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녀 삼총사 - 맥시멈 스피드 Charlie's Angels: Full Throttle (2003) ★★☆

듀나의 영화낙서판

미녀 삼총사 - 맥시멈 스피드 Charlie's Angels: Full Throttle (2003) ★★☆ :::

Djuna | 2003년 06월 25일
조회 4049

시리즈

드류 배리모어가 만든 두 편의 [미녀 삼총사] 영화들은 오리지널 텔레비전 시리즈의 리메이크가 아니라 속편 또는 스핀 오프입니다. 다시 말해 텔레비전 시리즈와 영화들은 같은 우주를 공유하고 있습니다. 찰스 타운젠드는 사립탐정소를 그동안 계속 운영했고 그동안 수많은 '천사'들이 대물림을 해가며 탐정소를 꾸려갔던 것이죠. (심지어 은퇴한 천사들을 위한 뉴스 레터까지 존재하는 모양입니다!) 유일한 구멍은 보즐리인데, 이 역시 같은 성을 가진 집안 사람들이 대를 이어가며 그 직위를 꾸려나갔다고 생각하면 될 것 같습니다. 버니 맥이 연기하는 새 보즐리는 빌 머레이가 연기하는 옛 보즐리의 동생이거든요.

1편과는 달리 2편은 시리즈의 연속성을 적극적으로 드러냅니다. 기둥 줄거리 자체가 왕년의 '천사'와 현역 천사들의 대결이니까요. 재클린 스미스가 다시 연기한 켈리 개럿 캐릭터는 [미녀 삼총사] 버전 세례 요한입니다. 시리즈의 주인공이 등장해 영화 속의 주인공들을 공식적으로 인정해주는 것이지요.

오리지널 시리즈의 장면들을 패러디한 도입부 역시 시리즈와 영화를 연결하려는 시도의 느낌이 강합니다. 롤러 더비와 같은 오리지널 시리즈의 재현과 1편의 남자 화장실 장면들이 섞여 있으니 말이에요.

스토리

영화는 대충 증인 보호 프로그램에 대한 정보가 담겨진 할로라는 반지들을 둘러싼 음모를 따라갑니다. 음모의 내용 자체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문제는 이 이야기가 전편과는 달리 세 천사들 중 한 명의 사생활과 깊이 연결되어 있고 이 모든 일들을 뒤에서 조종하는 사람이 왕년의 천사였던 매디슨 리라는 것이지요.

그 결과 1편에서는 없었던 내면 갈등이 등장합니다. 딜런은 지금 자신들을 얽어주고 있는 우정과 파트너쉽이 언젠가 깨어질까봐 걱정하고 있습니다. 그 걱정은 친구들의 연애 사업과 동료들의 목숨을 겨냥한 협박에 의해 구체화되고 있지요. 한 편 왕년의 천사였던 매디슨이 악역으로 전환한 건 스피커 폰의 꼭두각시 노릇을 하는 데 진력이 나 있었기 때문입니다.

[미녀 삼총사 - 맥시멈 스피드]의 각본은 전편만도 못합니다. :-) 전편의 각본은 수없이 각본가들을 바꾸어가며 혼돈 속에서 만들어낸 작품치곤 나쁘지 않은 편이었지요. 적어도 머리와 몸통과 꼬리를 구별할 정도는 되었지요. 하지만 어느 정도 안정된 배경 속에서 만들어진 이 영화의 각본은 그냥 난장판입니다. 제 생각엔 할 말이 너무 많았던 것 같아요.

치밀한 각본을 감상하기 위해 이 영화를 보는 사람들은 없습니다. 사실 이런 영화에서 스토리는 액션과 코미디를 적당히 연결해주기만 해도 되지요. 그러나 이 영화에서 각본은 그 역할에 필요한 단순함을 지니고 있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구성이 대단한 것도 아니니 전체적으로 산만하고 에너지도 흩어져버리죠.

액션

서서히 영화는 [미녀 삼총사]만의 액션 스타일을 찾아갑니다. 기본적으로 [매트릭스] 스타일이라는 걸 인정하지 않는 [매트릭스] 스타일이라고 할까요? 전편에서는 현실이라고 우기기라도 했지만 속편에서는 완전히 포기해버린 모양입니다. 영화는 현실 세계에서는 불가능하다고 할 액션들로만 가득합니다. 보고나면 천사들에게 최소한 스파이더맨 정도의 초능력은 있다고 믿게 될 지경이에요. 세 천사들의 치어리더식 콤비 플레이 역시 이전보다 더 강화되었다는 것 역시 지적해야겠군요.

이 '발전 과정'을 어떻게 받아들이느냐는 취향 문제입니다. 전체적으로 스펙터클이 더 요란해지긴 했어요. 하지만 그만큼 몸으로 부딪히는 액션의 힘이 떨어지기도 했거든요. 전체적으로 [미녀 삼총사 - 맥시멈 스피드]는 MTV식 할리우드 액션 영화의 번지르르함이 강합니다.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 하나 더 있습니다. 전편처럼 이 영화에서도 액션의 클라이맥스는 종종 악당 하나와 주인공 셋의 대결로 이어지는데 이게 그렇게 공평해보이지는 않습니다. 세 주인공의 콤비 플레이를 살리기 위해 그런다는 건 알지만 주인공의 수적 우위는 여전히 곤란하죠.

코미디

[미녀 삼총사 - 맥시멈 스피드]의 가장 큰 코미디 무기는 패러디입니다. 전편에도 몇 편의 패러디가 있긴 했지만 이번 영화에서는 아주 작정을 했네요. 단순히 이미지만 흉내내는 것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영화 음악까지 그대로 가져오고 있어요. [사랑은 비를 타고], [케이프 피어], [플래시댄스], [사운드 오브 뮤직], [C.S.I], [천사의 손길]... 정말 세기가 귀찮을 지경입니다.

이런 식의 접근법이 영화의 내용과 아주 안 어울리는 건 아닙니다. [미녀 삼총사]의 핵심은 변장과 옷갈아입기 놀이이고 패러디는 게임의 테마를 제공해주지요. 하지만 너무 안이했다는 생각도 들어요. 패러디는 가장 만들기 쉬운 종류의 농담이니까 말입니다.

그 다음으로 중요한 농담은 영화와 시리즈의 컨셉을 놀려대는 자조입니다. [미녀 삼총사]의 고정된 포즈와 같은 건 이제 공식적인 놀림감입니다. 그 중에서 알렉스의 남자 친구가 출연하는 액션 영화 시리즈를 통해 1편의 난관을 회상하고 속편 이야기를 꺼내는 방식은 꽤 재미있기도 했습니다. 영화가 자신의 시사회를 통해 자기 자신을 광고하는 셈이었으니까요.

나머지는... 다양한 종류의 저질 농담들입니다. :-) 엉덩이에 대한 말장난, 결코 정치적으로 공정하다고 할 수 없는 아일랜드 사람들에 대한 농담, 매춘부 농담 같은 것들이죠. 이런 농담들에 대한 평가는 황당 액션과 같은 등급으로 평가할 수 있습니다. 번지르르하고 노골적인 재미는 있지만 너무 (할리우드식으로) 노골적이라 오히려 불편하기도 하다는 것이죠.

배우들

세 주연 배우들 모두 액션 배우로써 완전히 자리를 매김한 듯 합니다. 스턴트 더블도 많이 쓰였겠지만 얼굴을 드러내놓고 하는 액션이 굉장히 많아서 이 정도면 액션신에 자기네들 서명을 박아도 될 정도였어요. 전편에서는 필요 이상으로 힘이 들어간 듯한 느낌이 강했지만 이번 영화는 처음부터 황당하려고 작정한 작품이니 오히려 더 자연스럽군요.

영화는 이들의 섹스 어필을 뻔뻔스럽게 팔고 있는데 그 장면들이 너무나도 직설적이라서 오히려 유쾌할 지경입니다. 배우들도 관객들을 흔들어놓고 즐기는 듯 했어요.

세 배우들 중 나름대로 '깊이있는' 연기를 하려고 하는 배우는 드루 배리모어 뿐입니다. 하지만 그 역시 정말로 '깊이'있는 건 아니죠. 이들은 여전히 2차원적인 타입을 과장되게 연기하고 있고 이 영화의 옷갈아입기 놀이에 완벽하게 봉사하고 있습니다. 이 정도면 자기 일을 잘 한 거겠죠.

데미 무어는 전편의 악당보다 좋습니다. 처음부터 악당이라는 게 노골적으로 드러나기 때문에 연기하기 더 쉬었을 거예요. 무어의 악당은 번지르르하고 노골적이며 천박합니다. 영화와 잘 어울려요.

새로 들어온 버니 맥에 대해서는 뭐라고 해야할지 모르겠군요. 맥은 좋은 코미디언이지만 이 영화의 보즐리는 그렇게까지 잘 활용된 것 같지 않습니다. 맥 역시 그 제한된 터 안에서 출연료값을 하려고 지나치게 애를 쓰는 것 같고요.

존 클리즈, 맷 르블랑, 루크 윌슨도 낭비된 배우들입니다. 차라리 새 악역으로 등장한 저스틴 테로가 이들보다 존재감이 강했죠.

참, 자잘한 카메오들이 많이 나오니까 집중하고 보시길. 그중 가장 주의깊게 봐야 할 사람은 오리지널 천사인 켈리 개럿으로 나오는 재클린 스미스지만 말이에요.

결론지어 말하자면...

[미녀 삼총사 - 맥시멈 스피드]는 천박하고 과시적이고 요란하고 자극적입니다. 이 영화의 장점과 단점 모두 위에 나열한 형용사들에 귀속되지요. 이 영화에 대한 호오도가 갈리는 이유도 역시 위의 형용사들이 설명해줄 것이고요.

제 감상은 어땠냐고요? 저는 덜 요란한 첫편이 더 좋았답니다. 이번 영화는 노골적인 천박함을 조금 지나치게 밀고 나간 것 같단 말이에요. 하지만 그렇다고 제가 드루 배리모어, 카메론 디아즈, 루시 리우가 말도 안되는 이야기 속에서 끝도 없이 옷을 갈아입으며 뒹굴고 싸우고 날아다니고 시시한 농담을 터뜨리고 가끔 감상적으로 굴다가 서로를 끌어안는 걸 보면서 즐기지 않았느냐? 아뇨, 전 그런 거짓말까지 하고 싶지 않답니다.

기타등등

영화 엔드 크레딧 끝에 작은 쿠키가 있습니다. 이런 것 놓치기 싫으신 분들은 끝까지 남으세요.

감독
조셉 맥긴티 니콜 Joseph McGinty Nichol

주연
카메론 디아즈....나탈리 쿡
Cameron Diaz....Natalie Cook
드루 배리모어....딜런 샌더즈
Drew Barrymore....Dylan Sanders
루시 리우....알렉스 먼데이
Lucy Liu....Alex Munday
드미 무어....매디슨 리
Demi Moore....Madison Lee
버니 맥....보즐리
Bernie Mac....Bosley
저스틴 테로....세이머스 오그레이디
Justin Theroux....Seamus O'Grady
로버트 패트릭....레이 카터
Robert Patrick....Ray Carter
루크 윌슨....피트
Luke Wilson....Pete
맷 르블랑....제이슨 기븐즈
Matt LeBlanc....Jason Gibbons
크리스핀 글로버....더 씬 맨
Crispin Glover....The Thin Man
재클린 스미스....켈리 개럿
Jaclyn Smith....Kelly Garrett
존 클리즈....알렉스의 아버지
John Cleese....Alex's Father
존 포사이드....찰스 타운젠드
John Forsythe....Charles Townsend