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의 광고업자 버디 애머럴은 시카고의 공항에서 폭설로 지연된 비행기를 기다리다 같은 도시에 사는 각본가인 그렉 자넬로와 장기 재단에서 일하는 미미 프래저를 만납니다. 미미와 눈이 맞은 버디는 가족들에게 돌아가고 싶어하는 그렉에게 자신의 공짜 티켓을 넘겨주죠. 그러나 그렉이 탄 비행기는 이륙 1시간 뒤에 추락하고 맙니다.
죄의식으로 고민하던 버디는 1년 뒤 그렉의 가족을 찾아갑니다. 그는 부동산 중개업자로 일을 시작한 그렉의 아내 애비를 만나지만 차마 그가 그렉의 죽음에 책임이 있다는 사실을 말할 수 없습니다. 그러는 동안 버디와 애비는 사랑에 빠지고, 그의 고백은 조금씩 조금씩 뒤로 연기됩니다...
2.
[바운스]는 모럴 딜레마에 대한 영화입니다. 흥미로운 모럴 딜레마가 종종 그런 것처럼, 이 영화에도 진짜 죄인은 없습니다. 버디는 그렉의 죽음에 아무런 도덕적 책임도 없습니다. 그가 한 일이라고는 공짜 티켓으로 선심 쓴 것밖에 없으니까요. 그러나 한 남자가 그 때문에 자기 대신 죽었다는 사실은 그에게 죄없는 죄의식을 심어줍니다.
비슷한 딜레마가 애비에게도 있습니다. 그렉이 죽지 않았다면 버디는 애비에게 찾아오지 않았을테니까, 결국 버디를 사랑하는 것은 그렉의 죽음을 적극적으로 인정하는 것이 될 수도 있습니다. 역시 죄하나 짓지 않은 사람의 죄의식인 것은 마찬가지지요.
이들은 논리적으로 쉽게 극복될 수 있습니다. 산 사람은 살아야하고 죄없는 사람에게 책임을 물릴 수는 없는 것이니까요. 하지만 사람의 맘이란 그렇게 간단한 게 아니지 않습니까? 그렇기 때문에 세상 사는 게 그렇게 힘든 것인지도 모르겠지만요.
3.
[바운스]는 3,40년대 클래식 할리우드 영화를 연상시키는 작품입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엄격한 공식을 따르는 스토리나 과격한 멜로드라마적 설정과 같은 것들은 제니퍼 존스와 같은 옛날 배우들이 나오는 흑백 영화에 더 잘 어울립니다.
하지만 돈 루스는 이 영화를 전혀 다른 방식으로 만들었습니다. [바운스]는 주연 배우 기네스 팰트로처럼 깡마른 영화입니다. 센티멘탈한 느낌은 극도로 억제되었고 무척 건조합니다. 영화는 꼭 할 말만 하고 넘어가기 때문에 로맨틱한 분위기에 취하고 싶은 관객들은 실망할 겁니다.
이런 접근법에는 장단점이 있습니다. 그런 건조함을 잘 이용하면 이 장르가 종종 떨어지는 가짜 감정을 피할 수 있습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예측가능한 스토리 역시 어느 정도 구제받을 수 있습니다. 스토리의 진부함을 인식하면서도 정공법으로 접근하는 작가의 의도 역시 쉽게 읽힐 수 있고요. 하지만 이런 식의 영화는 그 건조함 때문에 쉽게 지루해질 수 있고, 건조함 속에서도 살아남아야 할 캐릭터들의 열정을 놓칠 수도 있으며, 전체적으로 영화가 진짜 연애 영화가 아닌 연애 영화의 차가운 흉내처럼 보일 수도 있습니다.
[바운스]에 대한 평은 대충 반반 정도 갈라지는 편입니다. 로튼 토마토의 점수는 51퍼센트죠. 평자들이 취향에 따라 장점과 단점 어느 한 쪽에 올라탔기 때문일 겁니다. 저요? 전 은근히 좋게 봤답니다. 이런 절제된 스타일에 끌리는 성격이니까요.
4.
기네스 팰트로는 좋은 편입니다. 갈색으로 머리를 염색한 외모부터가 상당히 현실적으로 보이고 (여전히 할리우드 스타일로 말랐지만요) 자아도취나 과장 없는 직설적인 연기 역시 대체로 정곡을 찌르는 편입니다. 벤 애플렉은 팰트로보다 약간 떨어지는데, 그건 그의 헐렁한 외모와 연기스타일이 중반 이후 버디의 갈등을 잘 살리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많은 평론가들이 둘 사이의 화학 반응이 부족하다고 생각했지만, 전 둘 사이에 느껴지는 거북함이 의도적이었고 스토리와도 맞다고 생각합니다. 이 영화에서는 사랑만큼이나 죄의식의 비중도 크니까요.
5.
우리 관객들은 개봉 당시의 미국 관객들과는 다른 관점으로 이 영화를 보게 될 겁니다. 작고 간결한 러브 스토리지만 초반의 비행기 사고와 최근에 발생한 WTC 테러 사건을 연결하지 않는 건 불가능하거든요. 게다가 후반부에 '반테러정책' 운운의 언급이 끼여들면 정말 대책 없습니다.
기타등등
제니퍼 그레이가 비행사 직원으로 나옵니다. [더티 댄싱] 때 얼굴을 기억하는 분들은 한동안 헤맬 겁니다. 아시다시피 코수술 이후 얼굴이 왕창 바뀌었잖아요.
감독 돈 루스 Don Roos
주연 벤 애플렉....버디 애머럴
Ben Affleck....Buddy Amaral
기네스 팰트로....애비 자넬로
Gwyneth Paltrow....Abby Janello
토니 골드윈....그렉 자넬로
Tony Goldwyn....Greg Janello
알렉스 D. 린츠....스코트 자넬로
Alex D. Linz....Scott Janello
데이빗 도프먼....조이 자넬로
David Dorfman....Joey Janello
나타샤 헨스트리지....미미 프래저
Natasha Henstridge....Mimi Praeger
조 모튼....짐 윌러
Joe Morton....Jim Willer
조니 갈렉키....세스
Johnny Galecki....Seth
제니퍼 그레이....재니스 게레로
Jennifer Grey....Janice Guerrero
캐롤린 아론....도나
Caroline Aaron....Donna
Djuna 베일에 가려진 사이버 스페이스의 협객 듀나는 SF소설가, 씨네21 컬럼니스트 등의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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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운스 Bounce (2000)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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