이 작품을 영화화하겠다고 발표한 뒤로, 죽을 뻔했던 기획은 다시 생명을 얻었습니다. 두 거장의 명성 덕택에, 이 작품은 올해 여름 블록버스터 중 가장 기대되는 작품이었습니다. 정작 흥행 성적은 별로였고, 평도 극단적으로 엇갈렸지만요.
파프리카 작품 세계가 전혀 다른 두 사람이 같은 영화에 참여했다는 이유 때문에 영화 속에서 두 사람의 개성이 어떻게 만났는지 주목한 사람들이 많았었지요.
듀나 과연 그게 그렇게까지 신경 쓸 일이긴 한지요. 원래 영화는 공동 작업이잖아요. 큐브릭의 다른 영화에서 그런 '개성의 충돌'을 찾아볼 수 없는 것도 아니고요. 대표적인 예로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를 봐요. 전혀 다른 성격과 비전을 가진 두 예술가인 큐브릭과 아서 C 클라크가 불꽃을 튕기며 다투는 게 보입니다.
[A.I]에는 [2001년: 스페이스 오디세이]보다 그런 충돌이 적은 영화입니다. 그냥 스필버그 영화라고 해도 큰 문제는 없는 작품이에요. 물론 기존의 스필버그 영화와는 분위기가 상당히 다르긴 합니다. 그래도 그 이질적인 느낌이 과연 큐브릭 때문인지, 원작자인 브라이언 올디스나 스토리를 쓴 이언 왓슨 때문인지 분명히 구별해낼 수 있는 사람은 별로 없을 겁니다. 사람들은 그냥 겉으로 드러난 큰 이름들을 대충 집어내서 영화에 끼워 맞추는 것에 불과해요.
 | 데이빗과 모니카 | 파프리카 줄거리를 요약해보죠. 영화의 무대는 지구 온난화로 해변 도시들이 모두 바다에 잠긴 가까운 미래입니다. 자원 활용을 위해 대규모의 산아 제한이 이루어지고, 기존 인간인 '오가'를 대신하는 인조인간 '메카'들이 대량 생산되어 노동력을 제공하고 있지요.
영화가 시작되면 로봇 공학자인 하비 박사가 만든 어린이 메카 데이빗이 중병에 걸린 아들 때문에 고민하는 모니카와 헨리 스윈턴 부부에게 실험 입양됩니다. 모니카는 고민 끝에 데이빗을 받아들이지만 그만 아들 마틴이 다시 살아 돌아오면서 이들의 관계는 위태로워집니다. 마틴의 질시와 일련의 오해 때문에, 데이빗은 회사로 돌아가 파괴될 위기를 맞고, 그를 견뎌내지 못한 모니카는 그를 숲 속으로 쫓아보냅니다. 데이빗은 자기가 인간이 아니기 때문에 모니카의 사랑을 받지 못한다고 생각하고 그를 인간으로 만들어줄 '푸른 요정'을 찾아 헤맵니다.
큐브릭은 이 스토리가 스필버그의 감성에 더 맞는다고 했다던데, 대충 이해가 됩니다. [A.I.]는 스필버그의 [E.T]나 [미지와의 조우]처럼 강한 동화적 속성을 띄고 있습니다. 그만큼이나 강한 감정이 요구되는 영화이기도 하고요. 게다가 영화 전체를 지배하는 [피노키오] 테마를 생각해보세요.
듀나 그러나 [A.I.]는 스필버그의 초기작들과는 중요한 부분에서 다릅니다. [E.T.]나 [미지와의 조우]는 솔직하고 단도직입적입니다. [E.T.]를 보세요. 엘리엇이 느끼는 감정은 하나도 빠짐없이 그대로 관객들에게 전이됩니다.
하지만 [A.I.]에서 관객들은 주인공 데이빗에서부터 몇 발짝 떨어져 있습니다. 물론 관객들은 데이빗을 걱정하고 염려합니다. 그러나 그들은 데이빗처럼 생각할 수 없습니다. 그는 로봇이니까요. 엘리엇 대신 E.T.의 시점으로 영화를 만들었다고 생각해보세요. 이해가 될 겁니다.
파프리카 왜 로봇에게 감정 이입을 할 수 없다는 거죠? 수많은 사람들이 데이빗에 공감할 겁니다. 모니카에 대한 데이빗의 사랑과 사랑하는 사람에게 사랑받고 싶어하는 갈망, 이질적인 존재라는 이유로 배척당하는 입장은 보편적인 것입니다.
듀나 많은 사람들이 E.T.에게도 그 정도의 감정 이입은 하겠지요. 그러나 엘리엇만큼은 아닙니다. E.T.와 데이빗은 여전히 우리와 다른 존재입니다.
데이빗의 가장 인간적인 요소인 '사랑'만 해도 그래요. 데이빗의 사랑은 결코 인간적인 것이 아닙니다. 우리 인간의 사랑은 어떤가요? 다들 생물학적인 요구의 결과입니다. 아이들에 대한 부모의 사랑, 부모들에 대한 아이들의 사랑, 연인들의 사랑은 모두 종족 보존과 생존을 위한 자연의 발명품들입니다. 당연히 이들은 불안정하고 유한하며 불순합니다. 뇌의 화학 물질과 호르몬에 의해 조종되는 것들이니까요.
하지만 데이빗의 사랑은 순수합니다. 인위적으로 만들어서 주입했기 때문에 더욱 순수한 것이죠. 데이빗의 감정에는 종족 보존과 같은 숨은 목적 따윈 없습니다. 그냥 그는 사랑하고 사랑을 갈망합니다. 그리고 일단 목표가 정해지고 감정이 생기면 그 사랑은 영원합니다.
이런 감정은 굉장히 무섭습니다. 데이빗이 공감가는 주인공이라기보다는 아름다운 괴물처럼 느껴지는 것도 그 때문이지요. 저에게 [A.I.]는 아주 좋은 공포 영화처럼 보입니다.
파프리카 그런 이질적인 면 때문에 영화의 동화적 특성이 더욱 강조된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동화 속의 주인공들은 실제 인간보다 훨씬 단순하고 순수한 감정에 의해 움직이는 존재들입니다. 모든 역경을 극복해내는 '진실한 사랑'과 같은 개념은 결국 동화의 산물입니다.
듀나 하긴 진짜 사람들은 우리의 주인공 데이빗이나 지골로 조, 테디처럼 [오즈의 마법사]식 모험을 벌이지는 않겠지요.
다시 아까 하던 이야기로 돌아가죠. 아까 전 [A.I.]에 그의 이전 영화에서 찾아볼 수 있었던 솔직한 직설법이 부족하다고 말했었습니다. 이질적인 예술가들의 충돌이 보이는 곳도 바로 이 부분입니다. 이 영화에서 스필버그는 언제나처럼 관객들의 감정을 휘두르며 강한 정서적 소용돌이를 연출해내고 있습니다. 그는 될 수 있는 한 데이빗에 가까이 붙어 있으려고 해요. 하지만 그가 다루는 이야기는 차갑고 거의 냉소적이기까지 합니다. 그리고 그건 큐브릭의 유산을 지키려는 스필버그가 쉽게 바꿀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다행히도 결과는 긍정적입니다. 두 대조적인 접근법이 충돌을 일으킨 결과 영화의 정서적 힘이 더 강해지거든요. 큐브릭이 만들었다면 더 완벽했을지는 몰라도 지나치게 차가운 영화가 나왔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A.I.]에는 훌륭한 북유럽 동화에서 느낄 수 있는 서늘한 아름다움이 있습니다. 스토리는 [오즈의 마법사]를 닮았지만 정작 정서는 [인어공주]에 더 가까워요.
파프리카 결말은 어때요? 많은 사람들이 2천 년 뒤에 이어지는 이 부분을 불필요한 사족으로 보았습니다. 저 역시 데이빗이 코니 아일랜드에서 푸른 요정을 만나는 부분에서 끝나는 게 더 좋았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요. 해리 놀즈가 지적한 것처럼, 이 부분은 어떻게든 덜 불행한 결말을 만들기 위한 인위적인 조작이 아니었을까요?
듀나 네, 그 장면에서 끝내는 것도 좋았을 겁니다. 후반부가 좀 긴 것도 사실이고요. 하지만 그 결말이 아주 쓸데없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이 영화에는 일관된 흐름이 있습니다. 현실적인 좁은 공간에서 시작해서 점점 비현실적인 넓은 세계로 흘러가죠. 대충 교외의 주택가에서 화려한 미래 도시로, 미래 도시에서 물에 잠긴 맨하탄으로 이어지는 식입니다. 그렇다면 로봇들이 지배하는 2천년 뒤의 미래로 이어지는 건 당연한 귀결일 수도 있어요. 데이빗이 가진 거대한 감정과 동화적 스토리를 생각해보면 이 결말도 나쁘지는 않아요. 이런 식의 결말이 약간의 희망을 남겨두는 [인어공주]의 결말과 유사하다는 생각도 했습니다.
로저 이버트에 따르면, 이는 스필버그가 곳곳에 숨겨놓은 큐브릭에 대한 오마주 중 하나라고 하는군요. 외계인처럼 생긴 로봇들이 다른 세계에서 온 '데이빗'이라는 캐릭터를 위해 친근한 공간을 만들어주는 장면은 정말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의 후반부와 닮은 구석이 있지요.
파프리카 왜 다들 후반부의 로봇들을 외계인이라고 생각하는지 모르겠군요. 분명히 외계인으로 오해할만한 외모를 가지고 있기는 합니다만 대사를 조금이라도 들어본다면 그들이 로봇이라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외계인들이라면 인간성을 그렇게 갈망하며 멸종한 인류를 부활시키려 하지는 않겠지요. 그건 장르 관습상 전형적인 로봇식 행동입니다.
듀나 [A.I.]는 전체적으로 차갑고 으스스합니다. 영화가 시작할 때 그래도 조금 남아있던 친근한 가족 이미지는 점점 더 기계적이고 인간과 무관한 분위기로 옮겨갑니다. 재미있는 건 그것은 데이빗의 갈망과 감정이 커지는 것과 진도를 같이 한다는 건데, 그의 감정이 인간과 무관한 인조 감정이라는 걸 생각해보면 대충 맞습니다. 나중에 이런 진행은 커다란 원을 그리며 다시 초반의 가족 이미지로 넘어갑니다만, 그것이 철저하게 기계적으로 조작된 환경이라는 걸 생각해보면, 아무리 해피엔딩을 조작했다고 해도 여전히 꽤 음산합니다. 야누스 카민스키의 카메라가 잡아낸 이 차갑고 조금은 음산한 미래는 존 윌리엄즈의 다소 예외적인 음악과 함께 근사한 분위기를 창출해냅니다. 컴퓨터 그래픽과 애니메트로닉스로 창조된 부서진 로봇들이 풍기는 기괴한 아름다움 역시 인상적이고요.
파프리카 헤일리 조엘 오스먼트의 연기는 훌륭합니다. 감정이 철철 넘쳐흐르지만 잘 계산되어 있고 영리하기까지 합니다. 왜 큐브릭이 그처럼 CG 캐릭터와 로봇에 집착했는지 모르겠어요. 이 역은 어쩔 수 없이 인간 배우의 몫인데 말입니다.
주드 로는 지골로 조를 단순하지만 화려한 캐릭터로 그려내고 있습니다. 연기는 얇지만 무척 재미있어요. 스탠 윈스턴이 만들어낸 기계 인형이기는 하지만, 곰인형 테디 역시 인간 배우들만큼이나 강렬한 인상을 남깁니다. 어떻게 보면 영화 전체를 통해 가장 인상적인 캐릭터일 거예요. 친근한 귀여움과 으스스한 괴기함이 완벽한 조화를 이루었다고 할까.
듀나 프랜시스 오코너 역시 자기 역할을 해내고 있습니다. 하지만 전 이 사람이 미국에 와서 왜 늘 이런 '갈망의 대상'역만 하는지 모르겠군요.
파프리카 메릴 스트립, 크리스 록, 로빈 윌리암스와 같은 쟁쟁한 배우들이 목소리를 빌려주고 있지만 정작 귀에 뚜렷하게 들어오는 사람은 많지 않네요.
듀나 윌리엄 허트와 브렌든 글리슨도 능력에 비해 가볍게 이용된 배우들이었지요.
파프리카 [A.I.]가 스필버그 최고 걸작이라고 하지는 않겠습니다. 결점이 많은 영화니까요. 설정은 종종 인위적으로 조작된 듯 하고, 개별 요소들이 잘 연결되어 있지 않으며, 스토리는 덜 다듬어졌습니다. 하지만 [A.I.]에는 결점있는 미인들이 가진 그런 강한 매력이 있습니다. 그렇게 가볍게 볼 수 있는 영화라는 생각은 들지 않는군요.
듀나 제목이 잘못되었다고 생각합니다. [A.E. Artificial Emotion]이 더 맞는 제목이에요. 이 영화의 진짜 주제는 '인공 지능'이 아니라 '인공 감정'입니다. 영화는 우리가 우리의 감정을 모델로 해 만들어냈지만 전적으로 전혀 새로운 종류의 감정을 지닌 존재가 어떻게 인간 세계에 반응하는지에 대한 흥미로운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스필버그 영화가 아니랄까봐 정서적 힘이 강한 영화지만 사고 실험으로서의 가치 역시 무시할 수 없습니다. 동화적 외피에 속지 마세요. 은근히 하드한 SF 영화니까요.
- D&P
기타등등
로봇공학 3원칙이 인간보다는 로봇을 지키는 원칙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이렇게 불신이 깊어서야 로봇들이 제대로 살긴 하겠습니까?
감독
스티븐 스필버그 Steven Spielberg
주연
헤일리 조엘 오스먼트....데이빗
Haley Joel Osment....David
주드 로....지골로 조
Jude Law....Gigolo Joe
프랜시스 오코너....모니카
Frances O'Connor....Monica
샘 로바즈....헨리
Sam Robards....Henry
제이크 토머스....마틴
Jake Thomas....Martin
잭 앤젤....테디
Jack Angel....Teddy
윌리엄 허트....하비 교수
William Hurt....Professor Hobby
브렌든 글리슨....로드 존슨-존슨
Brendan Gleeson....Lord Johnson-Johnson
클라라 벨러....유모 메카
Clara Bellar....Nanny Mecha
메릴 스트립....푸른 요정
Meryl Streep....Blue Fairy
로빈 윌리엄즈....만물박사
Robin Williams....Dr. Know
크리스 록....코미디언 메카
Chris Rock....Comedian Mecha
애슐리 스코트....지골로 제인
Ashley Scott....Gigolo Jane
엔리코 콜란토니....살인범
Enrico Colantoni....Murderer
벤 킹즐리....나레이터
Ben Kingsley....Narrator
(in courtesy of http://www.djuna.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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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Djuna 베일에 가려진 사이버 스페이스의 협객 듀나는 SF소설가, 씨네21 컬럼니스트 등의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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